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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교육 살리는 ‘인문기본법’ 필요하다”
“연구·교육 살리는 ‘인문기본법’ 필요하다”
  • 김봉억 객원기자
  • 승인 2015.03.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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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_ ‘인문 진흥법’ 제정 국회 논의 시작됐다

학계가 인문학 대중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조직도상으로도 사회ㆍ교육ㆍ문화영역을 총괄하는 사회부총리가 장관을 겸직하고 있는 교육부 소관으로 ‘인문진흥법’을 추진하는 것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사회의 인문학 열풍과는 반대로 대학 인문학은 대학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인문 진흥법’ 제정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2013년 연말에 국회에 연이어 발의됐던 ‘인문 진흥법’ 세 법률안이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첫 입법 공청회를 갖고 통합법안 마련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오는 4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인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인문 진흥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간에 큰 이견이 없고, 주관 부처인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서로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법률 제정 가능성이 높아 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 인문학을 어떻게 볼 것이며, 어떻게 진흥시켜 나가느냐는 방법론이 남은 셈이다.


지난 2일 오후 2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설훈, 이하 교문위) 전체회의장에서 ‘인문 진흥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현재 국회 교문위에 계류 중인 신계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대표발의한 ‘인문학 진흥 및 인문강좌 등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이명수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인문사회과학진흥법안’, 김장실 의원(새누리당)의 ‘인문정신문화진흥법안’에 대한 진술과 질의ㆍ토론이 진행됐다.


신계륜 의원의 ‘인문강좌법’은 인문강좌 지원과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교수를 비롯한 시간강사, 학문후속세대 등의 인문학자와 대학 밖의 인문 콘텐츠를 보유한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들에게도 활동무대를 넓혀 주자는 방안이다. ‘인문사회진흥법’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균형 발전을 도모해 우수한 인문사회과학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인문정신문화진흥법’은 국정과제인 문화융성을 위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인문정신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발의됐으며 고전 국역과 외국어 번역에 관심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기반국에 인문학 부흥 전담부서인 ‘인문정신문화과’를 이미 설치했다. 세 법률안의 공통점은 국무총리 소속의 정책심의기구를 둬서 부처 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쟁점은 인문학 연구와 교육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인문기본법’의 성격을 갖는 ‘인문학 진흥법’이냐, 인문강좌 활성화 등 인문학 대중화에 초점을 둔 ‘인문정신문화 진흥법’이냐로 갈린다. ‘인문학 진흥법’은 고등교육과 학술진흥 업무를 맡고 있는 교육부가, ‘인문정신문화 진흥법’은 문화융성 국정과제를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 부처가 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눠진다.
이날 입법 공청회에서 위행복 한국인문학총연합회 회장(한양대 중국학과)은 “인문기본법의 역할을 수행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인문학이 진흥하려면 그 뿌리인 연구분야를 튼튼히 살려야 한다”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이 형성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인문학의 대중화와 사회적 확산의 활성화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단장을 지낸 조성택 고려대 교수(철학과)는 이날 공청회에서 “인문학이 대학 내에서의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공공재 및 문화자원으로 기능할 때 시민정신 함양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인문정신문화진흥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지금 시대에는 인문학 진흥이 필요한지, 인문정신문화 진흥이 필요한지 지혜로운 판단이 중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인문학계는 대체로 인문학의 토대 마련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재성 서울대 인문대학장(불어불문학과)은 “인문학 진흥을 위해 국가의 기본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학문후속세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소관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학계는 인문학 대중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 대중화에 그치지 않고 인문학 재생산 구조 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부 조직도상으로도 사회ㆍ교육ㆍ문화 영역을 총괄하고 있는 사회부총리가 장관을 겸하고 있는 교육부 소관으로 ‘인문 진흥법’을 추진하는 것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날 교문위 회의에는 강은희·도종환·박혜자·박홍근·배재정·서용교·신성범·유인태·이상일·이에리사·정진후 의원이 참여했다. 여야 의원들은 주로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과 인문학 진흥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강은희 의원(새누리당)은 “대학 구조조정을 고려한 종합적인 인문학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했고, 박혜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인문학 진흥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은옥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은 “대학 구조조정 방안에도 인문학 진흥 방안과 관련한 사항이 포함될 수 있도록 더 신경을 쓰겠다”라고 답변했다. 교육부는 한국인문학총연합회의 의견을 들어 3월 중에 ‘인문학 진흥법’ 정부안을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봉억 객원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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