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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 어느 사학 이사장의 생일 잔치
[현장 스케치] : 어느 사학 이사장의 생일 잔치
  • 설유정 기자
  • 승인 2002.10.1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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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9 15:06:34
지난 10월 10일 오전 10시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신흥대학 정문 앞. 안산공과대학에서 학내 행사 참여 부족 등의 사유로 재임용에 탈락한 도지호 교수(산업디자인과)가 1인 시위를 벌이며 이 대학 직원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일부 직원은 도 교수가 갖고 있는 유인물을 뺏거나 카메라를 들고 나와 도 교수의 모습을 찍기도 했다. 안산공과대학에서 재임용에 탈락한 도 교수가 왜 의정부에 있는 신흥대학까지 와서 1인 시위를 벌인 것일까.

같은 시각 이 대학 체육관에서는 ‘개교 30주년 기념식 및 설립자 강신경 목사님 생신감사예배’가 열리고 있었다. 한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입구에서 나눠준 책자에는 강 목사가 1960년 학교법인 신흥학원을 설립한 후 보영여자중, 신흥대학, 벽제고, 안산공과대학 등을 설립하고 지난 6월 한북대 기공식을 가졌다는 약력이 적혀 있었다. 책자에 따르면 강 목사는 교회 6곳, 복지시설 4곳도 설립했다.

재임용 탈락 교수의 시위 가린 즐비한 화환

이들 각 기관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3백여명의 참석자가 체육관을 메웠고, ‘김천대학’이라고 쓰인 대형버스에서도 참석자들이 내렸다. 실내에서는 군악대의 팡파레 연주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행사장에 즐비하게 늘어선 화환과 곳곳에 놓인 수많은 꽃다발에서 향기가 진동했다. ‘보영여중고교직원일동’, ‘안산공과대학 AMP 총동문회장’ 등이 보낸 대형화환에는 ‘축 생신’이라는 리본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화환마다 강 목사가 설립한 수많은 기관들의 이름이 한가지씩 적혀 있었다.

행사는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 ‘신흥대학 개교 30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부터 비로소 이날의 행사가 다른 대학가의 행사들과 어떻게 다른지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부 ‘설립자 강신경 목사님 생신감사예배’의 시작은 다같이 묵도하고 찬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김장환 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김 목사는 “강신경 목사는 거대한 신흥의 역사를 이루었다”라며 “가족들도 아버지를 이어 교육에 힘쓰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칭송했다. 뒤따라 이 대학 이태원 교수는 특송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를, 김천대학·신흥대학 교수로 이뤄진 합창단은 특송 ‘그의 빛 안에 살면’을 불렀다.

3백명이 합창한 생일 축하 노래

2부에 종교적 색채가 강했다면 3부 ‘축하와 교제’에서는 변학환 신흥대학 처장이 강신경 목사의 약력을 낭독했다. 변 처장은 “귀한 분의 약력을 감히 소개하기가 송구스럽습니다”라는 말로 서두를 열었다. 약력 소개에서 강 목사에 대해 “이 세상에 빛으로 오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 처장의 소개가 결코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열띤 분위기였다. 바로 옆자리, 분홍색 한복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한 참가자는 흥에 겨워 혼자서 연신 박수를 쳤다.

강 설립자와 그의 부인 김병옥 신흥대학 학장의 ‘생신케익 점화’가 이어졌고, 3백여명의 참석자들이 다함께 일어서서 군악대의 반주에 맞춰 ‘축하의 노래’를 불렀다. 이어서 ‘꽃다발 및 선물 증정’ 순서가 진행됐다. 강 설립자와 부인 김 학장이 서 있는 단상으로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전국에 산재한 각 기관의 관계자들이 하나둘 올라가 황금 열쇠 등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선물꾸러미를 전달했다. 박수와 플래쉬가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이 분은 지금 70대이시지만 신흥대학과 함께 이제 막 30살 청년이십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일을 하셔야 할 분입니다.”, “장수와, 만수무강과, 부귀영화를 기원합니다.” 사회자가 격앙된 목소리로 흥을 돋웠다.

자녀들의 축가도 이어졌다. 현재 강 목사의 뒤를 이어 교육에 힘쓰는 이들의 이력은 이렇다. 장남 강성락씨는 안산공과대학 학장, 자부 이혜영 씨는 코디메이크업과 교수, 삼남 강성종씨는 인디안헤드외국인학교 이사장 및 동두천관광호텔 사장, 오남 강성현씨는 신흥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이다. 또한 장녀 강성애씨는 김천대학의 지역사회개발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그의 남편 이명철씨는 김천대학의 학장이다. 차녀 강성화씨는 고양외국어고 교장으로 재직중이며, 그의 남편 김병철씨는 신흥대학 교목실장으로 있다. 이날의 대미는 삼남이 운영하는 동두천관광호텔의 출장 부페로 장식됐다.
설유정 기자 sy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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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노 2004-02-14 14:32:34
역사에 길이 빛날 훌륭한 집안이군요.
사라지면 안되니 천연기념물로 지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