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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예술진흥계획발표 이후
순수예술진흥계획발표 이후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2.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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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7 22:56:41

드디어 경제 논리에 흔들리는 예술 정책, 문화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예술 시대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0월 30일 문화관광부에서는 창작여건 조성, 문화 매개자 지원 육성, 문화 향수자 창출 강화, 문화교류 체제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순수예술진흥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 현 16%에 그치고 있는 순수예술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을 2011년까지 25%로 상향조정, △ 문예진흥기금 1억5천억원 조성, △ 2005년까지 명동 구 국립극장 복원, △ 도심미술문화공간 및 대관 전문 미술관, 국립지방국악원 건립, △ 스튜디오 등 미술창작 공간 조성, △ 예술 경영전문인력 양성 및 예술정책 수립, △ 문화창작비 및 국민 문화생활비에 대한 소득공제, △ 예술인 복지제도 연구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간 정치공약 등 수사적 차원의 언급만 있었을 뿐, ‘순수예술 진흥정책의 범주를 거의 망라한 종합계획’이 부재했음을 비추어 본다면, 문화부가 발표한 이번 계획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문화 창작자에서부터 문화 향수자까지 예술 전반에 걸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은 문화예술 정책에 관한 기본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승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연극원)는 “인문학과 예술이 문화산업의 밑거름이 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문화산업에 편중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라 지적하며 이번 발표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바람직한 태도”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실현 가능’ 여부다.

현재 16%에 불과한 순수예술진흥 예산 규모를 어떻게 25%로 끌어올릴 것이며, 문예진흥기금을 1조5천억원으로 확충할 것이고, 문화창작비 및 문화생활비에 대한 소득공제를 조세의 형평성에 맞춰 운영할 것인가 등에 대한 구체적 접근법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기가 선거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발표가 되고, 세부 사항들이 관련 정부부처와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 실현 여부가 더욱 불투명하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그 동안 문화예술 관련 단체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요구되어왔던 ‘문화예술진흥법’ 개정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개혁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족예술인총연합 안성배 정책기획팀장은 “문화 정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낡은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것이야 말로 “자율성, 실험성 등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예술 환경을 제대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핵심적 기본 과제”라 밝혔다.

선심성 계획발표로 그칠 것인가, 아니면 환골탈태의 노력으로 새로운 문화예술 정책의 지표로 남을 것인가. 문화관광부의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은정 기자 iris79@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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