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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감축 이어 ‘학과 통폐합’ 압박 수위 높인다
정원감축 이어 ‘학과 통폐합’ 압박 수위 높인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1.2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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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 주요 내용은

교육부가 산업 수요에 맞게 학과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150억~200억원을 지원하는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새로 추진한다. 또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을 통해 운영되는 학점은행제 수요를 대학 안으로 흡수하기 위해 입학정원을 줄여 ‘성인 단과대학(학부)’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원 감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 학과 통폐합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5년 업무 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고등교육 분야 핵심 과제는 대학 체제를 재구조화해 대학과 산업 간의 인적자원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데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사범대학을 보면 지난해만 해도 2만3천여 명이 양성됐는데 실제 임용된 교사는 4천600명에 불과하다”며 “산업수요를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선도대학을 권역별로 선정해 과감한 재정을 투여하면서 학내 또는 권역별로 정원을 합리적으로 조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대통령 업무보고 주요 내용은= 수요-공급 간 양적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2016년부터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을 고려해 대학이 산업수요가 많은 분야의 학과 정원은 늘리고 적은 분야는 줄이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수도권을 포함해 권역별로 1~2개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다.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지원사업의 3~4배 규모로 지원할 계획이어서 한 대학에 지원하는 금액이 150억원에서 200억원에 달한다. 대학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수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연구를 거쳐 상반기까지는 기본계획 시안을 내놓고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로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을 통해 이뤄지는 평생교육을 대학의 정식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황 부총리는 “4년제 대학의 학사구조를 유연화해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전담하는 ‘성인 단과대학(학부)’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입학정원의 30~50%를 단과대학이나 학부형태인 ‘성인(평생)학부’ 형태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정원을 줄이고 줄인 정원은 성인학부나 학점은행제 학습자를 위한 정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학 정규 교육과정 수준으로 평생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학습중심대학 육성사업과 학점은행제 평가인증이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평생학습중심대학 육성사업을 개편해 올해부터는 입학정원을 감축한 후 성인학부를 신설하는 대학만 지원할 계획이다. 1개 대학당 3억원씩 총 10곳을 선정한다. 단과대학이 아니라 성인학과나 성인반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학점은행제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점은행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3년마다 평가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평생교육원이 아니라 단과대학이나 학과, 별도반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학만 인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2월 중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학점은행제를 운영하고 있는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은 238곳이다.

■ 구조개혁 평가 실효성 확보가 숨은 뜻=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이나 ‘성인학부’ 신설에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정원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도 깔렸다. 교육부는 지난달 기본계획을 확정한 후 이달부터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들어갔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오는 8월 평가 결과가 나와도 이를 정원 감축과 직접 연계할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어차피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정원을 줄이면서 남는 교수나 시설을 활용해 성인학부로 미리 개편하면 구조개혁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면서 평생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에 대해 “A등급 외에 B·C등급도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정원 감축을 하되 산업계 수요를 중심으로 학과 정원도 조정하라는 뜻”이라며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학과 통폐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의미도 있다. 김관복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 추진 배경에 대해 “특성화 사업 등에 일부 정원감축과 조정이 들어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특성화 사업은 대학이 갖고 있는 강점 분야로 특화하는 사업이라 초과 공급되는 분야를 첨단산업이나 이공 분야로 집중해서 대학 시스템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업무보고 설명자료에서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 B·C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원 감축과 함께 특성화 사업과 연계해 학과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동의대)은 “처음 예상과 달리 막상 특성화 사업 결과를 보면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과 통폐합이 생각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 측면이 있어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신설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역대학 가운데 우리 대학은 선정 가능성이 없으니까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학과 통폐합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3년까지 공학 분야는 30만 명가량 부족한 반면 인문계나 이런 곳은 28만 명의 과잉인력이 우려되고 있다.” 황우여 부총리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결국 인문사회 등 기초학문 분야 학과가 통폐합 대상이 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성인학부 신설도 구조개혁 평가 결과 D·E등급은 평생직업교육 수요를 흡수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보면 대학 현장에서는 정책의도와 다르게 작동할 수도 있다. 박순준 이사장은 “입학정원을 줄이면서 인문 분야 학과들을 없애고 이를 평생학부로 전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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