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0:55 (토)
제814호 새로나온 책
제814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1.11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각문화연구가 독일에서는 학과목으로 설치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설치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방식으로 현존하고 있다. …… 영미권 국가에서 독자적 학과로서 형성된 것을 단순히 이름만 바꾸거나 전용하는 것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학과목의 질문과 자극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미지에 제한되지 않도록 시각적 영역을 넓혀야 할 뿐 아니라, 문화적 시각성의 확장된 차원들의 다양성을 시야에 넣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젠더 관점, 탈식민주의의 문제 혹은 소수자들의 재현 문제, 감각지각의 역사, 자연과학에서의 이미지 생산 연구, 시각저인 것의 정치적 혹은 이데올로기적 기능, 권력의 관점 등이 그것이다.”
- 마리우스 리멜레·베른트 슈티글러 콘츠탄츠대 교수, 『보는 눈의 여덟가지 얼굴』(문화연구학회 옮김, 글항아리, 2015.12) 중에서

■ 갈망에 대하여: 미니어처, 거대한 것, 기념품, 수집품에 대한 이야기, 수잔 스튜어트 지음, 박경선 옮김, 산처럼, 424쪽, 22,000원

이 책은 ‘갈망이라는 일종의 통증’ 혹은 ‘죽은 것을 산 것으로’ 만들려는 ‘서사의 욕망’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인류학, 시학, 민속학 등을 종횡무진하는 거침없는 필력을 선보이며, 기호학, 정신분석학,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마르크스주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통찰과 개념 등을 끌어다가 독창적이고 기발한 내용으로 갈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미니어처 책, 18세기 소설, 톰 섬의 결혼식, 허풍스러운 이야기, 관광이나 노스탤지어의 대상 등 다양한 문화적 형태를 주제로 삼고 있다. 일상의 사물들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특정한 모습에 생명을 불어넣어 실현시키는 방식을 매혹적인 필치로 분석해 내는 문화연구다. 저자는 우리가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그 밑바닥에 고여 있는 욕망에 주목하여, 이야기에 새겨진 욕망의 구조를 미니어처, 거대한 것, 기념품, 수집품 등을 대상으로 삼아 유형화해 제시하고 있다.

■ 교실을 위한 프레이리, 아이러 쇼어 엮음, 사람대사람 옮김, 살림터, 412쪽, 18,000원

프레이리식 가르침을 학교 차원의 교육에 실제 적용한 내용을 다루는 책. 집필에 참가한 많은 프레이리언들은 현재 우리 교육학계나 교육자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비고츠키의 교육 이론이 프레이리와 절묘하게 만나는 부분을 포착하고, 비고츠키의 교육 이론을 프레이리식 비판적 문해 교육에 접목하여 참신하고도 정교한 실천적 방안을 제시한다. 출간 당시 교육과정 전반을 지배하는 전통적인 교육학에 실망했던 많은 교사들에게 희망과 함께 적용의 역사, 즉 다양한 환경에서 검증된 실질적인 교수 기법과 더불어 학습과 사회 변화의 이론을 제공했던 프레이리적 접근법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교사교육정책에 관한 고민에서 시작해 문제 제기적 토론 교육, 비판적 문해력을 위한 글쓰기 교육, 비판적 독서교육, 방언 교육에 관한 이슈, ESL 교육과정, 페미니즘 교육 등의 폭넓은 참조 영역을 다루고 있다.

■ 만물과학, 마커스 초운 지음, 김소정 옮김, 교양인, 468쪽, 18,000원

영국의 과학 전문 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의 우주론 분야 자문위원으로 있는 저자는 우리를 원자보다 작은 미시 세계로 안내하고 빅뱅이 일어나는 순간으로 우리를 끌고 가며, 은하계 중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을 넘어 홀로그램 우주까지 우리를 데려다준다.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세포가 깨어나는 순간을 경험하고,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과정을 목격하며, 인류 진화의 첫 발자국이 찍힌 자리를 탐색할 수 있다. 또한 과학자의 눈으로 문명 진화의 역사를 추적하고 돈이 피처럼 순환하는 자본주의 세계의 법칙을 탐사한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세계에서부터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세계까지, 우리 눈앞에 펼쳐진 생생한 현실에서부터 마음의 눈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미시와 거시의 모든 세계를 들여다보고 전체를 조망한다. 이 매혹적인 지적 여정에서 인간 앎의 지평을 확장해 온 위대한 과학적 발견과 이론들이 22가지 주제 아래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 수학의 수학, 김민형·김태경 지음, 은행나무, 200쪽, 12,000원

정수론의 대가인 김민형 옥스퍼드대 교수가 증명과 사유를 진전시키고, 마찬가지로 정수론을 전공한 김태경 박사가 엮은 본격 수학 교양서. 數의 정체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수학이 인류 과학 발달의 역사와 시간과 공간의 발견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차근차근 증명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수학이 인류에게 어떤 선물을 안겨줬는지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 수학이 자연을 설명해주는 도구이며, 최첨단 현대과학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수학적 사유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저자들은 구체적인 사례와 흥미를 돋우는 사고의 과정을 통해서 점차 수학의 본질에 다가간다. 수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수의 개념을 재검토하면서 어떤 이유로 인류 역사 속에서 과학적 사고에 필요한 수 체계가 지금처럼 확장돼 왔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수는 자연에 있고 자연에서 발견된 것이며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는 수로 귀결된다는 것이 결론이다.

■ 알파미시, 파질 율다시-오글리 구연, 레프 펜콥스키 채록·러시아어 번역, 최종술·백승무 옮김, 이영진 한국어 감수, 아시아, 640쪽, 20,000원

다스탄(dastan)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천 년에 걸쳐 전승돼온 구전문학의 형식이다. 서구를 대표하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대비되는 아시아의 장대한 서사로 언급돼온 『알파미시』는 다스탄 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1999년 유네스코는 처음으로 문학작품의 1,000주년을 기념하면서 이 『알파미시』을 꼽았다. 이 서사시가 국내에 이제야 처음으로 번역 소개된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서구의 신화와 서사시를 중심으로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다스탄은 구비문학인 만큼 전승 구연자가 중요하다. 국내에 초역되는 이 서사이의 판본은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인 국민시인 파질 율다시-오글리의 구연본을 채록한 것이다. 주 내용은 민족의 독립과 통일, 이상적인 영웅에 대한 민중의 동경, 사회적 정의실현 등 영웅 서사시의 일반적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한편, 우즈베크 민족의 기질과 전통, 일상적 삶과 풍습 또한 풍부하게 묘사되고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투르크 문화권 특유의 서사시 양식과 우즈베크어의 언어문화적 특성이 고루 발현돼 있다.

■ 장자, 장자 지음, 조현숙 옮김, 책세상, 816쪽, 32,000원

도가의 중심 텍스트인 『장자』는 그 행간이 넓고 깊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창조적 읽기를 가능케 하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문인들을 매혹해온 글이다. 초역본 『마음으로 읽는 장자』를 통해, 머리와 이성이 아닌 ‘마음’으로 읽는 장자 철학을 보여준 바 있는 저자는 이번 완역본에서 그간의 『장자』 공부를 수렴해 새로운 번역을 선보인다. 한자어들을 평이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풀어 옮김으로써 특유의 문학성을 살리려 애썼고,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생각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모든 문장을 존대체로 옮기고 대화체의 글은 희곡식으로 구성했다. 또한 난해한 비유와 상징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길잡이로서 책머리에 『장자』 전편에 주요하게 언급되는 표현들을 설명해냈고, 각 편의 시작과 끝에서 논리의 흐름을 짚었다. 책 뒤편에 실린 해제에는 장자 철학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공자와 노자, 혜시 등 『장자』에 등장하는 당대 지식인들의 모습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