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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의 성찰과 안목 앞에서
세르반테스의 성찰과 안목 앞에서
  • 교수신문
  • 승인 2015.08.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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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돈키호테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박철 옮김|시공사 |908쪽|18,000원

 

2004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돈키호테』 1편을 스페인어로 완역 출간한지 어언 10년이 흘렀다. 당시 2편의 작업은 언제 마칠 것이냐는 질문에, 세르반테스가 1605년 1편을 출간하고 10년 만에 2편을 출간했으니 나도 그 정도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지 않겠느냐 한 말이 현실이 돼버렸다. 그간 독자들로부터 직접, 혹은 출판사를 통해 전해져왔던 “아무리 늦어지더라도 기다린다”는 말에 보답하게 돼 기쁜 마음이 크다.

2편의 완역은 지난 10년간 한시도 나의 뇌를 떠나지 않았던 숙제였다. 2006년부터 모교 총장으로 8년간 소임을 다하느라 어쩔 수 없이 지체됐다고는 하나 그것보다는 2편 자체가 지닌 무게감이 그 긴 세월을, 혹은 좀 더 내가 성숙해질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세르반테스는 우스꽝스럽고 기이한 모험을 위주로 하던 1편과는 달리, 2편에서는 확연히 사색적이고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2편 작업을 하는 내내, 나는 10년 전보다 그와 그의 분신인 『돈키호테』에 대해 훨씬 더 큰 사랑과 존경심을 가지게 됐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탄생시킨 2편을 읽어나가다 보면 세르반테스가 인생에 대한 성찰과 안목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 대단한 1편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되지만 그렇지가 않다. 더 많은 것을 더 즐겁게 보여준다. 산초 판사의 거침없는 입담과 돈키호테로 인해서 대책 없이 끌려들어가는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해학이 그렇고, 세기의 짝꿍 돈키호테와 산초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도 그렇다. 2편에서 돈키호테는 점차 과대망상에서 벗어나 현실주의자가 돼가고, 산초는 주인의 예전 모습을 닮아가면서 매일매일 주인에게 훈계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다. 실제로 2편에서는 돈키호테가 산초에게 완력으로 제압당하는 장면도 등장하니 기대하시길.

세르반테스가 원작자라고 내세운 가상의 작가 시데 아메테를 비롯해 『돈키호테』 1편과 2편의 주요 인물들, 2편 집필 당시 세상을 떠돌던 가짜 『돈키호테』 2편의 작가와 등장인물까지 모조리 끌어들여 죽기 직전에 한바탕 크게 놀고 간 세르반테스의 놀이마당에 어서 참여하라 하고 싶다.

 

번역자인 박철 전 한국외대 총장은 스페인 왕립한림원 종신회원으로서 한림원 학술지 <뷸리틴>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10년 만에 다시 전문 번역가의 자리로 돌아와 새롭게 『돈키호테』 2편을 번역하는 대담한 지적 모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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