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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호 새로나온 책
849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10.0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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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고에 들어오지 못한 자들, 말이 되지 못한 목소리들, 언어와 결합될 수 없었던 신체들을 찾아내고 말하게 하는 것은 식민지/제국 체제와 식민주의에 의해 좌절됐으나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잠재성들을 발견하는 일과 관련돼 있다. ……  피지배 민족이 주권적 태도를 취했다는 사실, 소수자가 대표 없이 자기를 제시하려 했다는 사실 등이 식민주의를 넘어선 세계로의 출구를 자동적으로 열어 주지는 않는다. 식민지/제국 체제의 언어-법-미디어의 문법에 대한 탐구는 그 문법이 차단하거나 포획하면서 분할해 놓은 세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잠재성들을 해방시킬 수 있는 다른 문법을 모색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차승기 조선대 교수, 『비상시의 문/법: 식민지/제국 체제의 삶, 문학, 정치』(그린비, 2016.9) 중에서

 

■ 거대한 분기: 신자유주의 위기 그 이후, 제라르 뒤메닐·도미니크 레비 지음, 김덕민·김성환 옮김, 나름북스, 236쪽, 16,000원
저자들은 19세기 후반 이후 나타난 사회 변화의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마르크스 계급 이론을 갱신해 ‘자본가-관리직-민중’의 삼중 계급 구조를 설정한다. 저자들에게 있어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중간적 위치를 점하는 관리직은 단순한 사회적 범주가 아닌 넒은 의미의 사회 계급이다.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책에서 19세기 후반부터 2008년 경제 위기까지의 자본주의 역사를 상세히 분석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19세기 말 불어닥친 대불황의 대응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관리자본주의는 2008년 경제 위기 이전까지 세 번의 구조 위기를 겪었다. 저자들은 위기 국면마다 세 계급의 역학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사회 질서’가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19세기 후반, 과도한 경쟁으로 기업의 자본 수익성이 하락하며 발생한 첫 번째 위기는 이른바 ‘삼중 혁명’(기업(법인) 혁명, 금융 혁명, 관리 혁명)을 통해 극복된다. 저자들은 특히 ‘관리 혁명’에 주목하며, 이 시기 두 가지의 사회적 타협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 대단하고 유쾌한 과학 이야기: ‘원자 사상’에서 상대성 이론까지, 브뤼스 베나므랑 지음, 김성희 옮김, 까치, 429쪽, 20,000원
프랑스 최고의 과학 유튜버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우리는 과학의 발전이 이룩해온 업적으로 세워진 세상에서 그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과학의 혜택과 업적을 배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과학의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유명한 과학자들과 이론들을 들은 적은 있지만, 그 의미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프랑스 최고의 과학 유튜브 채널 ‘생각 좀 해봅시다’의 운영자인 저자는 과학을 알고는 싶지만, 방정식과 이론의 복잡함에 가로막혀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쉽고 유쾌하게 과학을 설파한다. 복잡한 수식을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원리와 이론들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해보자고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 사회학의 기본: 사회학적 사유와 관찰(개정판), 한스 페터 헤네카 지음, 이철·박한경 옮김, 이론출판, 338쪽, 18,000원
기본에 충실하면서 쉽고 흥미로운 사회학으로 인도하는 개론서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하이델베르크대 교수인 저자가 독일 방송통신대학 교재로 수십 년간 10판을 수정 발간해온 Grundkurs Soziologie(기본과정 사회학)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다. 이 책은 네 개의 장에 필수적인 내용을 ‘사회학’의 관점에서 정돈해, 그 이론과 방법론으로 안내한다. 1장 사회학적 사고의 출발점과 기본 주제들에서는 사회학적 사고의 특수성과 유용성 및 사회학의 역사를 기술한다. 2장은 사회학의 보편 주제인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사회화와 사회적 역할이라는 개념 하에서 논의하고, 그 비판적 확장을 모색한다. 3장에서는 인간과 사회의 연결 고리로서의 ‘집단’을 짐멜을 참조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4장에서는 사회학적 측정과 시험은 실제 경험연구 실행에 필요한 중요한 내용들을 모두 담았다.

 

■ 샤를리는 누구인가?, 엠마뉘엘 토드 지음, 박아르마 옮김, 희담, 288쪽, 16,000원
프랑스는 이민자와 다문화 가정에 가장 관대한 정책을 펼쳤던 나라였지만, IS의 테러가 잇따르자 인종과 종교를 차별하는 나라로 돌아섰다. 프랑스 곳곳에서 인종, 종교 차별적인 사건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똘레랑스는 침묵하고 있다. 그만큼 이슬람에 대한 공포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별주의 양상은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적인 경제적 저성장과 고령화에 맞물려, 각 대륙에서는 민족주의, 보수화, 우경화와 고립주의 바람이 불고 있고, 반 이민, 반 이슬람 정서가 팽배해지고 있는 추세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IS테러로 인한 반 이슬람 정서와 종교간 갈등이 그 시발점처럼 보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축적돼 온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가 깊이 연관돼 있다. 역사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 이후 이 사건이 불러일으킨 다양한 사회적 파장에 주목한다.

 

■ 서구정신의 원형: 서구 보편주의를 넘어서, 남경희 지음, 아카넷, 332쪽, 14,000원
대우휴먼사이언스 12권. 서구에서는 정신 보편주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고대의 소크라테스에서 근대의 데카르트, 칸트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의 초월론, 생득론, 선험론 등 여러 전통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는 서구의 문명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부지불식간에 이러한 믿음을 공유하게 됐다. 오랜 동아시아의 전통을 지니고 있음에도, 사회의 법과 제도, 문화, 학문 등 정신문명을 이루는 우리의 사유 세계는 서구적인 것이 편재한다. 이러한 보편주의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우리의 것이 되어버린 서구(의 정신)를 올바로 인식하기 위해, 저자는 서구 정신의 기초를 이루는 사유의 원형을 여섯 가지 범주(언어, 인식, 학문, 존재, 윤리, 정치)로 구획해 분석함으로써 시대와 문화를 넘어선 것으로 간주돼 온 서양의 정신과 문화를 극복하고 변용해, 동아시아적인 철학이나 문화를 모색하는 디딤돌을 삼고자 한다.

 

■ 10월 항쟁: 1946년 10월 대구, 봉인된 시간 속으로, 김상숙 지음, 돌베개, 336쪽, 17,000원
저자는 ‘10월 사건’이 아닌 민중 항쟁으로서의 의의를 부여하고자 ‘10월 항쟁’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심지어 ‘10·1폭동’이라는 명칭에는 소수의 ‘좌익 분자’들이 일으킨 소요로서 ‘사건’을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군정과 경찰이 ‘폭동’ 또는 ‘소요’라고 규정하고 반공이 국가의 공식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항쟁은 오랜 시간 그렇게 인식됐다. 10월 항쟁이 민중 항쟁 또는 시민 항쟁으로서 평가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시위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조선공산당과 이후 무장투쟁을 이끈 남조선노동당이 반공 국가가 되는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되며 항쟁 자체가 ‘좌익’의 권력 투쟁이나 반란으로 오인됐다는 데 있다. 저자는 10월 항쟁이 노동자, 학생들과 더불어 기층 민중이 전면에 나선 시민 항쟁이었음을 90년대 이후 공개된 미군 문서와 항쟁 참여자 및 목격자의 증언 구술을 통해 새롭게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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