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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김환기, 영화는 김기영·유현목 작품 고전반열에
미술은 김환기, 영화는 김기영·유현목 작품 고전반열에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11.10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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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한국예술연구소,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 설문조사 결과

형상성 배제해 ‘무한의 형상성’ 획득

-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김봉렬, 이하 한예종) 한국예술연구소(소장 양정무)는 2015년 추계 학술대회 ‘미래의 예술, 미래의 고전-20세기 한국예술을 말한다’를 준비하며 각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미래의 예술을 예측하고 탐색하기 위해 지난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을 찾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음악, 연극, 영상, 무용, 미술, 전통예술 등 6개 장르별 예술분야의 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20세기를 대표할 한국예술 3개 작품 선정과 선정 이유 등 간단한 심사평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배부해 진행됐다. 현재 설문 조사가 완료된 시각 예술 분야(미술, 영화)의 결과를 먼저 공개하고 다른 분야의 설문은 설문이 종료된 이후 공개할 예정이다.

설문조사 결과,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미술 작품 1위로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년), 영화 분야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년)와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년)이 공동 1위로 선정됐다.

한예종 미술원 미술이론과 조인수 교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대해 전통 서화의 기본 요소인 점을 주된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형상성을 배제한 점과 색은 ‘무한의 형상성’을 환기시킨다고 평가했다. 미술평론가 최열은 서구 미술 도구와 재료를 자기화해 서양과 동양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그 방법만으로도 ‘인류사의 기념비’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최태한 국민대 미술학부 교수는 이 작품이 김환기의 예술세계 가운데 서정적 추상에서 무수한 점의 병렬로 ‘전환’되는 대표작이며, 뉴욕에 거주하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점’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읽어냈다. 그는 또 1974년 사망 이전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공동 2위작으로 선정된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1962년)에 대해 미술평론가 최열은 동일한 도상을 여러 번 제작한 끝에 최종 단계에 이른 완성작으로 20세기 중엽 여성의 삶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인수 교수는 공동 2위에 오른 신학철의 「한국 근대사-종합」(1982년-1983년)이 한국 근대화의 여정을 역동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서사적 숭고함을 느끼게 해 준다고 말했다. 공동 2위작으로 뽑힌 이쾌대의 「군상」에 대해 미술평론가 고충환은 해방 전후 격정의 시기를 담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고, 최태만 교수는 이 작품이 당시 보기 드문 경향을 띤 점,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다섯 편의 공동 2위작에 오른 이중섭의 「흰소」는, 최열에 의하면, 조선 고전 서예의 필획과 서구 근대의 표현주의가 작은 화폭에서 감동의 서정시를 그려낸 작품이어서 선정됐다. 김미경 강남대 교수는 한국 대표로 파리비엔날레에 출품한 이우환의 「관계항」(1971년)에 대해 이우환 예술의 기념비가 된 작품이라고 공동 2위작으로 올린 이유를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20세기 한국예술을 대표할 고전이 될 만한 백남준의 작품을 다수 선정하며 각각의 작품이 지닌 의의를 높게 평가했지만, 그의 작품이 20세기 한국을 대표할 한 작품으로 수렴되지는 않는 것으로 응답했다. 김백균 중앙대 교수는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을 선정할 기준으로 20세기 예술의 화두인 ‘현대미술의 개념’에 주목해 형식과 내용의 일치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중반에 이르는 백남준의 작품을 선정하며, 삶에 대한 통찰을 현재 통용되는 형식인 TV로 실현한 점을 선정 이유로 제시했다. 진휘연 서양미술사학회 회장은 백남준의 플럭서스 활동시기에 초점을 뒀다. 진 회장은 한국인으로서 가장 먼저 세계적인 미술 운동과 국제적 교류 속에서 아방가르드 운동에 성공했던 백남준의 1960년대 초반 해프닝 작품 「머리를 위한 선」(1962년)을 선정하고, 미술의 경계 허물기, 작품의 존재성, 작업과정을 파괴하는 실천을 보인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최태만 교수는 백남준의 특정한 작품보다 백남준의 존재 자체가 20세기 한국미술을 대표한다고 말하며, 특정한 작품을 꼽자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개관과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제작한 「다다익선」(1988년)을 꼽았다.

이번 한예종 한국예술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 20세기 한국을 대표할 미술 작품은 동양과 서양의 조화, 시대와 삶을 반영한 미술, 국제적인 미술의 흐름과 한국 미술과의 관계 등이 평가의 주요 척도로 활용됐다.

미술 분야 설문에는 강승완(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1실장), 고충환(미술평론가), 김미경(강남대 교수), 김백균(중앙대 교수), 김복기(아트인컬처 대표), 김현주(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조인수(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교수), 진휘연(서양미술사학회장), 최열(미술평론가), 최태만(국민대 미술학부 교수)이 참여했다(가나다 순).

 

“사회 현실과 데뷔작의 문제의식을 확장”
 - 김기영 「하녀」(1960년)과 유현목 「오발탄」(1961년) 선정

▲ 영화 「하녀」(위)와 「오발탄」(아래) 포스터.

영화 부문에서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작품 1위로 꼽힌 영화는 두 편. 김기영의 「하녀」(1960년)와 유현목의 「오발탄」(1961)이다.

유지나 동국대 교수는 김기영의 「하녀」가 “관습적인 한국영화 흐름 속에서 이례적인 표현주의 미학을 대표”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이 영화가 “한국영화의 원형이라고 부를 홈드라마 안에 들어가서 그 내부를 충만한 리비도로 쑥밭을 만들어버린다”고 읽어냈다. 김선아 단국대 교수는 유현목의 「오발탄」이 “전쟁 직후 황폐해진 가족과 주인공 남자의 소멸돼가는 영혼의 모습을 뛰어난 영화언어로 그려내었다”고 평가했다. 정재형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은 “해방 이후 나온 한국영화 중 체제 안에서 영화가 어떻게 기능해야 할 것인가를 잘 보여준 작품”으로 꼽았다. 이 두 작품에 대해 영화평론가 변재란 순천향대 교수는 “사회현실과 자신의 데뷔작의 문제의식을 확장”한 공통점이 있다는 총평을 내리기도 했다.

3위에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가 선정됐다. 임권택 감독은 「만다라」(1981), 「장군의 아들」(1990), 「춘향뎐」(2000)이 각 한 표씩을 얻어서 감독 순위에 있어서는 총 5표로 김기영, 유현목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으나, 작품이 하나로 수렴되지는 않았다.

김민기 (주)화인윅스 대표는 「서편제」가 “창이라는 한국전통문화를 소재로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이 잘 드러난 영화”라고 평가했다. 유지나 교수는 “소리와 길이 함께 풀려나가는 미장센은 이 땅과 거기 어우러지는 가락을 생태감수성으로 보듬어내 영화예술성으로 꽃피워낸다”고 지적했다.

20세기 주요 영화 작품들은 해방과 전쟁, 그리고 근대화와 산업화의 시기에 척박한 영화 창작의 토양을 극복하고 당시 한국인의 이상과 현실, 갈등과 화해를 영화적으로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명작이라 평가될 수 있다.

영화 분야에는 김민기((주) 화인윅스 대표), 김선아(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교수), 김영진(영화평론가, <씨네21> 기자, <필름2.0> 편집위원), 변재란(순천향대 영화애니매이션학과 교수), 심영섭(영화평론가, 대구사이버대 교수), 유지나(영화평론가,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윤용아(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교수), 정성일(영화평론가), 정재형(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편장완(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교수) 등(가나다 순)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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