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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 사학의 공공성을 말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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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02.1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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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7 10:39:18

노태구 / 경기대·정치학

2002년 11월 4일은 안산공과대학에서 교수협의회(이하 교협)가 발족한 날이다. 이날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이하 사교련)를 대표해 출범식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여한 교수들은 아직도 교협(또는 교수평의회)에는 관심을 가지나 교수노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래서 과연 교수노조의 설립이 때가 이른 것인지 양 조직의 성격과 특징을 비교하며 설명하는 것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올 연말 대통령선거를 맞아 사립대학의 미래를 위해 기대가 큰 것 같아 여기에서도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교수노조의 합법화의 필요성과 관련해 언급하고자 한다.
교수의 직분은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면서 주말이 되면 등산 등으로 건강관리를 하면서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오늘 우리 대학의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지금도 학원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해임되거나 재임용 탈락 등으로 해직된 교수들이 황량한 거리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교수들은 재단과 대학당국의 비리와 부정을 눈감고 모른 체하고 심지어 권력집단에 빌붙어 침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해직교수들에 대한 불이익이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그들 자신에게도 돌아올 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2002년부터 계약·연봉제가 실시되면서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독점 재벌체제 중심의 천민자본주의 경제논리가 대학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 비전문적인 재력가가 전문적인 지식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학문의 전당에서 최고 지성인들의 논리가 아닌 폭거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개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계약제의 선행조건인 교협을 공식기구화 하거나 교수확보율부터 충원하고 나서 시행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교협이 학칙 기구화 되거나 학교행정에(일부라도) 참여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아직도 사립대학의 경우, 많은 대학들이 교협의 결성마저 방해하고 있다.
사교련이나 전국교수회가 이들을 법적으로 보장받으려고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대학은 매우 드문 실정이다. 그것은 교협이 협의회로서 가지는 한계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대학에서는 교협이 유니온 샵(Union Shop)의 형태를 띄고 있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교수노조의 필요성은 교협의 한계에서 뚜렷해진다. 교수노조는 노동조합에 근거해서 보호를 받게 된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학교 당국이나 사학법인은 교수노조와 협약을 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그리고 합의된 사항은 법에 우선해서 효력을 가지게 된다.
지금 직원노조는 노조 3인이 직원의 징계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을 단체협약을 통해 보장받고 있다. 교수의 재임용 탈락은 아무 이유가 없어도 되지만, 조합원의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양조직의 관계를 이솝우화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비유해 보자.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만 하면 미리 방울 소리를 듣고 안정적으로 피할 수 있어 모두의 생명을 보호할 수가 있게 된다는 우화인데, 이럴 경우 바로 방울을 다는 일은 교수노조를 결성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비록 방울은 달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회의를 하고 노력을 해 가면 고양이는 쥐들의 이런 논의에 분노와 위협을 느끼면서 동시에 더 이상 쥐들을 잡아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생명의 위협을 크게 느끼게 된다. 이 쥐들의 모임의 시도가 교협의 결성과 활동에 비교할 수 있다. 쥐들이 결코 목에 방울을 달 수 없다고 포기하면 언젠가는 모두 고양이에 잡혀 먹게 되는데 이 경우는 교협도 노조도 부재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노조와 같은 변혁적인 운동단체에 힘입어 온건한 복지수준의 개혁이라도 이룬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교수노조가 있기 때문에 노조보다는 교협과 대화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대학이 많이 생길 것이다. 사립대학의 교육개혁의 열악한 현실을 두고 당장에는 이 양 기구의 영역, 조직형태의 특수성을 살피면서 잘 활용하면 상호보완적이며 상향적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은 12월 19일 대선에서 대학의 이러한 문제들을 예의 통찰한 후보가 당선돼 궁극적으로 교수노조를 제도화하고 사립대학의 미래를 밝게 해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새로운 대통령의 대학개혁의 지도력으로 思事如山으로 事事如水해가는 교육구국의 정치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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