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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 통해 세계로 확장된 인류 지성
‘방정식’ 통해 세계로 확장된 인류 지성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6.03.0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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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 이언 스튜어트 교수의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

학창 시절 우리를 ‘괴롭혔던’ 공식을 재밌게 풀어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3천500년 전 한 농부가 토지를 측량하면서
처음 생겨나 현대의 삼각 측량법으로까지 이어진다.

 

‘등호(=)’는 평행선이다. 수학을 전공했지만 정작 한 번도 고민해보지 못했던 등호의 배경을 드디어 알게 됐다. 너무나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등호는 로버트 레코드가 1557년 『지혜의 숫돌』에서 처음 언급한다. 레코드는 “∼는 ∼와 같다”라는 말을 지루하게 반복하지 않도록 서로 평행한 두 선을 사용했다. 이언 스튜어트 교수의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김지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6.2)은 이렇듯 수학사를 통해 흐르는 인류의 지성을 들춰낸다.


이 책은 수학사를 방정식과 방정식 적용의 관점으로 풀어냈다. 스튜어트는 “방정식은 수학과 과학, 그리고 기술의 혈맥”이라면서 “방정식이 없었다면 우리가 사는 세계의 모습은 지금과는 매우 달랐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방정식은 비록 실체가 없지만 인류 지성의 집약체이고 수렴이다. 그는 “방정식의 힘은 수학이라는 인간 정신의 집합적 창조와 물리적 외부 세계 사이의, 철학적으로 쉽지 않은 교신에 바탕을 둔다”고 적었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국내에도 손으로 꼽을 정도일 것이다. 그만큼 방대한 사상이 녹아 있다. 수학과 철학, 물리학과 천문학을 오가는 저자와, 이를 우리말로 잘 풀어낸 번역자의 솜씨가 일품이다. 스튜어트 교수는 수학자라기보단 과학사를 전공한 학자처럼 보인다.

철학, 물리학, 천문학 이해도 녹아 있어 
예를 들어, 4장에선 중력 법칙의 발견을 둘러싸고 고발이 이어졌다. 뉴턴과 로버트 훅의 공방은 중력 방정식과 과학사적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뉴턴의 중력 법칙은 사실, 왕립 학회의 실험 큐레이터였던 로버트 훅이 맞다. 뉴턴의 기여는 중력 법칙으로부터 타원 궤도의 미분 방정식을 처음으로 도출해낸 것이다. 이 방정식이 중력 법칙을 증명하는 열쇠였다.
뉴턴의 업적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행성 궤도에 대한 추론을 했다는 데 있다. 태양과 행성에 대한 뉴턴의 업적은 태양계의 다른 모든 물체들까지 고려하는 삼체 문제(three-body case)로까지 확장된다. 바통은 푸엥카레가 받는다. 그리고 푸엥카레가 절망한 복잡성은 카오스 이론으로 실마리를 찾는다. 책의 표지엔 잎사귀가 달린 사과 한 개가 놓여 있는데, 뉴턴에 대한 헌사인 것 같다.


중력 법칙에 대한 추측은 이미 오래 전에 있었다. 중력 법칙은 물체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는데, 두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엔 반비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1645년에 프랑스 천문학자 이스마엘 불리오가 쓴 『필로라우스 천문학』에선 그러한 힘과 거리와 간격에 따라 반비례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엔 피타고라스 정리부터 블랙-숄스 방정식까지 등장한다. 각 장은 흥미로운 주제와 이야기 거리가 있어서 별개로 읽어도 된다. 물론 저자는 방정식이 후대에 어떤 흐름을 이어가는지 적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2장 곱셈을 덧셈으로 바꾸는 마법 ‘로그’편은 무엇을 말하는가?


스튜어트는 “문제의 숫자들을 곱하는 대신 더해서 답을 얻는 법을 알려 준다”고 말한다. 왜 중요한가? 그는 “덧셈이 곱셈보다 훨씬 간단하다”고 적었다.
로그는 어떤 수 a를 x번 곱했을 때 b라는 값이 나오면 ax=b라고 표현한다. 이때 x값을 구하기 위해 x = log ab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반화하고, a를 1.001로 한 값들을 미리 표로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계산하기 편리하다. 예를 들어, 2.67과 3.51을 곱하려면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로그(표)를 이용하면 (1.001)983=2.67, (1.001)1256=3.51이 된다. 각각을 곱하면 (1.001)983+1256=(1.001)2239다. 983+1256=2239가 더 편하다. 그러므로 2.67과 3.51을 곱한 값은 약 9.37이 된다. 이를 방정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log xy = log x + log y
이런 설명이 귀찮다면 다음의 설명엔 귀가 솔깃할 것이다. 1840년대에 독일 의사 에른스트 베버는 인간의 인지 능력 측정 실험을 한다. 사람들이 양손에 무거운 것을 들고 과연 어느 게 더 무거운지 알아채는 실험이다. 그 결과가 놀라운데, 사람들을 비교되는 무게의 1퍼센트 같은 상대적인 차이를 알아차렸다. 매번 50g이라는 차이를 알아낸 게 아니라, 매번 달라지는 무게의 상대적인 차이가 비슷했던 것이다.


이 법칙을 1850년대에 구스타프 페히너는 수학적으로 공식화한다. 이것이 베버-페허너 법칙이다. 즉, 이 방정식은 “인지되는 감각의 크기는 자극의 로그값에 비례함”을 알려 준다.
실험에 따르면, 사람의 무게 감각만이 아니라 시각과 청각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시사했다. 베버-페히너 법칙은 어떤 절대값이 있는 것을 밝혀주는 게 아니라 상대적인 인지의 차이가 비례한다는 것을 근사값으로 드러낸다.
3장 현대 과학의 나사돌리개 ‘미적분’. 미적분은 찰나의 순간에 달라지는 양의 변화율을 계산해내는 식이다. 여기서 찰나는 간단히 시간이 제로로 향하는, h → 0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극한의 개념이다. 미적분은 에너지와 운동량처럼 물리학의 새로운 개념들도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에너지와 운동량은 계속 변화하고 이를 측정하고 싶은 게 인간의 열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적분은 어디로 이어지는가? 스튜어트는 “미적분을 적용할 수 있는 일들을 모두 나열하느니 차라리 이 세상에서 나사돌리개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나열하는 편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고 투정 댄다.


미적분은 △지진이 일어날 때 건물이 진동하는 방식 △차가 서스펜션 위로 들썩거리는 방식 △세균 감염이 확산되는 속도 △외상이 치료되는 방식 △현수교에 작용하는 강풍의 힘에 대해 말해준다.
책은 이외에도 피타고라스 정리, 오일러의 방정식 등 학창 시절 우리를 ‘괴롭혔던’ 공식을 재밌게 풀어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3500년 전 한 농부가 토지를 측량하면서 처음 생겨나 현대의 삼각 측량법으로까지 이어진다.
 직각삼각형의 세 변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피타고라스 정리. 그런데 피타고라스 정리가 평면에선 유효할지 몰라다 곡면에선 정확하지 않다. 면이 찌그러지고 각과 선이 동시에 볼록(혹은 오목)해지기 때문이다.
가우스는 3차원으로 이뤄진 한 공간의 곡률(가우스 곡률, Gaussian curvature)을 구하기 위한 공식을 고민했지만 해답은 없었다. 이에 도전한 이가 바로 리만이다. 그는 ‘다양체(manifod)’를 규정함으로써 가능했다.
즉 “가까운 꼭짓점들 사이의 거리를 구하는 공식과 더불어 여러 좌표들을 포함하는 체계를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 ‘리만 계량(Riemannian metric)’이다.
곡률이 0일 때는 피타고라스 방정식이 유효하다. 내용이 어려우면, 아무튼 평면의 삼각형들이 구 위의 삼각형들로 확장되고, 지구와 우주에 대한 공간 개념으로 확장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삶과 세계, 그리고 우주
스튜어트의 저작은 수학책에서 외우던 것들이 방정식의 역사 속에서 무엇 때문에 생겨나고, 어떻게 더 정교히 발달하게 됐는지 원거리 시각을 가지게 되고 흥미를 줄 것이다.
수학이란 것이 하나의 삶, 세계 그리고 우주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방정식의 탄생에서 우린 엿볼 수 있다.
다만, 하나의 방정식에 대한 역사가 집약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연결돼 유추해 읽기가 힘들 수 있다. 그게 한정된 지면에 인류의 지성사를 들춰내는 방법이라면 어쩔 수 없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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