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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호 새로나온 책
778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4.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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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번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파악하는 데 마음의 모델이라는 필터를 적용하는 일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마음의 모델은 사람들이 행동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내재적 원칙이다. 문화는 더 광범위하고 거시적 변수인 반면, 마음의 모델은 미시적 수준의 변수로서 개인이나 집단에 적용되고,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변경 가능하다. 문화는 개인적인 마음의 모델이 집적된 결과로서 개인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모델 유형에 영향을 미친다. 이 둘은 상호작용하면서 계속 발전해나가는 시스템이다.”

- 로렌스 E.해리슨 터프츠대 플레처 스쿨 겸임교수「, 문화적 변화의 추진」, 『문화가 중요하다』(새뮤얼 P. 헌팅턴·로렌스 E. 해리슨 엮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2015.3) 중에서

■ 고전장원제와 봉건적 부역노동제도의 형성: 서유럽 대륙지역을 중심으로, 이기영 지음, 사회평론사, 464쪽, 28,000원

이 책은 서양 전근대사회의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토대를 형성했던 장원제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서양 장원제의 발상지인 서유럽대륙을 중심으로 구명한다. 고전적 형태의 장원제를 단순 토지경영 체제가 아닌, 영주의 독점적 대토지소유제와 강력한 지배권력을 포괄하는 봉건적 토지소유 형태로 보고 이들 주요 요소의 형성도 긴밀하게 관련시켜 고찰했다. 저자는 특히 중세 초기 고전장원제의 형성과 봉건적 부역노동제도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부각시킨다. 고전적 장원제의 골간이면서 전근대 농노들의 핵심적 의무였던 봉건적 부역노동제도의 형성 과정과 계기를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지금까지 서양 학계의 연구에서조차 소홀했던 부분을 다루고, 고전장원제의 형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 담론: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돌베개, 428쪽, 18,000원

2004년에 출간된『강의』에 이어 신작『담론』에서도 저자는 동양고전 讀法을 통해‘관계론’의 사유로 세계를 인식한다. 동양고전을 공부의 텍스트로 선택한 이유는 동양고전이 갖고 있는 풍부한 사상들이 세계 인식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동양고전에 담긴 사상들은 무엇보다 인간을 중심에 둔다. 동양 사상에서 인간은 天地人三才의 하나이며, 그 자체가 일부분이면서 동시에 전체이기도 하다. 동양 사상이 갖고 있는 조화와 균형감, 그리고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뛰어난 관점은 세계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유연한 틀이 된다. 저자는 고전을 현재의 맥락에서, 오늘날의 과제와 연결해서 읽는다. 모든 고전은 과거와 현재가 넘나드는 곳이며, 실제와 상상력, 현실과 이상이 넘나드는 역동적 공간이어야 한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동양고전은 逐字해석이나 자구의 의미에 매달리지 않고,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양태들과 결합돼 현재의 문맥으로 새롭게 읽힌다.

■ 대중들, T. 슈나프·매슈 튜스 엮음, 양진비 옮김, 그린비, 927쪽, 45,000원

스탠퍼드 인문학 연구소는 지난 2000년부터 18세기 위대한 혁명들과 현대 사이에 존재한 근대적 대중의 문화적·사회적·역사적 측면을 추적하는‘대중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그 기획물의 하나로『대중들(Crowds)』을 펴냈다. 그린비 프리즘 총서 18권으로 국내에 소개된 이 책은 근대 시기부터 현재까지 대중이 맡은 주요한 역할을 다층적으로 분석한 포괄적 연구서로, 사회학·심리학·인류학 등을 연구하는 16명의 학자들이 산업 대도시를 따라 계급·연령·성별·인종·국적이 혼합된 집합체로 등장하는 대중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보여 준다. 또한 근대 예술과 문학에서의 대중, 시장의 대중, 스포츠 대중, 매스미디어 속 대중,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대중 등을 각각의 담론과 함께 분석하며 대중의 특정한 측면이 부상하는 모습을 포착해냈다.

■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경제위기, 중산층의 배반 그리고 권위주의의 귀환, 조슈아 컬랜칙 지음, 노정태 옮김, 들녘, 416쪽, 20,000원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냉전이 종식되고 서방 세계의 승리가 확실해진 이후, 민주주의라는 큰 흐름이 역행하리라는 전망은 지나친 비관주의로 받아들여졌다. 민주주의는 모든 인류가 종국에는 도달하게될 최종 목적지라도 되는 듯했다. 중동이나 중국, 러시아의 상황은, 이슬람 근본주의가 득세하는 배경이나 소련의 그림자가 드리운 권위주의처럼, 지역적인 특수함 탓일 거라 여겼다. 하지만 아랍의 봄과 여름은 가을의 과실을 맺지 못했고, 태국에서는 선거, 쿠데타, 폭력 시위가 일상적으로 되풀이되는 기이한 ‘민주화’가 이뤄졌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붕괴는 개발도상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각국의 조사 기관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견고한 민주주의를 확립한 나라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와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경제 위기에 더욱 도드라진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연구원인 저자는,‘ 민주주의의 후퇴’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며, 우리가 손을 놓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이 퇴행적인 흐름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 경고한다.

■ 민주주의 헌법론, 국순옥 지음, 아카넷, 556쪽, 27,500원

이 책은 저자가 1970년대 말부터 2004년까지 발표한 글 가운데 강단헌법학 비판 등 핵심이 되는 21편을 가려 뽑아 펴낸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우리 사회를 둘러싼 헌법현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독일과 프랑스, 영미와 일본의 문헌을 가로지르는 정치한 이론 작업을 해왔으며, 이러한 헌법해석의 과정이 사회의 변혁에까지 나아가는 실천적 행위임을 강조해왔다. 우리의 헌법은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으나 학계의 헌법 담론과 문화는 극복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고‘닫혀’있다고 진단한 저자는 한국 헌법학계가 관념론적 헌법학 일색이라고 비판하면서 논의를 심화해나간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민주주의를 우리 헌법의 최고 구성원리로 다시 세우기 위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잠재력을 재발견해 급진주의적 방향으로 힘차게 밀고 나아가는 한편(민주주의의 수직적 심화), 국민주권의 창조적 재해석을 통하여 국가권력뿐 아니라 사회권력도 민주주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율과 연대의 기본권 공동체로 나아가자는(민주주의의 수평적 확장) 것이다.

■ 복제: 분야별 전문가들의 11가지 복제 이야기, 박상준 외 지음, 케포이북스, 237쪽, 12,000원

이 책은 복제 문제를 우리 모두의 화제로 끌어올리려는 패기만만한 시도다. 서로 전공이 다른 11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뭉쳐 복제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복제’라고 하면 생명복제나 3D 프린팅 정도를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11가지의 복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게 될 것이다. 필자 중 다섯 명이 모여 복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눈 2부의 기록을 보면, 복제가 이 세상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으며,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지,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인지 등을 접하며 또 다시 놀라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 시대가 지향하는 융합의 정신을 실현하려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책은 1장‘복제 공학의 세계’, 2장‘확장하는 복제 혹은 복제의 기원’, 3장‘복제의 욕망, 복제의 지평’, 4장 ‘복제의 문제 그 너머의 가능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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