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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은 한국사회 미래 걸린 문제”
“구조조정은 한국사회 미래 걸린 문제”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3.09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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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교수단체장 인터뷰_ 노중기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의료 민영화, 철도 민영화, 공무원연금과 달리 대학 구조조정은 사회적으로 전혀 의제화가 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교수들조차 구조조정은 필요하고 당연한 것으로 본다.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의 대학 구조조정을 받아들인다면 두산대학, 삼성대학이 대학사회의 모델이 되고 일반시민들이 생각하는 좋은 대학이 된다. 대학 구조조정은 교수들의 노동 조건뿐 아니라 다음 세대, 한국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다.”

지난달 25일 전국대학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 제8기 위원장 임기를 시작한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과·사진)는 지금의 고등교육이 맞닥뜨린 핵심과제로 ‘대학 구조조정’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올해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실행되는 첫 해다. 내년부터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정원 감축이 본격화하면 구조조정을 빌미로 부당한 재임용 거부와 같은 교권 침해도 늘어날 전망이다. 저임금, 단기계약을 조건으로 한 강의전담교수나 비정년트랙 전임교수 채용이 증가할 것이다.

단순히 교수들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학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노 위원장의 기본 인식은 20년, 30년 뒤 한국사회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는 데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주요 요구과제에 올해 처음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포함한 데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학령인구가 1만명 이상씩 줄어드는 것이 내년부터다. 2016년 입학하는 학생들이 태어난 해가 바로 1997년이다. IMF 위기는 몇 년 만에 극복했지만 그 여파가 20년 만에 대학을 덮친 것이다. 지금의 대학 구조조정도 정부 계획은 10년이지만 그 여파는 20년이 갈지, 30년이 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다.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식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지금의 대학 구조조정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꼭 막아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대학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교수노조는 지난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학생·시민단체와 함께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꾸렸다. 교수노조와 공대위는 오는 4월 부산을 시작으로 12월까지 매달 ‘구조조정 저지 전국순회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일반시민들의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4월과 9월에는 대학 구조조정 피해사례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또 다른 핵심과제로 조직역량 강화를 내건 것도 결국 대학 구조조정 저지의 연장선이다. 교수노조는 올해 말까지 조직원 배가사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노 위원장은 “대학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직의 힘을 키우고 조직력을 강화해야 한다. 길게 내다보는 싸움인 만큼 올해는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교수노조 합법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달 중 합법화 특위를 가동해 헌법소원 추진팀을 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조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합법화 그 자체도 굉장히 중요한 가치다. OECD 국가 가운데 교수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노 위원장은 “황우여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고 해서 10년 구조조정을 막을 수는 없다”며 “구조조정 투쟁은 10년 이상의 사업이며 조직 역량의 확충 없이는 불가능하다. 투 트랙으로 같이 가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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