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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진단 : 대선 후보들의 과학기술분야 공약 분석
● 과학진단 : 대선 후보들의 과학기술분야 공약 분석
  • 교수신문
  • 승인 200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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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7 10:14:07
조현석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대통령 선거는 국가적 의제들을 설정·재설정하는 드문 기회이다. 이번에도 정책 공약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지만 주요 후보들의 과학기술 대선 공약을 분석하는 것이 조금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민주당, 국민통합21, 민주노동당의 공약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정책 목표의 경우 삶의 질 향상을 명시적으로 내세우는 민노당을 제외하면 나머지 후보들은 국가경쟁력 향상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10년간 6%의 경제성장이라는 공약을 달성할 수 있는 주요 정책수단을 과학기술의 혁신에 두고 있다. 노무현 후보도 신성장정책의 한 부분으로 기술혁신시스템의 개편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정몽준 후보는 첨단기술의 발전의 동력을 벤처 육성에서 구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 중심의 진흥정책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복합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삶의 질의 향상과 사회적 목표도 중시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 거버넌스에서 우선 중요한 쟁점은 정책조정 체계에 관련된 부분이다. 정부 주도의 정책추진이 한계를 보이고 과학기술 관련 부처들이 늘어남에 따라 정책갈등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행 및 평가 부분 관련 정책 미흡
이런 점을 감안해 우선 이회창 후보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 강화와 과학기술특보제의 신설을 제시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월례 대통령-과학기술자 간담회의 상설화와 과학기술 수석비서관제의 신설을 공약하고 있다. 정몽준 후보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영길 후보의 경우 과학기술의 정책과정에 노동자, 환경단체, 여성단체 등 이른바 시민사회의 참여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이 새롭다. 다른 후보들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책조정 못지 않게 집행 및 평가 부문도 중요하다. 정책 입안과 정책 집행 사이 인과적 경로가 매우 복잡하고 때로는 장기간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이사회 제도와 PBS(프로젝트 중심의 정부 출연연구소 운영)에 대한 문제점 분석과 대응 방안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이회창 후보가 부분적으로 출연연구소에 대한 정부보조금 확대, 출연연구소-대학간 연계 강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정도이다. 또한 일부 후보들이 강조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도 평가체제를 잘 갖췄을 때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체제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는 것이 매우 아쉽다.
과학기술 부문의 평가는 성과 중심의 평가와 함께 사전 영향평가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기본법에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지 않다. 민노당이 유일하게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사회의 참여 제도의 도입과 함께 이러한 기술영향평가제의 도입을 공약하고 있는 정도이다.
과학기술정책에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것이 지방화와 세계화 전략이다. 중소기업의 역할 제고, 혁신 클러스터의 육성, 지역 인력양성 등 여러 부문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 체계가 강구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각 후보들이 부분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정도이다. 또한 과학기술의 세계화 전략 또한 갈수록 중요해 지고 있다. 민노당이 제시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협력 전략 정도를 제외하면 이 부분에서도 구체적인 공약이 제시되고 있지 않아서 매우 아쉽게 생각된다.

이공계 기피 문제, 대증요법에 불과
과학기술 정책수단 중에서 각 후보들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재정과 인력 부문이다. 특히 재정 규모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모든 후보들이 빠뜨리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의 공약은 당장 호소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재정 확대가 쉽게 이뤄진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재정 배분의 우선 순위이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에 대한 정부재정 투자의 증대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단편적인 처방의 성격의 강하다. 한편 민노당의 경우 방재기술, 위험측정기술의 개발과 같은 공익적 연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과학기술정책 중에서 인력 부문은 최근 이슈화된 후속 세대들의 이공계 기피 문제를 중심으로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정몽준 후보는 이공계 고시 인원의 확대, 과학기술인력의 해외유학 장려를 내세우고, 이회창 후보는 이공계 장학생 확충, 대통령 과학장학생 제도의 도입, 연구원 연금제도의 도입 등을 내세우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좀더 적극적으로 기술고시 인원의 확대, 사무관급 이상 직위에 대한 이공계 할당제 도입, 과학자들에 대한 고위직의 개방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대학원생들에 대한 지원 확대, 안식년의 제도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 정책 부문에서 특징은 시사적인 현안을 의식해, 대증요법적 성격의 공약을 앞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각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여성 과학기술 인력 정책과 함께 이러한 현안들을 장·단기 정책과 프로그램의 틀 속에서 소화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과학기술정책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에서 이런 점을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차제에 앞서 언급된 주요 정책 이슈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논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 대선 후보들의 과학기술 정책 비교 ▶
■ 이회창 후보
△과학기술의 혁신 강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 강화 △과학기술특보제의 신설 △출연연구소에 대한 정부보조금 확대 △출연연구소-대학간 연계 강화 방안 △대통령 과학장학생 제도의 도입 △연구원 연금제도
■노무현 후보
△기술혁신시스템의 개편 △월례 대통령-과학기술자 간담회의 상설화 △과학기술 수석비서관제의 신설 △기술고시 인원의 확대 △사무관급 이상 직위에 대한 이공계 할당제 도입 △과학자들에 대한 고위직의 개방 확대
■정몽준 후보
△벤처 육성 △정부의 직접적인 역할 축소 △이공계 고시 인원 확대 △과학기술인력의 해외유학 장려
■권영길 후보
△노동자, 환경단체,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의 참여 유도 △기술영향평가제의 도입 △동북아 지역협력 △방재기술, 위험측정기술의 개발과 같은 공익적 연구 지원 △대학원생 지원 확대, △안식년의 제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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