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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몸집 불리기 급급 … 교육여건 개선은 뒷전
대마불사’ 몸집 불리기 급급 … 교육여건 개선은 뒷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3.09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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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연구소 분석 … 1970년 이후 정원 가장 많이 늘린 대학은?

국내 사립대학이 ‘대마불사’라는 인식 속에 정원 늘리기 경쟁에 치중하면서 교원 1인당 학생수나 법인 전입금과 같은 교육여건 개선은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가 최근 발표한 현안 보고서(1970년 이후 정원을 가장 많이 늘린 대학은)에서 1970년부터 2014년까지 대학 입학정원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출처: 「1970년 이후 정원을 가장 많이 늘린 대학은?」(대학교육연구소, 2015.2.25)
2014년 대규모 대학 양상은 1970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70년 당시 입학정원이 가장 많은 상위 20개 사립대 가운데 15곳이 서울 소재 대학이었다. 1위(이화여대)부터 4위(고려대)를 서울 소재 대학이 차지했다. 2014년에도 상위 20개 사립대의 절반이 서울 소재 대학이다. 14곳은 1970년 당시에도 입학정원이 가장 많은 상위 20위에 포함됐다. 고려대, 연세대, 영남대는 두 번 모두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1970년 이후 정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상위 20개 대학을 분석한 결과 대규모 대학이 정원도 많이 늘렸다. 1970년과 2014년 입학정원이 많은 대학 20위 안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14곳 가운데 11곳은 정원이 늘어난 규모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단국대, 경희대, 조선대, 고려대, 동국대, 건국대, 동아대, 영남대, 중앙대, 연세대, 한양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지역의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등은 3~4배로 정원을 늘렸고, 단국대는 8배로 정원을 늘렸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이들 대학은 70년대 말 분교 설치, 2000년대 이후 동일법인 산하 전문대학 흡수통합 등을 통해 정원을 꾸준히 늘려왔다”라고 밝혔다. 계명대(17배), 대구대(38배) 등 지방 사립대가 급격하게 정원을 늘린 양상도 눈에 띈다.

문제는 이들 대학이 교육여건 개선 노력보다는 정원 늘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점이다. 정원을 크게 늘린 대학 대다수가 지명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른바 ‘명문대학’이지만 이들 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수는 OECD 기준에 크게 못 미쳤다. 고려대 25.1명, 연세대 22.6명, 경희대 24.7명, 중앙대 31.8명, 한양대 26.5명으로, 2012년 기준 OECD 평균인 15명의 2배에 달했다. 지방 사립대 가운데는 입학정원이 가장 크게 증가한 대구대가 39.9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주대 36.0명, 한남대 35.4명, 계명대 31.7명, 영남대 30.1명, 조선대 29.5명, 동아대 29.1명 등이었다. 교육여건 개선을 염두에 두지 않는 ‘규모의 경쟁’이 수도권보다 더 심했다는 얘기다.

법인 전입금 비율도 매우 낮다. 2013년 현재 전체 사립 일반대의 수입 총액 대비 법인 전입금 비율은 평균 4%. 1970년 이후 정원을 가장 많이 늘린 20개 대학 가운데 평균을 넘긴 곳은 경희대, 중앙대, 연세대, 대구가톨릭대 4곳뿐이다. 고려대 1.3%, 한양대 2.1%, 건국대 2.4%, 홍익대 0.4% 등 이른바 서울 주요대학도 법인 전입금 비율이 1~2%에 불과했다. 대구대, 동아대, 한남대, 전주대 등 지방 대규모 사립대 역시 수입총액에서 법인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가 안 됐다.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을 늘리는 한편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이들 대학은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이후에도 정원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다.

1970년보다 정원을 많이 늘린 19곳(경희대는 자료 미비로 제외) 가운데 2003년 이후 전체 대학 정원 감축률인 17.7%보다 정원을 많이 감축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홍익대는 전혀 줄이지 않았고, 계명대와 건국대, 상명대도 정원 감축률이 1%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동국대, 원광대, 중앙대, 연세대, 한양대, 대구가톨릭대, 전주대가 10% 이상 감축했지만 대부분 참여정부 시절 정원을 줄였고, 이명박 정부 이후 정원 감축 실적은 미비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원을 줄인 대학은 단국대, 조선대, 원광대, 한남대 등 4곳뿐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대학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도 대학 서열화와 ‘대마불사’ 인식 속에서 대규모 주요 대학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며 “대규모 주요 대학들도 과감한 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획기적으로 교육여건을 개선해 세계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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