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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1호 새로나온 책
제801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10.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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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간 존재는 직접적으로 개인의 신체에 개입하는 정도이든 간접적으로 먹거리의 생산방식에 영향을 받는 정도이든, 일생에 걸쳐 생명기술·유전공학·생명공학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연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의 경계에서 살아간다. 인간 존재는 한편으로는 타고난 생물학적 궤도 안에서 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지와 기술에 의해 그 궤도를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이러한 점들이 왜 많은 미술들이 ‘사이(In-between-ness)’ 혹은 ‘경계(liminality)’를 표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 포스트휴먼 시대 미술가들의 전략은 그러한 문화적 경계성과 생물학적 경계성을 중첩시키고 논쟁을 이끌어냄으로써 그것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 전혜숙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교수,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술』(아카넷) 중에서

■ 건축강의 1·2·3·4, 외제 비올레르뒤크 지음, 정유경 옮김, 아카넷, 1권 416쪽·27,000원, 2권 324쪽·23,000원, 3권 404쪽·27,000원, 4권 380쪽·26,000원

비올레르뒤크는 19세기 중·후반에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건축가이자 건축 이론가이다. 그는 당시 프랑스 문화예술계에서 일어났던 고딕 복고 운동의 주축으로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아미앵과 랭스 대성당 등의 복원을 책임진 건축가였으며, 아카데미 체제의 독점적 기득권과 그 위에서 이뤄지던 에콜 데 보자르 교육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앞장서서 요구한 혁신주의자였다. 건축 이론가로서 비올레르뒤크의 업적은 무엇보다 두 권의 방대한 주저, 즉 이번에 번역·출간된 이 책과, 그에 앞서 씌어진 『11~16세기 프랑스 건축 이론 사전』으로 압축된다. 이 저작들은 상호 긴밀한 보완적 관계를 구성하면서 저자의 사상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뒤의 책이 프랑스 고딕 건축을 이루는 일반적이고 세부적인 개념들을 개괄한다면, 『건축 강의』는 이를 포석으로 서양 건축의 위대한 과거와 프랑스 건축의 미래에 대한 거시적 논의를 펼쳐낸다.

■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 이기화 지음, (주)사이언스북스, 320쪽, 17,500원

“1518년 7월 2일 갑자기 지진이 있었다. 소리가 우레와 같았으며 천지가 동요했다. 건물이 위로 오르고 흔들렸다. 마치 작은 거룻배가 풍랑을 따라 위아래로 흔들리며 장차 전복하려는 것 같았다. 사람과 말이 놀라 쓰러졌으며 이로 인해 기절하는 자가 많았다. 성과 건물이 무너져 내렸으며, 나란히 있던 항아리가 서로 부딪쳐 깨지는 경우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무인년 지진’에 대한 金安老의 글이다. 한국 역사 속의 지진 기록인 셈이다. 한반도가 지진과 무관한 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과학계 지진학 박사 1호 이기화 서울대 명예 교수는 이렇게 한국 역사 속에서 발생한 지진들을 정리해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 한반도의 지진 발생 가능성을 추적한다. 지진학 역사에서 분기점이 된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지진파, 지진 현상, 지진 재해 등 지진학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지진학의 핵심적인 원리를 별도 코너를 만들어 소개하기도 했다.

■ 섬과 인문학의 만남, 강봉룡 외 지음, 민속원, 303쪽, 30,000원

2012년 4월부터 2013년 7월까지 <교수신문>에 연재됐던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의 ‘섬이야기’(35편)와 <무등일보> 자매지에 연재한 14편의 글을 모아 만든 책.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은 30년간 ‘섬을 통해서 바다를 보고, 바다를 통해서 세계를 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섬의 인문학’을 주창해왔다. 이제 연구원의 파일에 담아왔던 다채로운 섬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편견 없는 우리의 친근한 이야기로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들은 다년간 섬 연구에 진력해온 전문가답게 섬을 답사하고 연구하면서 얻은 사소한 사연들을 다듬어서 소중한 섬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13명의 도서문화연구원 전혁직 교수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국내의 섬을 중심으로 하되, 일본 스페인, 이타리아, 호주, 인도네시아의 섬들도 일부 포함했다.

■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 인지과학이 발견한 배움의 심리학, 하워드 가드너 지음, 류숙희 옮김, 사회평론, 440쪽, 20,000원

인간 지능, 문화, 배움의 상관관계를 파헤친 인지과학의 역작. 30여 년 동안 인간의 가능성과 가치 회복을 위한 배움의 원리를 탐구해온 심리학의 석학 하워드 가드너는 현대사회의 교육 제도를 비판하면서 인류가 쌓아온 학문적 사고방식과 가치 체계로 마음을 단련할 때, 풍부한 이해 그리고 그 이해를 올바르게 실행할 수 있는 진정한 배움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드너는 인지적, 문화적 관점에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는 학문적 사례를 세밀하게 탐구하며, 진리, 아름다움, 선함이라는 교육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세 요소들이 사람들에게 세상을 배우고 이해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이란 바로 이 이해를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가드너는 마음속에 있는 것은 결국 두뇌 작용의 산물이라 생각하면서도 문화적 영향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 주희의 역사세계: 송대 사대부의 정치문화 연구(상·하), 위잉스 지음, 이원석 옮김, 글항아리, 1권 628쪽·32,000원, 2권 816쪽·36,000원(세트 58,000원)

중국 현대 신유학을 대표하는 학자 위잉스가 2004년에 완성한 송대 정치문화사 연구의 금자탑이다. 송대 정치문화 구조 형태를 문화·정치의 주체였던 사대부의 정치활동을 중심으로 파악한 상편과, 주희의 시대에 이학파 사대부들과 관료 집단 사이의 복잡한 정치공학 관계를 서술한 하편은 총 1천400쪽(한국어판)이 넘는 대작이다. 논쟁만으로도 책 한 권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1세기 가장 논쟁적인’ 동양 정치문화사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송대 신유학을 중심으로 삼는 문화적 발전과, 개혁을 기본 경향으로 삼는 사대부들의 정치적 동태 둘 다에 초점을 맞췄다. 이학자들은 ‘內聖之學’과 ‘형이상학적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였고 현실 정치에는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사학계의 굳어진 상식이다. 이 책은 이러한 평면적 관점 때문에 그동안 도외시된 유가(이학파) 사대부들의 정치적 이상과 실천의 역동적인 다면성을 다룬다는 데서 기존의 연구서들과 다른 확실한 변별점과 미덕을 갖는다.

■ 집 잃은 개를 찾아서 1·2: 리링, 다산, 오규소라이, 난와이진과 함께 떠나는 진경환의 『논어』 여행, 진경환 지음, 1권 658쪽·35,000원 2권 596쪽·32,000원

이 책은 기존과는 다른 방향에서 『논어』에 접근했다. 강조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중·일, 동양 삼국의 주요 해설서, 곧 18세기 조선의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지은 『論語古今註』와 동시대 일본 유학자 오규 소라이(1666~1728)의 『論語徵』, 그리고 대만출신의 동양학자 난화이진(南懷瑾, 1928~2012)의 『論語別裁』 사이에 벌어진 가상 논쟁을 중점적으로 서술한다. 다른 하나는 『논어』가 ‘지금, 여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 본 것이다. 이 문제는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고 하는 낯익은 구호를 생동하게 살아 있는 기념으로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그 동안 『논어』 해석의 주류적 입장을 점유해 온 지나친 ‘鑑戒主義’ 혹은 강단의 ‘敎化主義’, 그리고 이른바 ‘유교적 민주주의’ 운운하는 시대착오적인 현대유교주의 등에 대한 비판이 강력하게 깔려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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