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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교수 “위안부에 대한 ‘이중적인 이해’ 함께 풀어갈 일”
박유하 교수 “위안부에 대한 ‘이중적인 이해’ 함께 풀어갈 일”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12.08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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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와 세 개의 성명서
▲ 지난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박유하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지난달 1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2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긴장된 표정의 박 교수는 준비한 A4 용지 3매 분량의 ‘성명서’를 읽었다. “2013년 8월 『제국의 위안부: 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을 출간했다. 제목에 있는 것처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의 부정론자들이 위안부를 ‘매춘부’라 하고 지원단체는 위안부 소녀상이 표상하는 ‘무구한 소녀’라는 이미지만을 유일한 것으로 주장하며 대립해 온 20년 세월을 검증하고, 그 이전에 위안부란 어떤 존재인지를, 그중에서도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과 가장 갈등이 심한 것이 한국이었던 만큼 ‘조선인 위안부’에 포커스를 맞춰 고찰해 보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런 고찰 결과 “위안부란 ‘전쟁’이 만든 존재이기 이전에 국가세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제국주의’가 만든 존재이며, 그러한 국가의 욕망에 동원되는 ‘개인의 희생’ 차원의 문제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하면서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아시아여성기금이라는 보상조치를 평가하면서도 ‘위안부 문제는 한일협정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던 일본을 향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음을 강조했다”라고 거듭 밝혔다.

그의 기자회견 이후 같은 자리에서 소설가 장정일, 김철 연세대 교수, 작가 유시민 등 지식인 190여명이 박유하 교수의 형사기소를 반대하는 ‘『제국의 위안부』의 형사 기소에 대한 지식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 교수의 검찰 기소에 대해 “종군위안부는 당초부터 갈등을 유발할 요소를 가지고 있는,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까다로운 사안이다. 이 사안을 다루는 합리적인 방법은 어느 특정 정치·사회집단이 발언의 권위를 독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경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검찰의 기소 조치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법부가 나서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여론을 국가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라고 지적하면서 “종군위안부 문제의 범위를 넘어 역사 문제 일반과 관련해서도, 국가가 원한다면 시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도 무방하다는 반민주적 관례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박유하 교수에 대한 검찰 기소를 다르게 보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검찰 기소는 과하지만, ‘학문의 자유’ 관점으로만 보는 건 위험하다”는 논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연구자와 활동가 70명(이하 ‘연구자와 활동가’)은 박 교수가 기자회견을 한 같은 날, ‘『제국의 위안부』사태에 대한 입장’ 성명을 통해 “연구자의 저작에 대해 법정에서 형사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단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단지 학문과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으로만 『제국의 위안부』 사태에 접근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이 ‘일본’이라는 국가 책임에 있음에도, 『제국의 위안부』는 책임의 주체로 국가가 아닌 ‘업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라고 비판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공개토론’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박 교수는 “토론에 응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연구자와 활동가’ 측이 제안한 공개토론에 대해 4일 저녁 「공개토론 제안서에 대한 답변」이란 제목으로 언론사에 메일을 보냈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책을 낸 이후 2년 이상 이 성명에 참여하신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전 회장님을 비롯, 연구나 운동에 관여해오신 분들의 연락은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라고 말하면서 조건부 토론 수용 의사를 밝혔다.

자신을 향한 비판이 재판에서 불리한 논박 근거로 인용되고 있음을 환기한 박 교수는 공개토론이 ‘위안부 문제 전반에 관한 박유하의 주장을 논박하는 일’이라면 “소송과 기소가 취하되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정과 여론재판의 한복판에서 피고로 서 있는 상황이므로 향후 비판은 가능한 재판에서 자유로워진 다음에 해달라는 호소다.

그는 또 “토론 제안의 목적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다면, 나의 논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어떻게 도움이 되지 않는지 알려주기 바란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논쟁이라면 나를 비판하기 전에, 이 문제에 부정적인 이들을 ‘제대로’ 비판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마침 박유하 교수는 역사문제연구소가 펴내는 <역사문제연구>33호(2014)에 실렸던 4인의 집담회 「젊은역사학자들 『제국의 위안부』를 말하다」에 대한 반론 「젊은 역사학자들의 『제국의 위안부』비판에 답하다」를 최근 발간된 <역사문제연구>34호(2015)에 발표했다.(그는 또 하나의 반론 「일본군위안부와 1965년 체제—정영환의 『제국의 위안부』 비판에 답한다」를 <역사비평> 112호에 발표한 바 있다)

“‘저자의 방법은 아니’라고 한마디로 깎아 내리는 이들의 오만에서 나는 ‘젊은 역사학자들’의 知的 위기를 봤다”라고 비판한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의 인식이 단일하지 않은 것도 내 책임이 아니라 지원단체와 해당학계의 책임이 아닐까. 학계에서 인정된 인신매매나 업자, 일본이 행한 일을 공식적으로 관계자들이 알리지 않은 탓에 한국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중적 이해가 단일하지 않은 정황이 됐다. 나의 책이 전문가를 향한 것인지 대중을 향한 것인지 ‘어떤 지점에 서 있는지 어정쩡’한 것으로 보였다면, 그 책임은 나에게가 아니라 관계자들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는 ‘학문의 자유’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공론장에서의 투명한 논쟁의 필요성을 거듭 환기하고 있다. 박 교수가 기대하는 ‘공정한 토론과 자유로운 논의’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성숙도와도 직결된 문제다. 박 교수의 책을 둘러싼 논쟁이 ‘여론재판’으로 흘러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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