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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의혹 아직 남아있다” … 총장 자진 사퇴에도 집회 강행
“비리의혹 아직 남아있다” … 총장 자진 사퇴에도 집회 강행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6.10.19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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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교수들 총장 해임 요구 집회 “130년 만에 처음”
시위 학생들 안전 보장, 합리적 총장 선출제도 요구
5천여명 학생들 가세 “교수님 사랑해요” 외치기도
 
“교수님 사랑해요!” “교수님 감사해요!”
이화여대 학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한 지 84일째인 19일 오후, 이화여대 본관 앞은 학생들의 함성과 환호로 가득 찼다. 몇몇 학생은 교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하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가 학생들과 함께 이화여대 총장의 해임과 비리의혹 해명을 함께 요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교수들의 시위에 앞서 최경희 총장이 전격 사퇴를 선언했지만, 예정대로 시위는 진행됐다. 학생들이 대학 본부를 점령하면서까지 주장했던 최 총장의 사퇴는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이화여대의 교협과 학생들의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최경희 총장 해임을 요구하는 100여명의 교수들이 19일 오후 3시 30분부터 대학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교수들의 집회 1시간 30분 전인 오후 2시에 최경희 총장이 자진 사퇴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은 "아직 해결할 것이 남았다"며 이화여대를 상징하는 녹색 스카프를 두른채 집회를 강행했다. (사진: 최성욱 기자)
19일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후 3시 30분에 본관 앞에서 ‘최경희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교수들의 집회 및 시위’를 예고한 대로 진행했다. 교수들이 시위로 직접 나선 것은 학교 설립 이래로 130년 만에 처음이다. 교수들은 3천여명이 넘는 학생들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최경희 총장 사퇴는 받아들여졌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수들의 ‘총장 해임 요구’ 집회가 있기 1시간 30분 전인 오후 2시, 최경희 총장은  ‘총장직을 사임하면서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총장직을 내려놓을 것을 밝혔다. 최 총장은 “이제 이화가 더 이상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했다며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해,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다”고 의혹을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 최 총장의 자진 퇴임을 놓고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만큼, 교수들은 이번에 이화여대를 중심으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 진상규명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성명서 발표에 앞서 비대위는 “‘최경희 총장은 사퇴하라’라는 멘트를 준비했었다”며 “요구사항 중 하나가 받아들여졌을 뿐, 나머지 요구사항도 이뤄야 한다”며 최 총장 퇴임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한 이유를 밝혔다. 비대위가 요구하는 세 가지는 △최경희 총장 사퇴 △학내 시위 중인 학생들의 안전 보장 △재단의 지배구조 개혁 등이다.
 
김혜숙 교수협의회 회장은 “학생들은 아직도 조사를 받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여타의 법적 처벌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합리적인 총장선출제도와 재단 이사회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교수들은 80일 이상 본관에서 농성한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과 격려도 표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이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며 “교수들이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앞으로는 선생들이 대신해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비대위 교수들의 격려 속에서 일부 농성 학생들이 본관에서 나오자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또, 최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경미 교수(기독학과)는 “박근혜 정권의 가장 추악한 부분과 결탁한 비리 의혹들이 아직 남아있다”며 “눈을 똑바로 뜨고 박근혜 정권과 최경희 총장,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해왔는지 바라볼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회장 역시 성명서를 통해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딸 정 모씨과 관련된 사안은 우연한 실수가 아닌 대학 존립근거를 위협하는 폭거다”며 “최경희 총장이 이와 연관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나온 정유라 씨과 관련된 특혜의혹에 대해서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때 들은 바로는 임의적인 해석이 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봐야 하고, 의혹 상태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여러 가지 상황들이 유독 이 학생에게 집중돼 있는 것에 대해서 (학교 본부가)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협 차원에서 규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 이화여대 교수들의 집회에 다수의 학생들이 가세해 '비리척결' '해방이화'를 외쳤다. 주최측은 이날 5천여명의 학생들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사진: 최성욱 기자)
기자회견을 끝낸 200여명의 교수와 5천여명의 학생(주최 측 추산)들은 ‘이화는 우리가 바로 세우겠습니다’ ‘특혜입학 비리해명’ ‘총장선출제도 민주화’ 등의 피켓을 들고 교내를 행진했다. 행진 중에도 학생들의 합류는 계속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행진을 지켜보던 한 이화여대 관계자도 “이제까지 몇 번의 집회나 시위를 봤지만, 이 정도 규모는 처음”이라며 놀람을 표했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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