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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長壽한 경영서 … “회계는 어둠의 경제를 밝히는 윤리경영”
25년 長壽한 경영서 … “회계는 어둠의 경제를 밝히는 윤리경영”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9.02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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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전면 개정판 나온 『이야기 회계』의 매력은?

대학에서 퇴임한 뒤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헌석 (사)한국코칭연구원 이사장의 책 『쉽게 배워서 바로 써먹는 이야기 회계』(김영사, 311쪽, 13,000원. 이하 ‘이야기 회계’)는 1990년대 초반 『즐거운 회계산책』(김영사)으로 나왔던 책이다. 이게 25년이 지나면서 세 번째 전면 개정판으로 나왔다. ‘회계’하면 머리 아프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도, 꾸준히 팔리고 읽혔다. 회계 분야 베스트 셀러인 셈이다.

정병수 연세대 객원교수와 함께 쓴 이번 책은 ‘쉽게 배워서 바로 써먹는’이라는 수식어만으로 그저 ‘가벼운’ ‘실용적이기만 한’ 책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 연구자라면 ‘쉽게 배워서 바로 써먹는’이란 표현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마련이지만, 이 책은 회계학의 요체를 실생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적당히’보다는 ‘명확한 사고’를 체화할 것을 요청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 말대로 “꼭 경영학과 출신이나 기업인이 아닌 예술가일지라도 회계를 외면하고 살 수는 없다.”

다음과 같은 저자의 경험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었음직한 일일 것이다. “회계학을 공부한 나도 ‘적당히’로 인해 피해깨나 보았다. 정년 후 소일 겸 드나들 사무실이라도 확보할 양으로 40년 지기에 적지 않은 돈을 털어 넣었다. 그 결과 이러구러 공간 확보는커녕 사무실에서는 쫓겨나듯 나오고 돈은 돈대로 영영 회수할 길이 없게 돼버렸다. ‘적당히’에 길든 문화 때문에 그만 돈 잃고 사람 읽고 병 생겼으니, 그 피해가 막심했다.”

회계는 ‘애매모호함’과 ‘적당히’를 밝히는 학문이라고 말하는 저자들의 말을 더 들어보자. “‘적당히’ 또는 ‘애매모호함’은 회계와 상극이다. 회계는 이런 것을 없애려는 것이다. 곰팡이가 햇볕에 맥을 못 추듯 ‘적당히’에 멍든 고질병 치료에는 회계가 최고 명약이다.

회계는 곰팡이와 상극인 햇볕처럼 경제 내역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히는 투명성을 보장한다. 투명성이야말로 엉성하고 애매하기 짝이 없는 돈 계산을 백일하에 드러낸다. 또한 회계는 ‘명료성의 원칙’을 강조한다. 우선 명칭(계정) 및 금액 등이 명확해야 한다. 복잡한 조항을 자꾸 만들어 더욱 어렵게 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이해를 쉽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런 회계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이게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지식’이란 저자들의 주장도 쉽게 이해된다. 회계학을 가르치거나 공부하는 이들은 회계를 골치 아프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이들은 회계가 곧 ‘돈 계산’이라고 말한다. 미적분과 같이 대단한 수학이 아니니 겁먹을 게 없다고 한다. “더하기와 빼기가 주이고 어쩌다 곱하기와 나누기를 다룰 뿐”이니 말이다.

“장례식을 치르는 죽은 사람에게도 회계가 따르듯, 일상생활 곳곳에 회계가 따른다. 개인의 출납부, 가족의 가계부, 동창회비의 결산서가 모두 회계다. 가계부나 출납부에는 현금이 들어오면 입금, 나가면 출금으로 기록하는데, 이를 단식부기라고 부른다. 단식부기는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셈법이다. 단식부기가 쉽고 격이 낮다 해 회계쯤이나 안답시고 몇 명 되지 않은 동아리의 결산마저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와 같은 복식부기의 재무보고서로 보고하는 건 되레 회계를 욕 먹이는 일이다.”

『이야기 회계』는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구어체적 서술과 실생활 예화, 쉬운 용어 설명으로 어렵고 복잡한 회계를 파고들어간다. 재무제표, 복식부기, 대차평균의 원리, 회계순환과정, 기업회계기준, 원가회계 등 회계의 깊숙한 부분을 다루면서도 이를 결코 어렵게 풀지 않고, 쉽게 꼭꼭 짚어준다. 뿐만이 아니다. 2장 ‘재미있는 회계의 탄생’처럼 옛 상인들의 계산법, 르네상스시대의 회계 거장 루카 파치올라 등에서부터 오늘날 국제회계기준(IFRS)의 등장까지 회계의 역사를 빠르게 정리해준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개성부기’가 서양부기보다 200년 앞선 11세기에 탄생됐다. “정확한 고증이 어려워 아쉽지만, 상인들의 기록방법은 화폐가 통용됨에 따라 더욱 발달했을 것이고 이 시기를 하나의 분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부기가 생겼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일찍이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주화가 통용됐는데도 왜 부기가 발달하지 못했는가를 잠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십진법과 종이의 발명이 부기의 발달 토양이 됐다는 지적이다.

회계 원리를 쉽게 풀어낸 저자들은 이 회계가 ‘어둠의 경제를 밝히는 윤리경영’이라고 강조하면서 회계정보가 경제활동을 제대로 반영해야 회계토피아가 도래할 수 있다고 책의 마침표를 찍는다. “분식회계가 횡행하면 ‘어둠의 회계’다. 재벌그룹에서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비자금 조성문제만 해도 그렇다. 비자금을 조성하려면 반드시 회계를 부풀리든가 허위로 보고해야 하므로 분식회계는 필연적이다. 한편 분식회계가 반드시 비자금을 전제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이럴 때 둘의 관계는 묘하다. 실과 바늘처럼 꼭 붙어 다닐 수도 있지만 따로 놀기도 한다. 공통된 건 역시 어둠의 회계라는 점이다. 어두컴컴한 회계인 만큼 불투명 회계이기도 하다. 둘 다 회계의 투명성을 먹칠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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