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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박사’ 5명 중 2명은 연봉 2천만원 미만
‘인문학 박사’ 5명 중 2명은 연봉 2천만원 미만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4.02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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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4년 신규박사 분석 결과_ 고용불안 갈수록 증폭
연봉 2천만원 미만 18.3%(2011년)에서 39.8%(2014년)로

국내박사들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국내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졸업생의 취업률은 3년 전보다 높아졌지만 상용직 취업 비율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이 4천만원 이상인 비율도 줄었다. 특히 인문학 박사는 임시직 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데다 5명 가운데 2명은 연봉 2천만원도 안 될 정도로 고용 불안이 두드러졌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실시한 『박사조사』를 <교수신문>이 분석한 결과다. 직능원은 국내 대학의 신규 박사인력에 대한 실태 분석을 위해 2011년부터 해마다 국내 대학원에서 새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졸업생을 대상으로 학위과정과 노동시장 이행 성과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분석 결과 국내 신규박사의 취업률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2011년 첫 조사 때 64.3%였던 취업자 비율은 2012년 67.8%, 2013년 72.1%, 2014년 75.5%로 높아졌다. 학위과정 중 학업에만 전념한 신규박사의 취업률은 2011년 40.2%에서 2014년 57.3%로 올랐고, 여성 취업률도 56.7%에서 70.9%로 크게 향상됐다. 자연계열 박사는 여전히 취업률이 가장 낮지만 2011년 53.2%에서 2014년 65.7%로 올랐다. 인문계열 박사는 65.4%에서 73.1%로, 공학박사는 61.0%에서 72.7%로 취업률이 개선됐다.

취업률은 높아졌지만 고용 조건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조사 당시 취업했거나 취업이 확정된 신규박사 가운데 상용직 비율은 2011년 71.6%에서 2014년 68.9%로 2.7% 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인문학 박사는 상용직 비율이 같은 기간 56.6%에서 49.0%로 7.6% 포인트 떨어졌다. 감소폭이 가장 컸다. 예술·체육계열 박사는 6.5% 포인트, 공학박사는 6.4% 포인트 상용직 비율이 감소했다. 사회계열 박사는 상용직 비율이 64.0%에서 67.6%로 3.6% 포인트 증가했다.

고용 여건 악화는 임금으로 이어졌다. 직장에서 받는 연봉을 조사한 결과 2011년에는 5천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8.1%였으나 2014년에는 그 비율이 48.3%로 떨어졌다. 연봉 4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 비율은 13.3%에서 11.3%로, 연봉 3천만원 이상 4천만원 미만 비율은 13.9%에서 13.6%로 낮아졌다. 이에 비해 연봉 2천만원 미만인 신규박사 비율은 2011년 6.3%에서 2014년 14.2%로, 2천만원 이상 3천만원 미만 비율은 8.4%에서 12.6%로 높아졌다.

특히 인문학 박사의 고용 불안이 두드려졌다. 인문학 박사 가운데 연봉이 5천만원 이상인 비율은 2011년 52.7%에서 2014년 22.1%로 30% 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반면 연봉 2천만원 미만인 인문학 박사의 비율은 2011년만 해도 18.3%에 그쳤지만 2014년에는 39.8%로 뛰었다. 2011년만 해도 연봉 5천만원 이상이 가장 많았는데, 3년 만에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모든 계열을 통틀어 연봉이 2천만원도 안 되는 비율도 인문학 박사가 가장 높다. 예술·체육계열 박사도 연봉 5천만원 이상 비율이 38.0%에서 23.9%로 줄고, 2천만원 미만 비율은 11.4%에서 30.5%로 높아졌지만 5천만원 이상 고연봉자 비율은 인문학 박사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보다 여성의 연봉 수준이 더 안 좋았다. 2014년의 경우 인문학 박사 가운데서도 여성은 연봉 2천만원 미만 비율이 49.0%에 달했다(남성은 30.3%). 예술·체육계열 박사도 여성은 48.1%가 연봉 2천만원 미만이었 다(남성은 16.7%).

연봉 3천만원 이상은 줄고 그 이하인 비율은 높아지는 현상은 모든 계열에서 나타난다. 연봉 2천만원 미만인 비율이 사회계열은 5.2%에서 12.5%로, 자연계열도 7.0%에서 16.4%로 높아졌다. 그래도 인문, 예술·체육 계열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연봉 5천만원 이상 비율이 가장 높다. 불과 3년 만에 이 두 계열만 연봉 2천만원 미만인 박사의 비율이 급증했다.

송창용 직능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문계열 박사는 미취업자 비쥴이 전 계열에서 세번째로 높고, 취업자 중 임시직과 일용직 비율이 가장 높으며, 현재 연봉이 2천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다”며 “취업이 어려울 뿐 아니라 취업에 성공해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시간강사를 주업으로 계획하고 있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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