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3:10 (토)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모델은 ‘문화’를 중심에 둔 ‘5원 구조’다”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모델은 ‘문화’를 중심에 둔 ‘5원 구조’다”
  • 교수신문
  • 승인 2015.06.10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술대회 후기_ 제1회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전략’ 심포지엄을 마치고

▲ 지난달 29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한 경제·사회발전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과기대 동북아지속가능발전센터(센터장 이영한, 건축학부)는 한국수자원공사(대표 최계운)와 공동으로 제1회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전략’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기후변화학회, 한국디자인진흥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 16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그동안 환경, 경제, 사회, 과학기술, 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학제적 연구를 통해 전환기 한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종합전략을 모색하고자 일련의 작업을 해왔다. 각 분야 대표적 학자 등 24명이 2014년 <교수신문>에 연재했으며, 이것을 보완해 지난 5월에는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전략』(한울)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이 저서 출간을 계기로 시리즈 심포지엄을 기획했다. 이 심포지엄은 그 첫 행사다. 최성재 전 청와대비서실 고용복지수석(한양대 석좌교수)을 좌장으로, 이영한 동북아지속가능발전센터장(서울과기대)이 「전환기 한국형 지속가능발전과 調和 사회」를 발제했다. 문화(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교육(최돈형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여성(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 주거(하성규 중앙대 명예교수), 기후변화(전의찬 세종대 대학원장), 에너지(서균렬 서울대 교수), 경제(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실장) 등 각 분야의 대표적 학자들이 토론위원으로 참가했다.


▲ 기존 지속가능발전 3원 구조도
한국은 1945년~1960년까지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였다. 1960년 4·19 학생혁명과 5·16을 시발로 해 1996년 OECD 가입까지 35년 동안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사회 발전을 이룩했다. 경제 부흥을 최우선하고 경제 대국의 대열에 올라섰으며, 이 성과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서 사회발전을 이룩했다. 20세기 세계사에서 최빈국에서 선진화국으로 발전한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6년 이후 한국은 경제적 활력이 떨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사회 각 부문에 걸쳐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중산층 축소, 좋은 일자리 창출 부족, 재정 건전성 우려, 복지 체계의 불확실성, 삶의 만족도 하락 등 사회적 문제와 기후변화, 생태, 에너지, 폐기물 등 환경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경제 문제, 사회 문제, 환경 문제가 서로 맞물려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어떤 처방도 효험이 없는 고질적인 중병의 초기 현상들이 만재하고 있다. ‘기존 틀 속에서 새롭게 개혁한다’는 更張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조선시대 중기의 대정치가인 율곡 이이는 그 당시를 쇠퇴기 초기 단계로 보고 점진적이고 화합적인 사회 개혁론인 경장을 주창한 바가 있다. 이러한 퇴행적 한국 현실에 맞는 종합처방책이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것이 이번 심포지엄의 취지였다.


경장은 조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화 사회는 포괄성과 포용성을 근간으로 한다.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지속가능발전에서 우리 시대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은 경제, 사회, 환경을 포괄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현세대와 후세대의 포용을 지향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사회에서 실천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지속가능발전을 수용하는 데 애매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한국도 지속가능발전이 도입된 지가 20여년이 지나가고 있으나, 아직도 제대로 정착하기 못하고 있다. 건축, 도시, 교육, 에너지, 생태 등 일부 전문 분야에서는 많은 성과들이 있으나, 경제, 사회, 환경을 포괄하는 통합적 개념으로서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노력은 아직 미진하다. 주로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오고 있는 실정이다.


▲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5원구조도
한국에 도입된 지속가능발전은 지속가능발전의 양극단 진영인 제3세계 문제와 유럽 선진국들의 성과들이 절충돼 있다. 우리에게는 40여 년 전에 이미 해결된 최빈국 시절의 이슈들이며 또한 이상향과도 같은 것들로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한국의 비전을 그리기 위해서는 한국적 현실에 맞는 지속가능발전 모델을 찾아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은 경제, 사회, 환경의 3원 구조(the three pillars)를 기본틀로 하고 있다.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구조는 무엇일까. 최근에 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UN을 중심으로 문화를 추가하는 4원 구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데 비해 실천력이 부족하다고들 한다. 실천은 결국 엔지니어링 등 혁신적인 과학기술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경제, 사회, 환경의 3원 구조로부터 문화를 중심으로 하고 4방위에 경제, 사회, 환경, 과학기술을 두는 5원 구조로의 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근대화는 先 경제 성장, 後 사회·문화 발전으로 진행돼 왔다. 경쟁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고 이 과정에서 대다수는 낙오자들로 전락했다. 갈등이 격화되고 사회적 연대감이 상실되는 등 지속가능발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장의 시기에는 먼저 문화 발전을 이뤄 인성 등 정신적 역량을 키우고 공동체 정신을 배양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경제·사회 발전을 추구하는 발전 모델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의 비전이 무엇이야 하는지, 이를 위해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하며, 그 핵심 과제는 또 무엇인지 포괄적인 검토를 통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창조적인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영한 서울과기대·건축학부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속가능과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서울과기대 동북아지속가능발전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전략』(공저)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