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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먹다보니 내장을 홀라당 비웠네
야금야금 먹다보니 내장을 홀라당 비웠네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5.12.23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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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42. 생강
▲ 생강 사진출처=http://review24.tistory.com/271

집사람이 요즘 생강요리에 재미를 붙여 片薑을 한가득 해놨다. 물론 건듯건듯 부는 바람과 따가운 햇살에 정성껏 말려 마무리하는 것은 내 차지다. 참참이 편강 한두 조각을 아삭아삭 씹으면 화(입안이 얼얼한듯 시원함)한 것이 기분이 상쾌하다. 생강을 삶거나 쪄서 바짝 건조한 것을 乾薑, 불에 구워말린 것을 黑薑, 얇게 저며서 설탕에 조려말린 것을 片薑이라 한다. 또 요샌 무말랭이와 보름간 보온밥솥에서 쪄낸 흑 마늘을 꾸둑꾸둑 말리느라 더할나위 없이 바쁘다. 글 쓰다가 머리도 식힐 겸 글방 베란다에 나가 구름과자도 한모금 빨면서 짬짬이 알뜰살뜰 손질한다. 집사람이 글감을 찾는 데 일조를 한다는 말이다. 지난번 ‘곤약’편도 밥상에서 생각났던 것이고.

이런 일도 있었다. 집사람이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나 이번에 감기로 죽살이쳤다”는 생소한 말이 귀에 번쩍 들렸다. 잠깐 대화를 멈추게 하고 방금 뭐 쳤다 했소? 하고 다그쳤다. 나중에 새 책 이름을 ‘생물의 죽살이’로 삼았는데, 죽살이란 生死를 다툴 정도로 고생함을 일컫는 말이다. 헌데 요새 왜 내 글에 밑도 끝도 없이 자꾸 ‘할망구’ 이야기가 나오는지 나도 모르겠다.

열대성식물인 생강(Zingiber officinale)은 외떡잎식물, 생강과의 여러해살이풀(多年草本)이지만 고추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추운 겨울 탓에 1년생이다. 생강·새앙·생이란 말들을 널리 쓰므로 모두 표준어로 삼는다고 한다. 두 가지를 함께 쓰는 것은 더러 있지만 셋을 표준어로 쓰는 것은 꽤나 드물다.

生姜(ginger)잎은 어긋나고, 꼭 댓잎(竹葉) 같이 바소꼴(침끝모양, 披針形, lanceolate)로 양끝이 좁으며, 대부분 잎집(葉鞘)이 있다. 줄기는 빳빳하고, 우리나라에서는 30~50cm 정도 자라지만 열대·아열대지방의 것은 1m가 넘는다. 다육질인 뿌리줄기(根莖, rhizome)는 옆으로 자라고, 덩이 모양으로 황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명이 짧아 꽃을 피울 새가 없으나 열대지방에서는 8월경에 20cm 정도의 꽃줄기 끝에 황색 꽃이 피우고, 암술과 수술은 1개씩이며, 암술대는 실처럼 가늘다.

생강은 더운 남중국이 원산지로 추정되며 비슷한 야생종이 아직도 발견 된다고 한다. 양념(향신료) 중에 최고로 치는 생강은 주로 향료무역을 통해 인도에서 유럽으로 전해졌고, 지금도 인도가 세계 최대 생강 생산국(전체의 33%)이며 중국, 네팔 순으로 많이 재배한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널리고 깔린 게 생강이라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인도하면 향신료의 나라가 아니던가. 인도나 여러 아열대지방에서는 같은 생강科로 카레요리나 향신료로 사용하는 薑黃(turmeric), 종자에서 채취한 향신료인 카다멈(cardamom), 良薑(高良薑, galangal) 뿌리도 향신료로 쓴다. 알다시피 더운 지방은 음식이 시기 쉬우므로 이런 것을 섞어 부패를 방지하는 것이다.

실은 필자도 텃밭에다 시장에서 생강을 사다가 4~5월에 심어봤지만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한 적이 있다. 고온다습하고 건땅을 좋아하는 좀 까다로운 작물이다. 발아하려면 기온이 18℃ 이상이어야 하고, 20∼30℃에서 잘 자라며, 이어짓기(連作)를 싫어하므로 한번 심은 자리는 4~5년 뒤에나 심어야 한다. 번식은 주로 뿌리줄기로 하므로 큰 덩어리는 너무 잘게 자르지는 말고 어슷비슷한 눈이 3~4개 붙을 정도로 쪼개 심는다.

새앙의 향긋한 냄새와 짜릿한 매운맛은 물기를 품은 야문 생생강의 3%를 차지하는 진저론(zingerone), 진저롤(gingerol), 쇼가올(shogaol)과 휘발성기름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생강뿌리줄기를 말린 건강을 달여 먹으라한다. 감기로 말미암은 오한·발열·두통·구토·기침(해수)·거담을 물론이고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설사에도 효과가 있고, 또 위액 분비 촉진·소화력 증진·혈액순환 촉진·항균작용과 진통·해열에 좋다한다. 특히 생강성분은 위장운동을 촉진하니 위의 점막을 자극해 위액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소화를 촉진하는 작용이 특별나다.
그리고 생강은 양념재료로 쓰니, 김치를 담을 때 조금 넣어 젓갈의 비린내를 없애고, 해물이나 육류에 넣어 잡냄새를 없앤다.
또 뿌리를 말려 갈아서 빵·과자·카레·소스·피클  등에 사용하기도 하고, 생강차와 생강주 등을 만들기도 하며, 크래커나 케이크, 생강맥주에 넣고, 향수·화장품·약품을 만든다. 의외로 참 쓰임새가 많은 생강이다.
그런데 집사람이 연일 편강을 만들면서 맛이나 식감을 알아보느라고 야금야금 입맛을 다셨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과하면 탈이 나는 법. 졸지에 내장에 든 모든 것을 훑어내어, 내장을 홀라당 비웠을 정도로 애를 먹었던 모양이다. 아서라, 시시한 약도 넘치면 모조리 독이 되는 것을 왜 몰랐던고? 그 좋다는 인삼도 지나치게 먹으면 큰 사달이 난다.

그만하기 다행이다. 생강을 지나치게 먹으면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가슴통증에 배가 불룩하게 가스가 차며, 구역질·트림·장폐쇄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필자처럼 膽石(쓸갯돌)이 많이 생기는 사람에게는 해롭고, 임신 중에는 숫제 먹지 말아야한다. 그야말로 過猶不及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게 어디 생강에만 해당 될 말인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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