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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광고가 밋밋하다고?”
“대학광고가 밋밋하다고?”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8.11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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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선을 유혹하는 ‘대학광고’ 기지개를 켜다

학생모집, 교수초빙 등 공고 위주의 광고만을 해오던 대학들이 광고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자원이 줄고, 정부의 지원사업이 평가 위주로 바뀌면서 대학도 ‘자기 홍보’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PR’이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라는 말의 약자라는 우스갯소리를 대학이 이해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문의 공간인 대학도 이젠 총성 없는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신문지면광고부터 SNS전략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광고가 일년 내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밋밋한 대학광고’ 고정관념을 깨라

1995년 20여개에 불과했던 대학광고시장이 이제는 생사를 넘나드는 총성 없는 전장이 됐다. 대학광고를 기획단계부터 주무하는 홍보실 직원들은 연간광고 기획을 짜고 제작하느라 일년 내내 동분서주하고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이미지와 카피(문구). 홍보담당자들은 광고기획자가 되고, 때론 카피라이터가 되기도 한다.

신문지면에서 색감이 잘 구현될까, 광고가 실리는 지면의 기사들은 가독성이 얼마나 될까, 다른 광고에 묻히진 않을까. 광고시안을 확정하고 신문에 게재하기로 한 당일 밤까지 담당자들은 밤잠을 설친다.

서울권의 한 중소규모 사립대 홍보담당자는 “인쇄 직전까지 수정을 하고 인쇄상태까지 모두 점검을 한 후에야 마음이 놓인다”며 “최상의 질을 뽑아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광고에서 ‘최상의 질’이란 사실 특별할 게 없다. 수험생·학생·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뇌리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깊이 각인되는 것이다.

대학광고도 광고의 기본요소인 소구점·직관성·가독성을 모두 고려하면서 수십 차례의 회의와 전문가 컨설팅을 거쳐 제작하지만 ‘대학광고는 어딘가 밋밋하다’는 고정관념을 어지간해선 뛰어넘기 어렵다.

간단해 보이지만, 대학광고는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전문업체에 맡기면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다.

대학광고는 △대학 이미지(브랜드) △입시(신입·편입) △교수 초빙 △정부지원사업 유치 △학생 수상업적 △중장기 발전계획 △연구성과 △후원·협력사업 등 다양하다.

이 광고들은 교육·연구·국제화·재정지원처럼 매해 대학들이 주력할 한 가지 큰 테마(슬로건) 안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신문의 지면광고를 비롯해 △TV방송 협찬·줄 광고 △라디오 △지하철 액자광고 △웹사이트 배너 등에 노출된다.

관심있게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칠 부분까지도 홍보담당자들의 눈엔 소중한 광고채널이다. 예컨대 TV에서 10여초간 다음 프로그램을 예고하는 장면에서 화면 하단에 노출되는 보드판도 광고다. “곧이어 ○○프로그램을 시청하겠습니다”라고 할 때 노출된다고 해서 ‘곧이어 광고’라고 부른다. 이름이 어딘지 익살스럽다. 또 방송이 끝나고 제작진 자막이 올라갈 때 1~3초간 깜빡이며 보여지는 광고도 놓칠 수 없다.

지역별 광고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본래 광고의 목적이 ‘이름을 알리려는 것’이지만,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학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대학은 선호하는 광고채널이 다르다. 서울·수도권 대학의 경우 신문광고를 많이 하는 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대학이 알려지길 원하는 중소규모 지방사립대는 고속도로변·야구장·건물 옥상 등에 대형광고판을 세우는 걸 선호한다. 이걸 ‘옥외광고’라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지방 사립대의 한 홍보팀장은 “신문에 광고를 내는 건 학부모 이상의 중장년층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을 겨냥한 것이고, 옥외광고는 전국 단위의 폭넓은 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대학이 소재한 지역·유형·규모 등 대학의 특성에 걸맞은 광고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가져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참신한 소재 발굴·SNS도…불 꺼지지 않는 홍보실

미디어가 다변화됨에 따라 대학광고도 실어나르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다. 신문지면과 라디오광고 일색이던 과거에 비해 최근엔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한 광고전략이 인기다.

단국대는 대학 마스코트 ‘단웅이’를 페이스북 주인공으로 설정해 시험기간 이벤트, 외국인 유학생의 방학생활, 봉사활동 등 대학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구독자가 2만5천여 명에 이른다.

남서울대는 ‘N+캠페인’을 통해 ‘인성을 갖춘 인재’를 주제로 한 30초짜리 감성광고를 유튜브에 게재했다. 이 대학처럼 홍보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일은 이제 홍보의 기본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 최근 대학광고는 보다 감각적이고 다채로워지고 있다.

SNS가 새로운 광고채널이라면 참신한 대학광고의 관건은 ‘소재’다. 어디에 담을 것이고,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등 기본적인 고민은 제쳐두고서라도 ‘소재의 빈곤’은 대학 홍보담당자들의 공통화두다.

지원배 한라대 교수(광고홍보학과)가 2013년 대학광고 1천460편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재학생과 졸업생을 등장시킨 광고가 24.2%(353건)로 가장 많았고, 대학건물·캠퍼스를 활용한 광고가 18.3%(267건), 학교 상징물 9.5%(139건), 교수·총장·직원 7.8%(114건)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중 학생·교직원·캠퍼스를 활용한 광고가 59.8%(873건)에 달했다. 대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소재로만 컨셉트와 아이템을 뽑다보니 금방 싫증을 느끼고, 사람들이 “대학광고는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쉽게 한다는 것이다. 홍보담당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대목이다.

이전의 대학광고가 대학 캠퍼스와 정책성과, 교통편과 지역적 입지 등을 선보이는 데 급급했다면, 최근엔 인물과 이야기를 담은 감성광고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셈법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은 숭실대다.

2010년부터 광고전략의 대대적인 전환을 이끌어낸 숭실대는 거의 모든 광고를 학생과 학부모의 시선에서 제작한다. 대학을 다니면서 각종 혜택을 받고 질 좋은 교육을 받았더니 당사자인 학생보다 학부모가 더 좋아한다는 컨셉트의 ‘우리 엄마 얼굴이 달라졌어요’(2010),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것을 모티브로 한 ‘구르는 돌’, 모든 사람들이 머뭇거릴 때 가장 먼저 도전하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퍼스트 펭귄’ 등은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은 각종 광고대회에서 수상했을만큼 안팎으로 인정을 받았다.

대학광고에 학생의 얼굴과 표정을 돋보이게 싣거나 자연 현상과 동물의 습성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곳에서 소재를 발굴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는다. 최근엔 소재를 넘어 ‘통일’이라는 다소 뜨겁지 않은 이슈를 던지기 시작했다. 대학광고에서 섣불리 시도하기 어려운 ‘이슈 파이팅(issue fighting)’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묻어난다.

김지현 숭실대 홍보팀장은 “교육수요자를 중심에 두는 인식의 전환과 남들이 쓰지 않은 소재를 찾는 것,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분야에서 의미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누구보다 먼저하고, 시선을 잘 두지 않는 곳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학 홍보실은 일정에 관계없이 매달 광고회의를 열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모은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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