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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침략에 따른 철학·문화적 긴박감 … 근현대 중국의 탄생 알렸다
서구의 침략에 따른 철학·문화적 긴박감 … 근현대 중국의 탄생 알렸다
  • 교수신문
  • 승인 2016.05.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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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말, 말_ 『처음 읽는 중국 현대철학』 중국현대철학연구회 지음|동녘|356쪽|18,000원

근대 중국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기의 시기였습니다. 중국의 역사에서 이민족의 침입에 의한 왕조 교체는 자주 있었던 일입니다.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 역시 동북의 소수민족인 만주족에 의해 창건됐습니다. 우리는 흔히 중국의 역사가 대부분 한족에 의해 지배됐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에서 이민족의 지배는 생각보다 훨씬 길게 진행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으로 별다른 마찰이 빚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중국의 독특한 華夷論에 있습니다. 춘추시대 이래로 중국에서 中華의 기분은 종족보다는 그 문화에 있었습니다. 몽골족이 지배한 원나라나 만주족의 청나라는 모두 유학을 국가 이념으로 삼고 전통문화를 계승했다는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근대의 위기가 심각한 의미를 갖는 것은 그 충격이 문화와 전통을 완전히 달리하는 서구의 침략에 의한 것이라는 데서 비롯됩니다. 철학이나 문화의 측면에서 이러한 긴박감은 더욱 명백하게 나타납니다. 중국은 외부에서 유입된 사상을 자신의 전통사상으로 해석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형성돼 왔습니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이후 중국 특유의 천태종이나 선종으로 거듭난 것은 그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근대 중국에서는 지식인들이 오히려 서구의 개념을 사용해 중국의 전통사상을 해석했습니다. 그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格義’의 방식이 거꾸로 적용됐다는 점에서 이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근대 중국 지식인의 가장 중요한 관심은 ‘중국을 외세의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였으며, 나아가 ‘중국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였습니다.
중국의 지식인들이 민족의 위기, 물리듯 밀려드는 西學의 공세에 직면해서 어떻게 대응했는가는 흥미 있는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철학사에서 근현대 중국이 의미를 갖는 것도 이 시기에 춘추시대에 비견될 만큼 새롭고 다양한 사상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상의 탄생은 아무 때나 이뤄질 수 없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시대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정치·사회·문화의 거대한 변환기에 철학은 새로운 날개를 폅니다. 그런 점에서 근현대 중국은 새로운 사상의 탄생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현대 중국의 사상 흐름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전통 유학의 근대적 전환, 둘째 현대 신유학의 등장, 셋째 사회주의의 도입과 발전입니다. 이 책은 이를 바탕으로 각 사상 조류의 대표적인 철학자들을 뽑아 그 주요 사상을 소개하고 분석한 글들을 묶었습니다. 전통 철학사상을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고, 이를 개혁의 근거로 삼은 것은 근대 이래 중국 지식인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시도는 유학을 비롯한 중국 철학에 새로운 생명력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의 그늘 아래 경제뿐만 아니라 사상·문화 영역에서도 획일화돼가는 추세에서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연도 중앙대 교양대학 교수(중국 근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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