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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아이 탄생에 3명의 부모가 필요할까?
건강한 아이 탄생에 3명의 부모가 필요할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2.17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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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90. 미토콘드리아


▲ 미토콘드리아 결함으로 5천명 중 1명꼴의 아이들이 유전 질병의 영향을 받는다. 사진 출처= 네이처
건강한 아이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3명의 부모가 필요하게 될까. 지난 3일 <네이처>에 「과학자들이 세 사람의 배아를 허용하는 투표에 환호하다(Scientists cheer vote to allow three-person embryos)」는 내용이 실려 주목된다.
2000년대 초 영국 뉴캐슬대 과학자들은 전핵 이식(pronuclear transfer)이라는 기술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전핵 이식은 한 여성의 수정란에 있는 핵 DNA에서 미리 핵을 제거하고 다른 여성의 수정란 세포에 이식하는 것이다. 그동안 이 기술은 오직 연구 목적에서만 합법이었고 인간 생식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해 왔다. 최근 수년 동안 과학·윤리에 관한 평가와 공청회를 거듭한 끝에 영국 정부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영국 하원은 전핵 이식 기술을 합법화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382명의 찬성표와 128명의 반대가 나왔다. 이제 영국은 병원에서 전핵 이식을 허용하는 첫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체내 미토콘드리아 활동의 명암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는 동일한 방법으로 ATP라는 에너지 물질을 만들어 낸다. 이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며, 몸의 기능을 유지하고 장기와 기관을 구성하는 힘을 제공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자체적인 DNA(이하 mtDNA)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mtDNA는 질병을 진단하거나 용의자, 그리고 변사자의 신원을 확인할 때도 활약한다(『미토콘드리아』, 닉 레인, 뿌리와이파리, 2009. 이하 관련 내용 참조). 한 예로 세계무역센터 참사 현장에서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수많은 희생자 유해 신원을 mtDNA로 밝혀낸 적이 있다. mtDNA가 이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핵 DNA와 달리 하나의 미토콘드리아에 5~10개의 유전자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세포마다 평균 300~400개씩 들어있는 꼴이며, 몸 전체로 따지면 1경 개에 이른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산소 자유라디칼(free-radical)과 같은 분자도 만든다(『미토콘드리아 프로젝트』, 히키 마사토, 하서, 2012. 이하 관련 내용 참조). 세포 속에 있는 유전자들은 하루에 1만 번에서 10만 번 정도 자유라디칼의 공격을 받는다. 산소 자유라디칼은 mtDNA나 미토콘드리아 내막과 단백질 복합체를 손상시킨다. 대부분 복구되지만 종종 손상된 DNA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축적돼, 전체 체계의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미토콘드리아는 불완전한 체계가 돼 완전한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 효율이 적다. 돌연변이는 다시 미토콘드리아의 호흡 연쇄에 영향을 미치고, 자유라디칼 누출 비율을 더욱 증가시킨다.


mtDNA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내막의 호흡 사슬에 이상이 생기면 ‘미토콘드리아 질병’이 발생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mtDNA가 발견되기 전인 1959년 처음 보고됐다. 27세 스웨덴 여성은 호르몬 균형이 완전히 정상인데도 보통 사람보다 대사율이 월등하게 높았다. 엄청 먹어도 몸은 살이 찌지 않아 말랐고 한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렸다. 이유는 이 여성의 미토콘드리아가 필요 없는 활동에도 전력을 다해 ATP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임상 증상과 경과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미토콘드리아에서 발생한 산소 자유라디칼은 세포의 DNA를 손상해 세포를 죽이기도 한다. 지속적인 손상이 계속되면 노화와 퇴행성 질환이 일어난다.


특히 조직의 에너지 요구도가 높은 뇌, 근육, 심장, 신장, 간 따위가 미토콘드리아 질환에 가장 취약하다(『신생아기에 진단된 미토콘드리아 질환 3례』, 김윤희 외, 연세대 의과대학, 2010. 이하 관련 내용 참조). 이들 조직이 영향을 받으면 운동장애, 실명, 청력소실, 근육퇴화 따위를 일으킨다.

모계 유전되는 mtDNA 돌연변이
1980~1990년대에 유전체 서열 분석 기술이 크게 향상된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 질환으로 의심되는 여러 환자들의 mtDNA 서열 분석이 가능해졌다. 알고 보니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5천명에 한 명 꼴로 흔했다. 더구나 멘델의 유전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모든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엄마로부터 유전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떤 여성은 그들에게 경험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해로운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를 자식에게 전달한다.


난자세포에서 일어나는 mtDNA 변이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미토콘드리아 질환 증상이 발현되기까지 수십 년 걸리기도 하고, 때론 유전돼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증세가 모두 사라지기도 했다. 다양한 조직이 같은 돌연변이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같은 조직에서 다른 돌연변이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건강한 가임 여성 난자의 유전자가 다른 미토콘드리아와 섞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불행히 이런 변이는 발생 동안 제거되지 않는다.


엄마가 가진 미토콘드리아는 결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대체로 수정란이 분열할 때 미토콘드리아는 무작위로 두 딸세포에 나뉘어 들어간다. 만약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피부세포나 백혈구처럼, 수명이 짧고 대사 작용이 덜 활발한 세포로 들어간다면 발생은 정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근육이나 심장, 뇌처럼 수명이 길고 대사 작용이 활발한 세포에 들어가면 발생 후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성장하는 신생아의 경우 에너지 요구도가 높아 에너지 대사 결함에 영향을 받기 쉽다.

전핵 이식은 완벽한 질병 예방책?
뉴캐슬대 연구원들은 2천명 이상의 영국 여성들이 전핵 이식으로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mtDNA 이상으로 자식에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여성들에게 말이다. 뉴캐슬대의 신경학자 더그 턴불(Doug Turnbull)은 미토콘드리아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질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턴불은 이번 국회의 결정이 미토콘드리아 질병을 지닌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턴불 이외 노벨상 수상자와 정책 입안자 등도 바뀐 법을 지지했다.
몇몇 과학자들은 전핵 이식을 했을 때 핵 속의 모든 유전자는 진짜 엄마로부터 오지만, mtDNA는 다른 여성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아기는 두 여자의 유전자를 갖게 돼 생물학 측면에서 보면 두 명의 엄마를 가진 것이 된다. 수정을 시킨 정자까지 덧붙이면 아기는 세 명의 부모를 가진 꼴이다.


한편으로 진짜 엄마에서 유래하는 유전자와 이식된 미토콘드리아 간의 불일치가 예기치 않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동물실험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혹시라도 핵 유전자를 제공한 엄마의 미토콘드리아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수정란에 이처럼 혼합된 두 종류의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할 때 아기의 건강과 발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아직 미흡하다. 하지만 영국의 불임 규제 기관인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은 미토콘드리아 대체가 안전하지 않다고 여길 만한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생물학적 논란과 윤리적 논란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법이 최종 통과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루라도 일찍 질병을 치료하고픈 인간의 소망은 간절하다. 그렇지만 치료 후 아무 혼란이 없는 상태에서 아기의 건강이 오래 유지될지 잠시나마 생각해 보자. 그래야만 아기의 삶이 축복 속에서 이어질 수 있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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