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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서울' '대규모' 대학에 쏠리고 규모는 제자리걸음만
기부금 '서울' '대규모' 대학에 쏠리고 규모는 제자리걸음만
  • 이재 기자
  • 승인 2016.04.04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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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총액 대학 전체 수입의 1.7% 그쳐

기부금은 개인과 기업, 단체, 기관 등이 대가 없이 대학에 기증한 돈이다. 등록금, 국고보조금, 법인전입금과 함께 사립대의 중요한 수입 중 하나다. 특히 최근 정부가 지속적으로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기부금은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해외에서도 명문대학들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기부금을 모금해 대학 운영에 쓰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현재 국내 대학가의 기부금 규모는 초라한 수준이다. 지난 2014년 국내 153개 사립대 기부금 총액은 4천37억원에 그쳤다. 사립대 전체 수입 총액의 1.7%에 불과한 수치다.

국내 대학 가운데 기부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사립대는 연세대다. 지난 2014년 연세대는 50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금했다. 고려대는 356억원을 모아 2위를 차지했고 동국대(226억원), 성균관대(165억원), 한양대(161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들 5개 대학이 모금한 기부금만 1천408억원에 달한다.

이들 대학의 뒤로는 경희대(153억원), 서강대(143억원), 중앙대(110억원), 영남대(108억원), 이화여대(106억원)가 따라붙었다. 이들 10개 대학은 지난 2014년 국내 153개 사립대의 기부금 총액 4천37억원의 절반(50.5%)인 2천39억원을 독식했다. 11위로 집계된 대구가톨릭대는 77억원을 모금하는데 그쳐 10위인 이화여대와의 격차가 약 30억원에 달했다.

이들 상위권 10개 대학은 뚜렷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먼저 영남대를 제외한 9곳 모두 서울소재 대학이었고, 서강대를 제외하면 재학생 규모 2만명 이상의 대규모 대학이다. 결국 서울에 위치한 대규모 사립대가 전국의 기부금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 대학가에서 ‘기부금 선진국’으로 불리고 있는 미국은 사정이 달랐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교육지원위원회가 지난 2015년 미국 대학 기부금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이 모금한 기부금 총액 가운데 상위 10개 대학이 받은 기부금 비율은 1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미국에서는 역대 최대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왜 이런 차이가 나고 있을까?

해답은 기부목적에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사립대 교비회계 기부자별 기부금 현황’에 따르면 개인의 기부금 총액은 지난 2010년 109억원에서 지난 2014년 121억원으로 약 20억원 늘었다. 기업체의 기부금 역시 같은 기간 102억원에서 147억원으로 45억원 가량 늘었다. 반면 단체·기관의 기부금 총액은 지난 2010년 약 229억원에서 2014년 약 129억원으로 100억원이 반토막났다.

성균관대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로 홍보를 위해 대학에 기부를 늘린 반면 기관과 단체는 경제난으로 운영상의 어려움이 커져 기부금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대규모 대학에 집중 기부하는 것이 지역의 중소규모 대학에 골고루 지원하는 것보다 기업의 홍보에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기부금에 대한 세제헤택 등이 기부문화가 활성화된 선진국에 비해 미비해 개인의 기부금도 더 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처럼 기부금이 일부 대학에 쏠리면서 학생간 기부금 격차도 커지고 있다. 서울 사립대 학생 1인당 기부금은 52만6천원인데 반해 비수도권 광역시외 지역에 소재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1인당 기부금은 16만6천원에 그쳤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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