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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지역격차’ 다룬 경상대·충남대 공동학술세미나
[학술대회]‘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지역격차’ 다룬 경상대·충남대 공동학술세미나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2.1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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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7 11:26:01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고리 헨더슨은 “서울은 단순히 한국의 최대 도시가 아니라 서울이 곧 한국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을 서울공화국이라 부를 만큼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의 비대칭적 과대성장은 그 동안 비수도권 지역주민으로 하여금 엄청난 소외감을 안겨줘왔다.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간 수도권 집중문제와 지역간 균형발전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것이 정말 심각한 문제이고,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사회통합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서울이 곧 한국이다” 격차실태 비교

지난달 29일 경상대 남명학관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지역격차’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지역 학자들을 중심으로 지역격차 문제를 본격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과 충남대 사회과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학술세미나의 제2분과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수도권 집중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과정의 변화를 비롯, 경제격차, 복지격차, 정보격차, 여성활동 등 분야별 격차의 실태를 살펴보고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각종 통계지표가 보여주는 지역간 격차의 폭이 너무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집중의 실태와 정책적 대응의 변화과정’을 발표한 이시원 경상대 교수(정치행정학부)는 전 인구의 46.3%, 주요 중추기능의 86%, 정보산업 등 주요 지식 기반산업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실태자료를 통해 수도권 집중의 실태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인구의 집중현상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OECD 국가 가운데서는 최고의 집중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수도권의 인구집중도가 비교적 높은 일본(31.9%), 영국(11.8%), 프랑스(18.5%)와 비교해보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27개 중앙행정부처 전부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으며 중앙부처 산하의 소속기관들도 87.6%가 수도권에 소재해있다는 분석도 “왜 정부기관이 모두 서울에 있어야 하느냐” 하는 의문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그 외 지식기반산업의 대표격인 소프트웨어 사업자수의 경우, 전체 5천4백여개 가운데 수도권이 4천여개를 차지한다는 등 각 분야의 집중화 사례가 열거되고 있다.

이런 중앙집중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분석은 박경 목원대 교수(디지털경제학과)와 강현수 중부대 교수(도시계획학과)가 공동집필한 ‘수도권 경제력 집중의 실태와 개선방안’에 잘 나타나 있다. “그동안 수십년에 걸쳐 대책이 실시됐지만, IMF 이후 이 문제가 양적, 질적으로 더욱 심화된 이유는, 그 동안 수도권 집중 억제 대책이 정치·행정체제의 분권화와 민주화, 재벌의 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개혁은 외면한 채, 물리적 기능의 분산만을 추구하는 규제위주의 정책이었기 때문이다”라는 지적이 그것. 두 교수는 앞으로 근본적·구조적 차원의 개혁이 “단순한 정책적 차원의 처방을 넘어 사회운동적 차원의 실천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민주적 병리현상 진단 아쉬워

이번 심포지엄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이시원 교수가 이 완고한 중앙집중화 구조를 허물어뜨릴 수 있는 ‘균열’로 제시하고 있는 증거들이다. 그는 “국가경쟁력을 명분으로 한 수도권 자치단체의 압력과 정부당국의 수도권 집중 완화 경향에 대한 비수도권 자치단체의 저항이 최근에 조직화돼기 시작했다”며 비록 느슨한 수준이긴 하지만,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연대적인 움직임과 지식인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지역분권 운동은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중요한 외재적 메카니즘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현상분석은 정책결정과정의 안정과 변동에 관한 동태적 설명모형으로 미국을 비롯한 구미국가에서 1988년부터 적용돼온 ‘옹호연합모형’의 설명방식을 따른 것이다.

그 외 ‘사회복지 격차’를 다룬 류진석 충남대 교수(사회복지학과)의 논문, 신희권 충남대 교수(자치행정학과)의 ‘지역간 문화격차의 명암’, 김주찬 경상대 교수(정치행정학부)의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정보격차의 실태와 개선방안’, 이혜숙 경상대 교수(사회학과)의 ‘지역격차와 여성’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다만 이번 심포지엄이 지역간 격차의 현황에 대한 통계적 접근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객관적 지표에 현실을 겹쳐보는 자료의존성이 두드러졌다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다. 중앙집중화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이런 지표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만한 것이지만, 그래도 다원주의적 가치가 획일화되는 근본적 비민주적 병리현상에 대한 진단이 빠졌다는 부분은 아무래도 심포지엄 전체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원인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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