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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닮아가는 그들 … 새로운 법 필요하다
인간을 닮아가는 그들 … 새로운 법 필요하다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9.01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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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15. 로봇윤리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은 매우 다른 질적 차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인터넷 규제를 위한 법만으론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의 노스 다코타주에서 무기 탑재 드론이 허용된다는 소식이다. 경찰이 최루 가스, 고무탄 등 비살상 무기를 탑재한 드론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7일 IT전문매체 <더버지>는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라 로봇산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워싱턴대 칼로 교수는 로봇(robotics. 로봇공학으로 번역되나 여기에서는 공학의 측면을 넘어 포괄적인 의미에서 ‘로봇’이라고 지칭함)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대 홈페이지에는 ‘로봇과 법 : 소프트웨어가 당신에게 피해를 줄 때’라는 연구소식이 올라 왔다.

로봇은 본질적으로 인터넷과 다르며 다른 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워싱턴대 로스쿨 라이언 칼로 교수는 「캘리포니아 법률 리뷰(California Law Review)」 ‘로봇과 사이버법(Cyberlaw)의 교훈들(Legal Studies Research Paper No. 2014-08)’에서 “로봇은 인터넷과 달리 데이터의 복잡성과 물리적 가해 능력을 결합시켰다”며 “로봇시스템은 미리 예상할 수 없는 작업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로봇은 점차 인간과 사물(장비)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칼로 교수는 워싱턴대 로스쿨 조교수이자, 워싱턴대 기술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또한 그는 스탠포드대 로스쿨 인터넷과 사회 연구센터 참여연구자이기도 하다.

칼로 교수의 주장은 간단하다. 사이버법과 다르게 로봇법이 만들어져야 하며 거버넌스와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책임을 일찍이 강조하며 대중들의 참여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이먼은 기술의 발전에 대해 매우 급진적이어서 어느 날 인간이 할 일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반면, 그 파급력에 대해선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세상이 전부 자동화된다고 하더라도 (행동경제학 입장에서 본다면) 현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칼로 교수는 기술의 파급력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다. 로봇공학은 기술적 한계를 언젠가 극복할 것이고 비용도 절감할 것이라는 뜻이다.

 

점점 모호해지는 인간의 경계

최근 ‘독일에서 로봇이 사람을 죽이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이제 로봇윤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로봇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로봇윤리의 연구 방향이 달라진다. 로봇이 새로운 종의 진화라고 보는 관점을 제외하면 로봇 문제는 결국 인간의 문제다. 앞 책 저자들은 “로봇이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해 행동할 경우 그에 따른 윤리적 책임은 로봇 제작자에게 있는 것인가 아니면 로봇 자체에 있는 것인가”라며 “로봇이 그 자체로 어떤 존재의 목적성과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로봇 윤리의 근본적인 쟁점”이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로봇 윤리』(라파엘 카푸로 외1, 어문학사, 2013)는 “로봇 공학에서의 윤리는 적어도 로봇 내의 윤리 시스템, 로봇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윤리 그리고 사람들이 로봇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윤리를 의미”고 적었다.

인터넷 관련 법이 오랜 논의 끝에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칼로 교수는 이제 이 법이 점점 발전하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루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은 한군데 머무르지 않는다. 군대부터 검색엔진 업체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국가는 인터넷을 발전시켜왔다. 덧붙여 그는 로봇이 우리 시대에서 변형적인(더 발전되고 다양하게 진화한다는 의미에서) 기술의 다음 주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즉 인터넷에 적용될 적절한 비유를 찾아 분투했던 법원은 이제 다시 로봇과 맞서야 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무시무시한 터미네이터와 반항적인 할 9000(HAL 9000, 아더 클라크의 공상 과학 소설 「2001 오딧세이」에 나오는 컴퓨터로, 지능이 있고 인간을 위협한다) 같은 컴퓨터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지만, 칼로 교수는 애초에 그런 영화들은 배제한다. 인터넷 보급에 따른 윤리적 문제와 마찬가지로, 상용화한 로봇의 보급은 심각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법적 긴장을 초래할 것이다. 공상 과학 스타일의 미래가 도래하기 전에 말이다.

 

로봇에 책임을 묻는 근거는?

그러나 이것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법적으로 다르게 다루어야 하거나, 혹은 전적으로 다른 법이 필요하다는 의미일까? 로봇과 인공지능이 만들어진 기술들, 예를 들어 컴퓨터와 완전히 다른 법이 필요하다는 뜻일까?

어떤 의미에서 칼로의 결론은 로봇연방위위원회를 만들자는 그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은 매우 다른 질적 차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인터넷 규제를 위한 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칼로 교수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래서 나는 빌게이츠부터 백악관이 내고 있는 목소리에 동참한다. 즉 로봇의 시대가 열렸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로봇공학이 만들어내고 있는 경험들과 질적 차원들은 법적 그리고 정책적 이슈들의 분명한 구획을 발생시킨다. 그러한 이슈들은 현 사이버법의 핵심적인 질문들을 때론 되풀이하거나, 때론 되풀이하지 않는다.”

미국의 한 인터넷신문은 칼로 교수를 로봇공학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꼽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사이버법은 훨씬 더 많은 정도로, 데이터가 야기하는 물리적 가해의 측면에 관여해야 하며, 말과 행동의 경계에 접근해야 한다.”

국내에는 제조로봇 안전에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만이 있는 상황이다. 아직 소원한 ‘로봇윤리’ 관련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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