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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의 공격에 포위될 인간성
‘나노’의 공격에 포위될 인간성
  • 교수신문
  • 승인 2015.08.1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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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_ 『나노윤리』 도날 P. 오마투나 지음|이상헌·이원봉 옮김|아카넷|2015.7

차세대 산업혁명의 열쇠 ‘나노기술(nanotechnology)’. 인간성까지 바꿔놓을지도 모를 기술에 사람들은 둔감한 듯하다. 혹자는 “눈앞에 와 있는 혁명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고 통탄하기도 한다. 이들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강력하게 향상시킬 새로운 약물과 장치들이 나노기술을 통해 세상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기술에 맞서 인간성을 지켜낼 방안이 필요하다.

아일랜드 태생의 생명윤리학자 도날 P. 오마투나 더블린시립대 교수(의료화학)가 『나노윤리』(이상헌·이원봉 옮김, 아카넷, 2015.7)를 저술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나노기술이 제기하는 윤리적 쟁점들에 대한 종합진단서가 될 『나노윤리』의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

 

강철보다 더 강하지만, 순면처럼 입을 수 있는 소재를 상상해보라. 한 번 주유로 수천 마일을 달리면서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자동차를 상상해보라.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프로그램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전자레인지처럼 생긴 상자를 모든 집이 갖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스타트렉」 팬이라면 원자와 분자를 정확하게 배열해서 음식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푸드 슬롯’이나 ‘복제기’가 생각날 것이다.

나노기술로 완전히 변한 사회에 주목한 최초의 소설인 『다이아몬드 시대』(Stephenson, 1995)의 등장인물은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물질 번역기’라는 기기로 만들어낸다. 소설이 아니라 진지한 과학논문들도 그런 기기를 제안하고 있다.

나노기술과 관련해서 적극적인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뛰어난 과학자와 과학소설 작가들이 원자 수준에서 물건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나노기술이 실현된 우리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바라는 물질 속성에 대해 상상할 수 있을까. 그 속성들에 요구되는 나노 규모의 구조를 고안해내고 그런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당장 흥미를 끄는 것은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약품, 누구에게나 필요한 모든 음식과 물을 생산하는 방법, 환경을 정화하는 확실한 방법,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튼튼한 주택을 건설하는 수단 등이다. 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값싼 컴퓨터, 무제한 여행, 신체기관이 망가지면 대체할 인공기관을 생각할 수도 있다.

나노기술의 특징은 많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이 나노기술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까지도 자연과학은 특히 물리학·화학·생물학·공학기술·재료과학·정보기술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 분야는 자연의 다른 면에 초점을 맞추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개별 학과에서 연구가 수행돼 왔다. 나노기술은 이들 영역에 겹쳐 있는 문제와 쟁점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나노기술은 이른바 융합기술 중 하나다.

이런 측면에서 혁신적인 최신 기술의 추구는 언제나 흥분되는 일이다. 하지만 혁신은 미지의 위험을 안고 있다. 나노기술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고, 이제 막 언급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나노윤리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노기술의 개발과 응용에서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검토한다.

헌데, 나노기술의 윤리가 자세히 검토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나노기술이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출시된 생활용품이 약 500억 달러의 시장규모를 이루고 있는 데도, 2008년 설문조사에서 49%의 미국인은 나노기술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고 응답했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나노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그 이익보다는 위험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대중의 관심 부족이 새로운 제품에 대한 우려를 피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두려움은 유익한 발전을 망칠 수도 있다.

예컨대 나노입자는 너무 작아서 햇볕에 탄 피부를 포함해 손상된 피부에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에 관해서는 아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그래서 위험이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의 경우에 식품의약국(FDA)이 물질의 나노 입자에 대해 추가적인 검사를 요구하지 않는데, 이런 상황은 소비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는 탄소 풀러렌이 함유된 제품을 장기간 사용했을 때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알지 못한다.

나노기술이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라 해도, 우리의 모든 기술을 포기하고 버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자. 나노기술이 과학적으로, 윤리적으로 올바로 사용된다면 인류에게 엄청난 이익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보다 조심하는 마음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전진해야 한다. 우리가 자연과 인간 본성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기억해야만 한다. 과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전인류와 우리의 집인 지구를 더 좋게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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