UPDATED. 2024-04-26 13:15 (금)
헌재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은 행정계획일뿐 ‘의무’ 아니다”
헌재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은 행정계획일뿐 ‘의무’ 아니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11.01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공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헌법소원 기각
▲ 김한철 헌법재판소장이 교육부의 총장직선제 폐지 유도정책에 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선고(10.27) 동영상

재정지원사업 선정·탈락 ‘교수와 관련성 없음’ 결론도
김이수·이진성 재판관 2명은 “사실상 국가 강제” 인정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가 교육부의 국공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유도정책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교수·교수(평의)회에도 교육부의 정책에 따른 기본권 침해의 관련성이 없는 대상으로 판단했다. 이로써 국공립대는 당분간 총장직선제를 채택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교수들의 거센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경북대·목포대·부산대·전남대 등 교수·교수(평의)회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헌법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각하’했다. 김이수·이진성 재판관 2명만이 “공권력 행사성과 자기관련성을 인정해 본안판단을 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앞서 교육부는 2012년 3월 ‘국공립대 선진화 지표’ 중 하나로 ‘총장직선제 개선’을 평가배점(5%)에 포함시켰고, 총장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던 대학들은 ‘2012년 대학교육역량강화지원사업에서 모두 탈락했다. 이듬해 5월 교육부는 총장직선제에 관한 평가를 보다 강화해 ‘2013학년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은 지원금 전액을 삭감 또는 환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12년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다 사업에서 탈락했던 대학들이 이듬해 직선제를 포기하자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총장직선제 폐지는 5%에 불과한 평가지표의 하나였지만, 이 지표 하나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의 당락이 결정지어진 셈이다. 이에 해당대학의 교수·교수(평의)회는 “2012년, 2013년 교육부의 평가정책이 대학의 자율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재정지원사업 참여는 대학 자율, 교수는 제3자”

하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개별대학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헌재는 “총장직선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대학들이 이 계획에 구속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구속에 불과하고 이에 따를지 여부는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평가방식에 대해서도 “국가가 제시한 일정 요건을 충족해 높은 점수를 획득한 대학에 지원금을 배분하는 행정계획일뿐, 이 계획에 따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헌재가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개별대학의 ‘선택사항’으로 규정하다보니, 사업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교수들의 권리침해 여지까지 축소시키는 결정을 내놨다. 헌재는 “총장직선제를 개선하려면 학칙이 변경돼야 하므로, 계획 자체만으로는 대학의 구성원인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나 권리의무에 어떠한 영향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의 총장직선제 폐지 등 평가지표에 관한 ‘상대방’은 교수가 아닌 대학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헌재는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나 교수회는 ‘제3자’에 불과하므로 (교육부의) 제외조치로 인해 직접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들에게 이 사건 제외조치를 다툴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2012년, 2013년 교육부 대학교육역량강화지원사업의 ‘총장직선제 폐지’에 관한 평가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했다. 

재판관 2명 이견… 공은 다시 대학으로

반면 이견을 낸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이 개별대학에 ‘강제성’이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두 재판관은 “(교육부) 사업지원금은 우리나라 국공립대학들이 무시하기 어려운 상당히 큰 금액으로, 각 대학들로서는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학칙을 개정하거나 그러한 학칙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국가가 국공립대학으로 하여금 총장직선제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두 재판관은 헌법소원을 낸 교수·교수(평의)회의 자격에 대해서도 “직접 수범자는 국공립대학이나, 근본적으로는 청구인들을 비롯한 각 대학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총장후보자 선출방식을 정하고 그에 따라 총장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헌재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이 개별대학에게 ‘선택사항’인지 아니면 ‘의무조항’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은 다시 대학으로 넘겨졌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