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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인간을 불구 화하는 전문가 시대”
“20세기는 인간을 불구 화하는 전문가 시대”
  • 교수신문
  • 승인 2015.12.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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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목소리_

“한 시대를 마감하는 한 가지 방법은 딱 맞춤한 이름을 거기에 붙이는 것이다. 나는 20세기를 인간을 불구화하는 전문가 시대라고 명명할 것을 제안한다. 대중들은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고, 전문가들은 ‘해결책’을 소유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능력’이나 ‘필요’와 같이 잴 수 없는 것들을 측정하려고 한 시대 말이다. 에너지를 펑펑 써대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듯이 이 시대 또한 지금 종말을 맞고 있다. 두 시대를 가능하게 만든 환상들은 상식의 눈으로도 그 실체를 뻔히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다가올 사회에 대한 공적 선택은 아직 이뤄진 것이 없다. 따라서 전문가의 전지전능이라는 환상을 사회가 계속 용인한다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빚어질지도 모른다. 즉 특정한 정치적 신념들을 강요받게 되거나(거기에는 새로운 파시즘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아니면 네오-프로메테우스적이긴 하지만 본질상 단명할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짓이 또다시 역사에 출현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이 시대에 누가 누구로부터 무엇을 왜 얻는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전문가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반 일리치(1926~2002) 철학자이자 신학자, 『전문가들의 사회-이반 일리치 전집』(이반 일리치 외 지음, 신수열 옮김, 사월의책, 2015. 1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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