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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도시에서 韓屋의 비전을
책의 도시에서 韓屋의 비전을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3.21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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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을 열며

 

이 글은 2016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설치에 맞춰 발간한 ‘2016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저널’ <한국의 전통건축>에 실린 이기웅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열화당 대표·출판도시 명예이사장)의 「라이프치히와의 인연, 그리고 한국건축의 비전」이다.

▲ 이기웅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

라이프치히 도서전을 향한 우리의 그리움은 분단 한국이라는 命運에 처한 우리의 입장을 바탕으로 한 發心이다.

지난해 독일은 통일 25주년을 맞았다. 우리는 아직도 요원한 분단 현실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분단의 접경지역에 출판도시를 터 잡아 건설을 추진해 온 지 어언 이십오년, 사반세기라는 세월을 보냈다. 책을 통해서 독일과 소통하려는 우리의 발심은 1988년 출판도시를 추진하면서 우리의 가슴 한켠에 크게 잠재해 있었음을 오늘에야 구체적으로 깨닫는다.
우리 계획이 라이프치히 도서전을 조직하고 운영해 온 책의 도시 라이프치히시 당국과는 아무 관계없이 설정된 假說로 보이지만, 실은 매우 의미 깊은 사연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책의 도시 라이프치히와 책의 도시 파주 북시티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셈이다.


파주 출판도시 프로젝트는 이단계 ‘책과 영화의 도시’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완공되거나 착공에 이른 필지가 팔십퍼센트를 넘기고 있다. 그러나 출판도시의 정신이 2단계에만 머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는 3단계 사업인 ‘고양북팜시티 사업’을 차근히 추진하고 있다.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는 이러한 고양북팜시티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들과 교류하는 사업으로, 라이프치히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도시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라이프치히와의 인연, 그리고 한국건축의 비전 차원에서 독일, 스위스 국경의 환경친화도시 프라이부르크 방문, 견학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도서전에 처음 참여했던 2013년에는 「한글」전을, 2014년에는 「韓食」전을, 그리고 지난해인 2015년에는 「韓服」전을 운영한 바 있다. 그리고 네 번째로 2016년 우리는 한국의 전통건축을 주제로 한 전시를 준비했다. 그러니까 인간문화의 가장 기초인 언어와 의식주 등 네 테마를 모두 훑어보는 셈이 된다.


2016년 3월, 우리는 유서 깊은 문화의 古都, 책의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한국건축을 되새기며, 오늘날 그것이 가지는 가치를 생각해 보는 역사의 향연을 마련한다. 우리가 준비한 테마는 ‘자연을 닮은 집, 지혜를 담은 집’이다. 우리는 한국전통건축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정신, 그리고 그것이 구현된 모습에 주목했다. 그 정신은 山川과 大地를 인체나 건축물과 분리하지 않는 정신이며, 산천과 대지에 흐르는 生氣의 흐름에 맞춰 居住의 모양새를 갖추는 정신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에게 거주한다는 것은, 단지 집이라는 단일 건축물을 짓고 또 그 안에서 산다는 것을 뜻하지 않았다. 그것은 차라리 어떤 山勢와 地勢의 기운 아래에 삶터를 앉힌다는 것, 주변 山水와 적절히 교응하며 삶을 조화 속에서 영위해 간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상은 집터를 잡는 일에서부터 건물의 높이를 정하는 일, 창과 문을 내는 일, 재료를 선택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한국건축의 거의 모든 분야를 지배하며 한국건축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환경지속가능성이 세계의 큰 이슈가 된 오늘날의 시점에서, 이러한 독특한 주거사상과 그 구현인 한국전통건축은 근대화의 시기를 거치며 잊고 있던 우리 자신도 되살려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인 모두의 관심이 돼야 마땅하다. 전쟁을 겪으며 한국은 고난의 시절을 겪었고, 여전히 분투하고 있는 작은 나라이지만,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커 온 주거의 사상과 문화, 그리고 그 결실인 건축물은 萬人, 萬世代의 귀감이 될 만하다. 한국전통건축엔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연과 상생하면서도 인간의 삶을 따뜻이 돌보는 성숙한 삶의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그 건축은 한반도의 오래된 산물이지만, 그것은 과거의 것으로 묶어 두고 감상만 하기보다는 오늘의 세계에 전파돼야 마땅한 빛나는 삶의 지혜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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