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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경제학과 완전히 다른 경제학의 가능성
지금의 경제학과 완전히 다른 경제학의 가능성
  • 교수신문
  • 승인 2015.12.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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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경제학이 과학적일 것이라는 환상』 질베르 리스트 지음|최세진 옮김|296쪽|15,000원

 

 

정통파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은 최근 수십 년간 ‘경제학적 연구’가 주류 경제학 모형의 타당성을 지켜줄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들을 고안해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경제학의 ‘기초’를 교육하는 곳으로 흘러들어갈지, 아니면 시장 경제학에 이로운 관점만 오히려 보강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이 ‘진짜’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론은 간단하다. ‘진짜’ 경제학자는 자기 학문의 공리에 대해 논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아마도 중국의) 격언이 있다. “물고기야말로 물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가장 힘든 곳에 산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물고기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활동하는 영역을 둘러싼 이념적·인식론적 환경을 파악하는 데 완전히 무능력하다. 그들의 관심은 온통 그 체제가 작동하는 방법이나 논문의 자료가 될 단편적인 사실들과 통계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모형을 구축함으로써 자신들의 가설을 정당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

고전역학이나 물리학이 법칙을 수립할 때 공기 저항이나 마찰을 무시하는 것처럼,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인간의 삶이라는 특성이 빠진 사회적 진공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한다. 그것이 ‘과학성’의 대가이다. 경제학은 과학성을 획득하기 위해 역사와 자연, 사회적 관습과 관계, 감정을 배제해야만 했는데, 한마디로 말해서 삶 그 자체를 배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게 다가 아니다. 주류 경제학 추종자들은 자신들만이 열쇠를 가진 요새 안에 숨어서 경제학자든 비경제학자든 그들의 확신을 흔들어놓을 방법을 발견한 침략자들로부터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기로 결의했다.

스티브 킨(1953~, 신고전주의 경제학에 비판적인 후기 케인스주의 경제학자)이 언급했듯이 “(경제학적 정의에 따른) 합리적 행동과 언제나 균형을 이룬 시장, 불확실성을 대체하는 대리변수와 같은 위험 요소 등 경제학적 가정이라는 갑옷으로 철저히 무장하기 전에는 주류 학계의 경제학 전문지 어디에도 논문을 낼 수 없다. 이런 방식을 학문적인 출세로 가는 길을 지키는 보호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들이 경제학의 정통성을 규정하는 일련의 가정을 지키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다른 세상을 가능케 하려면 그 첫걸음은 지금의 경제학과 완전히 다른 경제학의 가능성 혹은 경제학적 다원주의를 상상하는 것이 돼야 한다.

 

책의 저자 질베르 리스트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발전대학원의 명예교수다. 튀니지의 튀니스대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해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제3세계센터 연구소장을 지냈으며, 국제연합대학 프로젝트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현대 서구사회를 인류학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입력된 신화: 현대사회의 신앙, 경제학』(공저),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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