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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예보가 오락가락하는 진짜 이유는?
날씨 예보가 오락가락하는 진짜 이유는?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6.10.18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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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61. 『카오스』(제임스 글릭, 동아시아, 2013)
▲ 카오스』의 저자 제임스 글릭. 20세기의 세 번째 혁명이라 불리는 ‘카오스’ 이론. 자연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사진 제공= 동아시아 출판사.

불규칙한 현상들에 어떤 패턴이 있을까? 1987년 ‘나비효과’를 처음 세상에 알리며,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된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 옮김, 동아시아, 2013). 이 책은 20주년 기념판이 돼 여전히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한때 자연법칙을 탐구하던 과학자들은 대기와 요동치는 바다, 야생동물의 개체 수 변동, 심장과 뇌의 진동에서 나타나는 무질서에 혼란을 느꼈다.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어려운 문제들을 심오하다고만 생각했던 과학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점차 무질서에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자연의 소리는 인간이 듣기에 악기로 연주한 음악과 같지 않다. 잡음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안에는 조화가 있다. 어떤 과학은 잡음 안의 조화를 설명한다. 자연의 움직임을 견고하게 무장시킨 것이다. 바로 카오스 이론이다. 카오스 이론은 무작위한 현상들 안에 숨은 조화를 설명하는 과학이다.
1970년대에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들은 이러한 무질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수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들은 서로 다른 종류의 불규칙성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마침내 ‘복잡계’와 같은 보다 일반적인 용어로 포괄하는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을 만들었다. 과학자들은 카오스를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뒤이어 자연과학계에 일어난 20세기의 세 번째 혁명이라고 묘사했다.

자연계는 생태학자들에게 복잡한 실험실이자 상호작용하는 수백만 종들의 카오스와 같은 곳이다.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무수한 상황에서 카오스적 운동 행태를 목격했다. 실험에서 불규칙적 행태를 보았지만 수정하려하거나 때론 실험을 포기하곤 했다. 불규칙적 행태를 잡음이나 실험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카오스 현상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카오스는 예를 들어,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줄기,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 물방울이 떨어지는 수도꼭지, 날씨, 난류, 차량 행렬 등에 들어 있다. 카오스는 우리가 보고 만지는 모든 대상들에 적용된다. 이런 대상들에서 미세한 입력을 주면 어떨까. 그러면 미세한 출력이 아닌 엄청나게 큰 출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나비효과’다.

로렌츠의 나비효과와 예측하기 힘든 날씨
에드워드 노턴 로렌츠(Edward Norton Lorenz, 1917년~2008년)는 미국의 수학자이자 기상학자이자 카오스 이론의 창시자다. 로렌츠는 심오한 기후 문제를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방정식을 연구했다. 어느 날 로렌츠는 기상예보 컴퓨터에서 0.506127이라는 숫자를 잘못 입력해 0.506만을 입력하게 된다. 단지 소수점 몇 자리 아래 수 차이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너무도 달라졌다. 이에 로렌츠는 애초에 일어난 작은 움직임이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의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를 발표한다. 나비효과란 간단히 말해 브라질 정글에 사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동기가 돼 멕시코 만에 거대한 허리케인이 불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나비 효과는 카오스에서 유도된 것이었다. 나비 효과는 전문용어로 ‘초기조건의 민감성’이다. 로렌츠의 나비효과는 기상학에서 특히 중요하다. 과연 기후는 존재하는 것일까. 지구의 날씨에는 장기간의 평균치가 있는가.

사람들은 당장 몇 시간 후의 날씨뿐 아니라 며칠 후의 날씨까지 알고 싶어 한다. 이에 부합하려고 기상학자들은 구름은 어디에 있고, 따뜻한 공기는 어디에 있으며,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살핀 뒤 슈퍼컴퓨터에 집어넣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추정치를 얻으려 애쓴다.
그러나 예보는 번번이 엇나간다. 날씨는 운동하는 공기와 물의 마찰, 우주 공간으로의 열의 발산에 의해 제동이 걸린다. 그리고 태양에너지의 끊임없는 유입에 의해 추진되기에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오늘날 사람들은 인류가 기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태양이나 달 그리고 지구의 역학에 우리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물리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모든 지점에서 불안정성을 갖는 카오스의 가능성을 간과한 생각이기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예보라 해도 2~3일 후의 날씨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심지어 6~7일 후의 날씨에 대해서는 아예 무용지물인 것이 현실이다. 나비효과 때문이다.
국지성 날씨에 관해서는 어떠한 예측도 정확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기상 모델은 격자망에서 계측을 한다(현재 우리나라는 25km 격자망을 사용한다). 초기에 입력되는 일부 데이터는 추정치를 쓰는데 지상관측소의 위성이 모든 지역을 관측할 수는 없었다. 계측기 사이에는 공간이 있고 때문에 평균값으로부터 미세한 편차가 생긴다.

컴퓨터는 이 사실을 알 리 없다. 이런 작은 편차는 오차가 되고 나비효과처럼 점차 범지구적인 규모가 된다. 1주일 이상의 장기 예보가 매우 어려운 이유는 관측 초기의 기상 조건을 완전하고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처음과 다른 최소한의 차이가 전 시스템에 걸쳐서 계속 늘어난 것이다.
결국 기상학자들은 2주 후의 월요일 기온은 0도에서 30도 사이일 것이라고만 말할 수 있다. 본래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특정 시점에서 날씨의 짧은 시간 동안의 변화는 알 수 있지만 기간이 긴 경우에는 결코 알아내기 어렵다. 급류에 떠 있는 작은 배가 갈 길을 몇 초 동안은 예측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거대한 형상 이루는 똑같은 작은 형상들
난류 역시 날씨 못지않게 유서 깊은 문제다. 난류는 질서정연한 계를 카오스 상태로 변하게 하는 불가사의한 순간 중 하나이다. 독일 이론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는 신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것이 딱 두 가지 있다고 했다. 상대성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난류다.
위대한 물리학자들은 모두 난류 문제를 한번쯤은 생각했다. 난류는 매끄러운 흐름이 나선형 흐름과 소용돌이로 바뀌는 것으로 패턴은 제멋대로다. 또한 큰 규모의 운동에서 급격하게 빠져나온 에너지가 작은 규모의 운동으로 흩어지곤 한다. 현재 과학자들은 난류를 카오스 이론 안에서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생태학자와 생물학자들은 유기체

몸에 카오스가 있다고 말한다. 가지처럼 퍼져나가는 혈관의 속성은 프랙탈(fractal)적이며, 소화관 조직의 주름 속에는 또 주름이 있다. 심장박동의 진동수 스펙트럼은 지진과 경제 현상처럼 프랙탈 법칙을 따랐다. 어쩌면 오늘날 인간들은 진화한 자연 환경에 적합한 카오스적 피조물일 수 있는 것이다.
플라톤은 우주가 숨겨진 형상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시인 겸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본다고 말했다. 자연은 단순성 안에 복잡성을 숨겨놓았다.
우리의 세상은 전체로서 파악하기에는 불가사의한 것이 많고 또 복잡하다. 학자들은 세상을 단순화해서 파악 가능할 때까지 분류했다. 회전하는 소용돌이, 양치류의 잎들, 산맥의 주름, 동물의 기관들. 결국은 전체가 미세한 하나에서 반복돼 나온 복제물이었다.
인간 개개의 행동을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내재된 카오스로 치부하고, 오래 전 일어난 나비효과로 발생한다고 제임스 글릭은 주장한다. 카오스를 인정하면 인간 존재 자체를 자연의 일부인 물질로 보고, 살면서 얻은 감정조차 자연에서 심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닐지 물음은 이어진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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