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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죽음과 나의 죽음
신문의 죽음과 나의 죽음
  • 교수신문
  • 승인 2016.06.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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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오솔길, 텍스트 읽기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나는 전형적인 아날로그형 인간으로 다지털 세계가 전통 저널리즘을 변형시키는 수준을 넘어 아예 죽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권태호도 우려했듯이, 특히 언론사들이 디지털을 강화하면 할수록 지금보다 진영 논리가 강한 기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아무리 댓글 세계가 ‘배설 공간’이라지만, 정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반대편에 대한 욕설과 저주 일변도라 “배설 한번 더럽게 하네”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젠 이야기를 끝낼 때가 온 것 같다. 독자들은 이미 감잡으셨겠지만, 내 이런 불평은 이 글의 부제목 그대로 ‘어느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 시대 분투기’에 불과하다. 다수결의 원리에 따르자면, 남들 다 하는 SNS를 한사코 거부하는 내가 이상한 것이지, SNS를 비롯한 디지털 세계의 문법에 충실한 이들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어쩌면 내 불평은 디지털 문법을 잘 구사하는 이들에 대하 부적응자의 질투나 시기심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이렇게 먹어야 오래 산다는 게 내 생활철학이다.
아니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아날로그형 글쓰기에 특권을 부여할 필요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SNS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한다. 똑같은 노동이거나 엔터테인먼트일 뿐이다. 오히려 떳떳치 않게 생각하는 쪽은 나다. 내가 내 글쓰기에 대해 “질보다는 양”이라고 외치는 건 내 ‘多作 콤플렉스’의 표현일 게다. 책을 워낙 많이 내다보니, 아는 분들에게서 “또 냈어?”라는 약간 짜증 섞인 인사를 받아서 생긴 콤플렉스다. 그래서 최근 출간한 어느 책의 ‘머리말’에선 이런 변명까지 했다.


“누구는 국가와 결혼했다고 하고, 또 누구는 ‘내 인생은 이미 공적인 일에 바쳤다’(박원순)고 하지만, 나는 책 쓰기에 내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이니, 내가 책을 양산해내는 걸 비판하시더라도 적당히 비판해주시면 고맙겠다. 이 책에 실린 주장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이 책의 내용은 현 상황에선 희소성과 더불어 그 나름의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걸 인정해주신다면 더욱 고맙겠다.”


나의 책 사랑은 신문 사랑에서 비롯된 것 같다. 나는 종이 신문이 좋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종이신문은 죽어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종이신문 구독률은 14.3퍼센트로, 1996년의 69.3퍼센트에서 55퍼센트포인트나 감소했다. 특히 20대의 종이신문 이용시간은 하루 평균 2.5분(150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방법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이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2 한국 미디어 패널조사’에선 가구당 신문 구독률이 10가구에 1가구꼴인 11.6퍼센트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종이신문 구독은 계속 하락세를 치닫고 있으니, 이 정도면 ‘신문의 죽음;이란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신문의 죽음에 맞춰 나 역시 죽어가고 있다. 디지털 속도 전쟁이 거스를 수 없는 문명사적 변화라면 체념하는 건 물론 수긍하고 적응해야겠지만, 이젠 좀 나이가 먹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게다가 우리의 삶에 더 많은 하이테크(첨단기술)를 도입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하이터치(고감성) 균형을 찾게 된다는 존 네이비스트(John Naisbitt)의 주장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면, 소규모라나 아날로그에 대한 복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게 돼 있는 바, 내 연명 공간도 존재하는 셈이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종이신문을 읽었고 내일도 읽을 것이다. 종이신문이 없는 일요일 아침이 아쉽지만, 그날은 아내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가 『성경』을 읽는다.

이 글은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와 이창근 광운대 명예교수, 조흡 동국대 문화학술원 교수, 원용진 서강대 교수가 함께 쓴 『미디어 숲에서 나를 돌아보다: 미디어 연구자 4인의 체험기』(인물과사상사, 255쪽, 13,000원)에서 가져왔다. 이 책은 이들 미디어 연구자 4인의 전공인 ‘매스미디어’에 대한 각자의 체험과 기억, 그리고 생각을 적은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특히 ‘종이신문’의 쇠락과 죽음을 애도하는 강준만 교수의 ‘아날로그’ 향수에서 디지털시대의 명암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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