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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추구를 인생의 핵심으로 삼았던 거인의 결정판 전기
진리 추구를 인생의 핵심으로 삼았던 거인의 결정판 전기
  • 교수신문
  • 승인 2016.06.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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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아이작 뉴턴』 (전4권) 리처드 웨스트풀 지음|김한영·김희봉 옮김|이무현 감수|알마|4권 세트 120,000원

이 평전에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것, 뉴턴의 활동이 추구했던 대상,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일에 오롯이 전념한 한 인생의 실체에 초점을 맞췄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뉴턴의 전기를 쓰려고 하는가? 이 서문에서 두 번째로 고백하건대, 나는 그 질문을 점점 더 자주 나 자신에게 해왔다. 젊다는 자신감만으로 이 일에 투신했을 때 나중에 결국 이런 자기 회의에 빠지리란 걸 알았더라면, 분명 첫 걸음조차 떼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 노역을 기꺼이 떠맡았지만, 사실 길고도 험난한 과업이 되리라고 감지 정도는 했었다.

비록 지금은 그 생각이 기대와 현실의 깊은 틈을 가리키는 징표가 되고 말았지만, 당시에 난 이 일이 아마 10년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고 그 시점에서 내 인생에 그 시간은 그리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20년을 예상했더라도 등을 돌리지 않았을 테지만, 다른 하나의 틈, 즉 나와 주제 사이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예상치 못한 심연은 또다른 문제일 수 있었다. 앞을 내다보기보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내게 남아 있는 청교도적 윤리의 영향 때문인지, 그렇게 열심히 했던 노역의 결실을 버린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기 싫다.

이 문제에 있어, 앞으로 뉴턴의 전기를 쓰게 될 다른 어떤 작가가 이 똑같은 딜레마를 피할 수 있을까? 또 한 명의 뉴턴만이 그의 존재 속으로 충분히 들어가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이 벌이는 사업의 경제성을 감안할 때 그 두 번째 뉴턴의 첫 번째 뉴턴의 전기에 전념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역사에 어떤 역할이 있다면(나는 그런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의문시하는 정도까지 회의를 키운 적이 한 번도 없다), 역사는 틀림없이 그 두 명의 뉴턴을 다룰 것이다. 사정을 아는 사람은 누구나 125년이 지난 데이비드 브루스터 경(Sir David Brewster)의 걸작을 대체할 새 전기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열망을 품고 새 전기를 쓴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실패한 곳에서 내가 성공했는지를 결정하는 건 나의 몫이 아니다. 앞의 단락이 넌지시 비추는 그 모든 망설임에도, 나는 현대의 전기작가들이 이미 크게 기여해놓은 이해를 조금이나마 증진시키리라는 바람으로 오랜 세월의 결과물을 역사의 제단 위에 바친다.

나는 뉴턴의 저기를 쓸 때 전기란 일종의 문학 형식이라는 이해에 따라, 이 책이 뉴턴 과학에 대한 평론이 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고, 그런 의미에서 과학자 뉴턴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뉴턴은 한편으로 신학, 다른 한편으로 조폐국 행정에 이르기까지 전기 작가가 무시할 수 없는 여러 활동에 폭넓게 전념했다. 하지만 그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 하나, 시대를 초월한 중요한 과학자였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저작을 과학적 저기로, 즉 뉴턴의 과학적 이력을 핵심 주제로 삼은 평전으로 간주하고자 한다.

나의 목표는 뉴턴의 과학을 ‘근대 지식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잘 마무리된 완성품’으로 다루기보다는, ‘근대 지식을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로 대변하는 살아 있는 한 인간의 발전과정’으로 제시하는 데 있다. 과학자와 철학자는 완성품을 탐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평전에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것, 뉴턴의 활동이 추구했던 대상,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일에 오롯이 전념한 한 인생의 실체에 초점을 맞췄다. 그에 따라 그의 과학적 노력을 삶의 배경, 즉 처음에는 울즈소프와 그랜섬, 다음으로 케임브리지, 마지막으로 런던에서의 삶과 연결지어 제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필적할 대상이 드물 정도로 뉴턴은 학문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아주 불편하게 여겼던 탓에 그들과 항상 거리를 두었고 주로 혼자만의 연구를 위한 환경에서 살았다.

케임브리지나 런던보다는 뉴턴의 책들이 그가 살다간 생의 맥락을 더 많이 제공해준다. 뉴턴에 대한 전기작가가 이 진실을 무시한다면 제 무덤을 파는 셈이다. 나는 그 점을 명심하고서, 비록 과학적 진리에 배타적으로 매달리진 않았지만 진리 추구를 인생의 핵심으로 삼았던 뉴턴의 모습을 그려내려 최선을 다했다. 이 과제에 얼마나 성공했느냐가 이 전기의 전체적인 성공을 가늠할 것이다.

이 놀랄만한 뉴턴의 새로운 전기를 집필한 이는 인디애나대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사를 가르쳤던 리처드 S. 웨스트폴이다. 대표작인 이 책(원제: Never at Rest, 1980)은 1983년에 과학사 부문 최고의 책으로 선정돼 과학사학회의 파이저상을 받았다. 『뉴턴 물리학에서의 힘』『근대 과학의 구조』, 『갈릴레오 재판에 대한 에세이』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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