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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로 서로 소통하는 나무들 … 생태계의 과학
탄소로 서로 소통하는 나무들 … 생태계의 과학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6.08.16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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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53. 숲과 나무
▲ 수잔 시마드 교수는 나무가 소통하는 것을 밝혀내며 숲의 보호를 위한 4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사진 출처= 테드 강연 중에서.

숲의 신비함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특히 나무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수잔 시마드(Suzanne Simard) 교수는 지난달 16일 테드 강연 「어떻게 나무들이 소통하는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시마다 교수는 “숲의 지하는 또 다른 세상이며 무한한 생물학적 통로이다”라며 “숲은 나무들을 연결하고 소통하게끔 해 마치 지능이 있는 유기체와 같다”고 말했다.

시마드 교수는 어릴 적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있는 숲 주위에서 살았다. 그녀는 숲 속에 누워 나무를 올려다보곤 했다. 그녀는 할아버지를 따라 숲과 화합하며 공생하는 법을 배웠다. 어느 날 집에서 기르던 개가 구덩이에 빠져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와 그녀의 할아버지는 숲의 바닥을 파헤쳤다. 이 때 시마드 교수는 나무뿌리들이 드러나며 이루고 있는 모습에 반했다. 시마드 교수는 나무뿌리와 토양이 만든 접점들이야말로 숲의 토대라고 말했다.

시마드 교수는 어릴 적 경험 속에서 좀 더 알고 싶어 임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그녀는 상업적 용도로 나무가 벌목되는 상황에 절망한다. 소나무와 전나무를 대량 확보하기 위해 사시나무와 자작나무가 잘려나갔다. 『천년도서관 숲』(메디치, 2015)의 저자 김외정에 따르면, 소나무는 고급 목재로서 조선시대 궁궐을 짓는데 사용됐다. 특히 소나무의 장작과 솔잎은 땔감으로 쓰였고, 소나무의 잎과 씨, 가루 등은 식·약용으로 활용됐다. 한편, 전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교목으로 건축, 자재, 펄프 재료로 쓰인다.

김외정은 책에서 “지구를 지배한 것은 뇌 용량 1350cc의 인간이 아니라 뇌가 없는 식물”이라고 적었다. 그는 식물에 대해 “복잡한 뇌를 포기한 대신 정교한 호르몬으로 주위를 인식하고 반응하며, 햇빛과 양분을 얻고, 꽃과 잎을 피우며, 종자를 결실한다”면서 “미생물과 힘을 합쳐 땅속 유선 통신망을 개설하고, 지상에서는 페로몬으로 무선통신망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마드 교수가 말하는 숲 속 나무들이 지닌 소통의 능력과 일맥상통한다. 김외정은 “식물은 유무선 통신망으로 자신은 물론 동료와도 소통하며 병균과 해충 침입에 대처하는 불가사의한 생존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적었다.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한 소나무 묘목뿌리가 다른 소나무 묘목뿌리에게 탄소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실험실에서만 확인한 사실이었다. 시마드 교수는 실제 숲의 땅에서도 뿌리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물론 연구비 받기는 쉽지 않았다. 25년 전, 시마드 교수는 자작나무, 더글라스 전나무, 미국 삼나무 세 종 80그루를 심었다. 그녀는 자작나무와 전나무만 땅속 망에서 서로 연결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시마드 교수 연구팀은 벌레와 회색곰 등을 피해 실험을 이어갔다.
연구팀은 먼저 자작나무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비닐로 덮어 씌웠다. 그리고 탄소-14 발사성 가스를 자작나무에 주입했다. 마찬가지로 전나무에 안정적인 탄소-13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했다. 두 개의 동위원소를 쓴 것은 커뮤니케이션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80개 나무는 모두 실험 준비를 마쳤다.

▲ -숲의 땅에는 거대한 균사체 네트워크가 조성돼 있다. 사진출처= 테드 강연 중에서

나무가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당으로 만들어 뿌리로 보내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시마드 교수는 가정했다. 또한 나무들은 탄소를 지하 뿌리망에서 다른 이웃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생각했다. 자작나무를 먼저 확인해본 결과 방사선 가스를 빨아들였다. 방사선 물질 탐지기인 가이거 계수관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전나무 역시 반응을 보였다. 나무가 탄소를 공유한 것이다.
전나무가 그늘에 가려져 광합성을 못하면 자작나무가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삼나무는 무반응이었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듯이, 자작나무와 전나무는 상호 의존적이었다. 시마드 교수는 “내 연구 결과가 삼림에 대한 단순 벌목과 제초에서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삼림 전체를 고려하는 방법으로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30년이 걸리는 실험 재배를 실시하기도 했다.

▲ 나무가 서로 탄소를 공유하는 그림. 사진출처= 테드 강연 중에서

나무는 탄소만이 아니라 질소, 인, 물, 방어 신호, 화학 물질과 호르몬 등으로도 커뮤니케이션 한다. 과학자들은 숲의 지하에서 일어나는 공생을 균근(菌根, 균류와 나무뿌리의 공생 관계)으로 지칭한다. 균류 중 숲 속에서 흔히 발견되는 버섯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버섯 줄기에서 나오는 眞菌類는 균사체를 형성한다. 菌絲體는 모든 나무와 식물의 뿌리를 감염시킨다. 균류 세포는 영양소인 탄소를 나무 세포와 교환한다. 균류는 토양으로 생성되는 영양소(당과 같은 탄소함유물질)를 얻고 토양 입자들을 뒤덮는다. 탄소가 퍼져나가는 것이다.

균류들은 나무에게 필요한 질소나 인도 섭취할 수 있도록, 특수 효소를 만들어 질과 인이 뿌리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한편, 균사체의 엉켜있음은 매우 밀도가 높아 사람 한 발자국에 수백 킬로미터도 될 수 있다. 특히 균사체는 같은 종뿐만 아니라 다른 종끼리, 예를 들어 자작나무와 전나무를 연결시킨다. 마치 인터넷 네트워와 같이 균사체도 노드와 링크가 있다고 시마드 교수는 설명했다. 
허브 나무들은 엄마 나무들처럼 자식들을 양육한다. 하나의 엄마 나무들은 수백 그루의 다른 나무들과 연결될 수 있다. 동위원소 추적기를 사용한 결과, 이 엄마 나무는 균사체 네트워크를 통해 묘목들에게 남는 탄소를 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묘목의 생존률은 4배나 높아진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무들 역시 자신들의 자식을 인식하고, 낯선 씨앗을 배제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엄마 나무들은 더 거대한 균사체 네트워크를 통해 자식들을 서식하게 한다. 더 많은 탄소를 보내는 것이다. 심지어 엄마 나무들은 자식들을 위해 뿌리에서 발생하는 경쟁을 줄여 자식들이 커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준다. 엄마 나무가 위협에 처하면 다음 세대의 씨앗에게 지혜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결국 나무들은 서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시마드 교수는 허브 나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몇몇 허브 나무들은 베어질 수 있지만 임계점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허브 나무를 없애면 숲의 시스템이 망가지는 셈이다.

세계자원연구소(the World Resources Institute)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산림 교란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매해 3.6% 정도다. 이는 지속 가능한 산림을 위한 수치보다 4배나 더 많은 것이다.
시마드 교수는 산림의 자정 능력을 강조하며 4가지 주장을 펼쳤다. 첫째, 우리 모두는 숲에서 나와야 하며 지역 특수성에 맞는 숲을 재조성해야 한다. 둘째, 오래된 숲은 보존해야 한다. 유전자의 저장소이자 엄마 나무들과 균사체의 네트워크가 바로 숲이다. 그러니 덜 베자는 뜻이다. 셋째, 나무를 베더라도 그 유산을 보호하자. 엄마 나무들과 네트워크가 가진 지혜가 묘목에 전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숲이 자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과 유전자형, 구조의 숲으로 재조성하자.
숲 속 생태계가 보여주는 놀라운 사실은 인간 생태계에도 유의미할 수 있다. 나무의 커뮤니케이션이 보여주는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어떨까.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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