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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 ‘21세기의 아시아 생명윤리’를 주제로 열리는 제 4회 아시아 생명윤리회의
학술대회 : ‘21세기의 아시아 생명윤리’를 주제로 열리는 제 4회 아시아 생명윤리회의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11.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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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30 14:07:04

언뜻 비치는 생명의 얼굴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생명만큼 방치되고 무심하게 넘긴 화두가 또 있을까. 삶의 아름다움이 노래되지 못하는 시대의 우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생명이라는 화두는 급격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생명공학의 질주에 부랴부랴 논의가 전개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하다. 입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생명윤리법(안)까지 더해 생명윤리의 문제는 현실의 문제로 성큼 다가왔다.

첨단 생명공학에 발맞춘 논의들

그간 논의됐던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의 지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오는 22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제4회 아시아 생명윤리회의가 바로 그것이다. 주제는 ‘21세기의 아시아 생명윤리’이며 대회장소는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아시아생명윤리학회, 한국생명윤리학회,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 대한임상연구심의기구협의회, 국제생명윤리학회, 일본생명윤리학회, 중국의학윤리학회, 인도생명윤리학회, 한림대 등이 공동 참여한다. 생명윤리 자체가 학제간 연구의 성격을 띠고 있는 까닭에 법학, 철학, 의학, 정치학 등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 생명윤리가 학계의 주요한 논의로 부각됨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생명윤리회의는 올해가 4회째다. 1995년 베이징에서 처음 열린 이후로 1997년과 1998년에 일본 고베와 도쿄에서 열렸다. 정기적으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3회 회의 이후 4년 만에 다시 만남의 기회를 만든 셈이다.

이번 학술대회의 큰 주제는 의료 윤리, 환경윤리, 첨단생명과학기술 윤리의 세 가지이다. 송상용 공동위원장(한림대 사학과 교수)은 “기존에 제시됐던 주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안락사, 낙태 등의 고전적인 생명윤리의 문제보다는 의료, 환경, 첨단생명과학기술의 세 주제에 집중됐다”라고 말한다. 학자들의 관심이 당면한 현실에서 가장 부각되는 문제들에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주제들을 살펴보자. 이번 대회는 12개의 분과에 60여 편의 논문들이 준비돼 있다. 의료연구의 윤리, 줄기세포연구, 장기 이식과 매매, 생명공학의 윤리적인 문제, 생명윤리와 아시아 문화, 생명윤리교육, 아시아의 의료윤리, 환경윤리, 인간 복제의 윤리적인 문제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한·중·일 동북아시아 삼국뿐 아니라 터키, 인도,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 등 각국에서 모여든 학자들과 함께 하난 논쟁의 장이다.

이 대회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갈까. 대회 첫째날 준비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발표문을 미리 들여다 보자. 바오기 수 중화대 교수의 ‘중국인의 관점에서 본 유전자와 복제문제에 대한 윤리적인 딜레마’는 중국인이 마주한 현실보고서다.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 때문에 중국의 경우 유전자 연구를 통한 질병치료에 더 많은 호감을 가진다는 것. 심각한 질병을 가진 아이를 태어나지 않게 하고 배아 복제 기술로 이런 질병을 가진 아이를 치료하는 것은 인간 ‘개량’의 문제가 아니라 ‘잘 태어남’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아시아적 윤리 조망할 수 있는 자리로

엄영란 순천향대 교수(간호학)는 ‘배아를 포함한 과학연구에 대한 논쟁’이라는 발표에서 다양한 찬반 의견을 설명하고 있으며, 시몬스타인 맨체스터대 교수는 ‘줄기 세포와 무한한 삶의 연장’이라는 발표에서 “인간의 삶이 연장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윤리관의 정립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 발표문만 보아도 섣불리 한쪽의 편을 들 수 없는 딜레마를 살필 수 있다.

맹광호 공동위원장(가톨릭대 의학과 교수)은 “생명윤리교육과 아시아에서의 생명윤리관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제대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아시아 문화, 아시아의 의료 윤리 등에 대한 분과가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국이 마주한 공통의 문제에 대한 생생한 현실 진단을 교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시아적 생명관을 정립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생명공학의 진보에 손놓고 있을 수도, 더 낳은 삶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답은 무엇일까. 이런 딜레마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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