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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호 새로나온 책
제787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6.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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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에게는 들어가는 통로와 나오는 통로가 있다. 들어가는 통로는 독서, 관찰, 이해, 학습이다. 그러나 나오는 통로는 그의 청중이다. 청중이 없다면 지식인은 허공에 대고 소리칠 뿐이다. 문제는 ‘세계적인’독자 따위는 없다는 데 있다. 당신이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 글을 기고한다면 그 글은 전 세계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의 진정한 청중은 당신이 이바지하는 특정한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자층이다. 그 논쟁의 배경 속에서만 작가는 영향력과 지속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세계적인 지식인’같은 것은 없다.”
-토니 주트 역사학자(1948~2009)『, 20세기를 생각한다』(조행복 옮김, 열린책들, 2015.6) 중에서

■ 놀라운 가설: 영혼에 관한 과학적 탐구, 프랜시스 크릭 지음, 김동광 옮김, 궁리, 500쪽, 23,000원

이 책은 ‘시각을 통한 인식’이라는 한정된 주제를 중심으로 의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서막을 열고 있다. 그동안 철학이나 종교의 영역에서만 언급되던 의식, 정신, 영혼의 문제가 실험을 통한 과학적 접근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DNA 구조의 발견으로 생명의 신비를 해명하는 데 큰 공로를 세운 크릭이 집필했다는 점에서 과학과 종교, 또는 과학과 신비주의를 애매하게 뒤섞는 식의 접근과는 달리, 철저한 과학적 입장에서 정신과 의식의 문제에 도전했음을 알 수 있다. 크릭은 이 책에서 자신이 연구를 통해 얻은 중간 결과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후배 과학자들에게 의식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것을 매우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의식에 대한 연구를 ‘지금 당장’시작해야 하고, 그것도 실험적인 방법을 통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 니콜라 테슬라 평전, W.버나드 칼슨 지음, 박인용 옮김, 반니, 600쪽, 27,000원

테슬라(1856~1943)는 발명과 특허, 이론 작업을 통해 현대 교류 전기의 근간을 마련한 탁월한 천재 과학자다. 토머스 에디슨과 마찬가지로 미국 최초의 과학계 명사로서 뉴욕 사교계를 주름잡고 전기에 관한 환상적인 실연을 통해 마크 트웨인을 비롯한 수많은 당대 사람들을 매료했다. 자신을 영리하게 내세우는 데 재능 있는 흥행사였던 그는, 빈곤한 노년기에도 해마다 생일이면 기자들을 모아 인터뷰를 하면서 인류의 평화를 보장할 무기를 발명했다고 주장해 대중적으로 괴짜 천재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또한 신비한 자질, 비현실적인 성향과 에디슨 같은 특권층에게 당한 무시는 그를 아웃사이더로 비춰지게 했고 때문에 오늘날 반문화의 영웅으로도 인식된다. 테슬라의 인생과 작업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연구라는 평을 받은 책.

■ 민중 만들기: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재현의 정치학, 이남희 지음, 유리·이경희 옮김, 후마니타스, 524쪽, 25,000원

혹시라도 이 책을 통해, 민중이라는 단어의 기원, 그 단어가 지칭하는 역사적 실체, 그리고 한때나마 저‘민중’이라는 단어가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간주됐던 역사 발전의 핵심 ‘주체’를 찾고자 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과연 ‘민중’이라는 지극히 독특하며 한국적인 개념이 언제 어떻게 형성됐고, 이 같은 개념을 만들어 낸 이들은 누구였으며, 이들이 이 단어를 통해 한국 사회에 미치고자 했던 효과는 무엇이었는지 질문할 때가 됐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에서 출발을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이른바 ‘민중운동’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지식인과 대학생에 관한 것으로, 이들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민중’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만들어 내고, ‘ 민중’에 대해 어떤 논쟁을 벌였으며, ‘민중’에 대한 자신들의 고민을 어떻게 실천했는가를 다루고 있다.

■ 식민지 시기 언론과 언론인, 박용규 지음, 소명출판, 442쪽, 32,000원

사회과학 전반에서 역사 연구가 침체돼 있듯이, 언론학에서도 언론사연구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언론학에서의 언론사 연구의 부진은 한국 언론구조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 언론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접근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러한 입장에서 일본 지배 하의 우리 언론과 언론인을 돌아본다. 많은 실제 사례들을 통해 그 당시의 언론 정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파악하고, 이러한 정책에 대한 언론인들의 인식과 비판이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를 연구한다. 이 책에서는 일제의 언론 탄압과 신문의 대응이라는 틀을 넘어서서 식민지 시기 언론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자 했다.

■ 원균 이야기 칠천량의 백파, 김인호 지음, 경인문화사, 358쪽, 18,000원

저자는 원균이 왜 그리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의 판단을 만들어낸 조건과 역사적 배경이 무언지 탐구했다. 특히 정치권력이 만든 왜곡은 원균의 실제 모습을 이해하는데 많은 장애가 됐다. 지난 400년 동안 대부분의 국가 권력은 국난극복(조선후기), 충량한 국민 만들기(이승만 정권), 총화단결·유비무환(박정희 정권) 등 권력 연장을 위해 혹은 통치의 효율성을 위해 다양한‘시대의 교훈’을 창출했다. 여기서 원균이 맡은 역할은 늘 겁장, 악장, 간신이었다. ‘간교한’교훈 위주의 역사는 위인전기를 양산하고 대신 위인을 더욱 위인답게 하는 희생물이 필요했다. 여기서 원균은 자신에 대한 진지한 이해보다는 외부적 환경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한 시대적 교훈과 위인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보조 수단으로 이용됐다. 저자는 이러한 ‘과잉 왜곡’의 저편에 있는 역사적 실체로서의 원균을 드러내고자 했다.

■ 조선시대사①②, 1권 홍순민 외 지음, 384쪽, 17,900원. 2권 김훈식 외 지음, 356쪽, 16,900원, 푸른역사

과학적·실천적 역사학의 수립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자주화에 기여하기 위해 창립해 현재 700여 명의 학자들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하게 한국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학회로 자리매김한 한국역사연구회와 역사의 대중화에 새 지평을 연 푸른역사가 함께 ‘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를 펴냈다.  ‘한국역사연구회시대사총서’는 역사학계의 중진 학자들이 참가해 총 10권(고대·고려·조선·근대·현대 각 2권)으로 완간 예정이며 그 첫걸음으로 『조선시대사 1: 국가와 세계』와 『조선시대사 2: 인간과 사회』를 출간했다. ‘한국역사연구회시대사총서’는 전 시대 전 분야를 망라해서 서술하는 대신, 시대별로 그 시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주제를 선정해 그동안 축적돼 온 학계의 연구 성과를 압축 정리해 깊이 있는 역사 읽기를 시도했다. 이번 두 책은 조선시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조선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게 서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역사연구회 중세2분과에 소속된 조선시대를 전공하는 연구자들은, 조선시대를 새롭게 그려내려면 그 목차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고민 끝에 조선시대를 인(가족)-사회-국가-세계의 틀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고 각각의 범주에 맞는 16개의 소주제를 선정해 두 권의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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