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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호 새로나온 책
775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4.0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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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국민경제는 그‘내부’에서 기존의 재산 목록에 실려 있는 요소를 아무리 치밀하게 고쳐 쓰더라도 그 근본적인 부분을 바꿀 수 없다. 이러한 국민사적인 기억의 토폴로지(topology)를 이미 성립된 기억의 장에 한정시키지 않고 보다 총체적이고 근본적으로 해명해 뛰어넘지 못한다면, 국민국가의 正史를 해체하려고 하면서도 결국은 그 의도와 다르게 국민사의재란 목록을 다른 형태로 풍부하게 하는 것 이상은 할 수 없다. 이 한계점이 바로 동아시아‘기억의 장’에 대한 모색의 출발점이다.”
— 정지영 이화여대 교수『, 동아시아 기억의 장』(정지영·이타가키 류타·이와사키 미노루 편저, 삼인, 2015.3) 중에서

 

■ 뉴아트행동주의: 포스트미디어, 횡단하는 문화실천, 이광석 지음, 안그라픽스, 392쪽, 22,000원

이 책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부상하는 새로운 예술 창작과 미디어 표현의 비판적 흐름을 주목한다. 특히 체제 권력에 틈입하는 국내 창작자·제작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예술행동, 문화간섭, 행동주의, 대안미디어, 전자저항, 자가 제작문화 등 다종다양한 실천을‘뉴아트행동주의’라 정의하고, 기술과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문화실천의 지적 계보를 살핀다. 동시대 미술, 디자인, 문화, 미디어 영역에서 활동하며 스스로 자신의 삶과 주권 공간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행보를 통해 우리 문화실천의 새로운 지형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실천의 계보를 읽어낼 수 있으며, 나아가 아티스트 18인의 실험 활극을 통해 실천 양상의 구체적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미의 심리학: 아름다운 자기의 탄생, 박엘런 싱크먼 지음, 배충효 옮김, 책세상, 372쪽, 17,000원

정신분석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미에 관한 오랜 지적 관심과 수십 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아름다움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새로운 개안의 계기를 제공한다. 특히 정신분석학에서 진화심리학, 신경심리학, 신경미학까지 최신의 이론과 방법론을 총동원해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각적으로 통찰함으로써 그간 사회 병리적으로만 논의됐던 미에 대한 담론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해준다. 더불어 최신의 고고학적 증거와 고대신화, 구전 동화 등의 고증을 통해서도‘아름다운 자기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재발견해내면서,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을 다듬고 고양해나갈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자리매김하며,‘ 아름다움의 자리’를 새롭게 찾아준다.

■ 안보파트너십의 역설: 한미 연합사령부 창설의 정치군사학, 윤형호 지음, 연경문화사, 464쪽, 25,000원

한국전쟁으로부터 시작된 한미 안보동맹은 1970년대 말에 이르러 한미연합방위체제제를 형성하면서 오늘날까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한 동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 평가가 가능했던 데는‘한미연합군사령부의 창설’이 초석이 된다. 저자는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어떻게, 그리고 왜 창설하게 됐는지에 대해 안보파트너십의 개념을 중심으로 접근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미국과 한국에서 비밀해제된 정치군사 사료들을 동원했다. 클라우제비츠가 언명했던‘정치과 군사의 관계’가 한미안보파트너십에서 어떻게 작용, 정치적 갈등이 군사적으로 제도화되면서 연합방위체제를 형성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설명을 제공하는 책이다.

■조경수로 좋은 우리자생수목: 특성과 재배법, 정계준 지음, 국립경상대출판부, 472쪽, 35,000원

저자는 20여 년 동안 우리 자생수목들의 번식 및 재배 방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고 그 결과를 한 매체에 3년여 동안 매주 연재하기도 했다. 이를 다시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 이 책이다. 20여 년 동안 가꿔온 1천200평 남짓한 그의 경남 사천 자택의 생태정원은 400여 종에 달하는 수목들의 천국이다. 이 책에서는 모두 163종의 자생수목을 다루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 자생수목이나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오래돼 자생수목과 다름없이 친근한 외래종 몇 종도 포함됐다. 해당 수목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눈에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꽃과 열매 등 수목의 부위별 사진을 실었다. 일종의 식물도감인 셈이다. 또한, 분류학적 위치와 형태적 특성, 자생지, 성질과 재배 방법, 그리고 관상 포인트, 조경수로서의 특성과 배식, 유사종 등을 실어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

■ 조선시대 인물사 연구, 이성무 지음, 지식산업사, 827쪽, 39,000원

한국 역사학계는 넓고 깊은 인물사 연구가 부족해, 몇몇 두드러진 빼어난 이들에 대해 판에 박은 듯이 미화하기에만 머무르고 있어, 사상사연구에도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이 사실을 인식한 원로 국사학자가 인물 사상사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 집필한 게 바로 이 책이다. 2003년 정년 이후 조선시대 인물사·사상사 연구에 집중해 온 저자의 신작인 이번 책은 변안열의 원주변씨, 정종의 해주정씨, 이원익의 전주이씨, 이덕형의 광주이씨, 이양원의 전주이씨, 장만의 인동장씨, 이관징의 연안이씨, 유척기의 기계유씨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문중이 지닌 미공개 자료, 그 문중에서 생산한 문서들까지 철저히 분석해 인물평에 집중했다.

■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진중권 지음, 창비, 388쪽, 16,500원

사진가 구본창부터 건축가 승효상, 배우 문성근, 미술가 임옥상, 소설가 이외수,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미디어아티스트 박찬경까지 우리 시대 문화·예술 분야 거장의 인생과 작품을 진중권 특유의 예리한 눈으로 파고든다. 한 분야에 일생을 투신해온 예술가만이 지닐 수 있는 빛나는 통찰부터 스스로 털어놓는 작품의 뒷얘기와 창작의 고뇌까지, 예술가들의 속 깊은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2014년부터 창비 팟캐스트‘진중권의 문화다방’에서 만난 인터뷰이 중 8인을 선별해서 실은 것이다. 팟캐스트에 담을 수 없었던 각 예술가들의 작품을 풍성하게 수록했고, 인터뷰를 바탕으로 새로 집필한 내용까지 보탰다.

■ S/Z, 롤랑 바르트 지음, 김웅권 옮김, 연암서가, 400쪽, 25,000원

발자크의 중편『사라진』에서 주인공 사라진의 이니셜 S와 그가 사랑하는 거세가수 잠비넬라의 이니셜 Z를 따 대립적인 횡선을 넣어 상징적 모노그램 형태로 제목을 붙인『S/Z』는 롤랑 바르트의 지적 여정에 있어 핵심적인 이정표 중 하나다. 이 책은 바르트 개인의 문학적 삶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20세기 후반 서구의 문학비평사에서 하나의 획기적인‘사건’을 구성하는 걸작이다. 바르트의『사라진』독법은 구조주의적 분석에서 해체비평으로 넘어가는 접점에 위치한다. 『S/Z』는 두 개의 비평을 아우르는 풍요로운 사유의 결정체로 다가온다. 이 책에는 구조주의, 후기구조주의, 해체철학에 이르는 프랑스 인문학의 풍요로운 결실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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