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9:30 (토)
“연금은 교원 자긍심 걸린 일인데 정부는 돈 문제로 인식”
“연금은 교원 자긍심 걸린 일인데 정부는 돈 문제로 인식”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1.19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_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요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공무원연금법 개정 반대에 나선 투쟁기구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부터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생긴 변화다. 2010년부터 5년째 교총을 이끌고 있는 안양옥 회장은 지난 13일 <교수신문> 인터뷰에서 “공무원연금은 교원들의 자존심, 자긍심과 관련된 문제인데 정부나 여당은 경제문제, 돈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반발이 많은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3년이나 남았는데 정권의 조급함으로 밀어붙이기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교총은 18만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국내 최대 교원단체다. 초중등교육단체가 아니다. 대학교수도 1만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대 교총 회장을 봐도 대부분 대학교수 출신이다. 안 회장 취임 이후에는 대학 관련 이슈들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수단체인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연합회(국교련), 한국 사립대학 교수회연합회(사교련) 등과 연대해 국공립대 교수 성과연봉제와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비판하는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성회비 폐지와 관련해 “국가가 운영하는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다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안 회장은 “개인적으로 국립대 총장 직선제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지금 교육부가 만든 제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제도다. 국가권력이 인사권을 통해 국립대 총장 선출까지 통제하는 형태는 빨리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에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안 회장은 “초중등교육은 국가 통합적인 지향성이 필요하고 대학은 자율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은 역으로 가고 있다. 교육부가 본래 기능을 하도록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시 및 장소: 2015년 1월 13일(화) 오전 10시 한국교총 회장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정리: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1957년 전남 보성 출생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졸업, 서울대 석·박사 △서울 서초중·동작중·수도여교 교사 △서울교대 체육교육과 교수 △전국 교육대학교 교수협회 회장, 전국 교육대학교 학생처장협의회 회장,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교과부·문체부 학교체육진흥위원회 위원장 △한국체육정책학회 회장, 한국체육학회 부회장, 한국스포츠교육학회 부회장 △현재 한국교총 34·35대 회장(2010.6~),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상임대표, 언어문화개선범국민연합 공동대표, 대한체육회 평가위원회 위원장,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

△ 취임 이후 대학 관련 이슈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 고등교육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법에서 인정한 단체는 교총이 가장 먼저다. 교총은 초중등 교원단체가 아니다. 예전에는 고등교육 정책에서 교총의 목소리가 컸다. 지금은 1만명 정도지만 교수 회원도 한때는 2만7천여명이나 됐다. 내부적으로는 전교조가 출범하면서 이에 대응하느라 초중등교육으로 기운 면도 있다. 그래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뿐 아니라 국교련, 사교련 등 교수단체와 협력관계를 형성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하 교육정책연구소에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을 영입해 대학 관련 정책 기능도 강화했다.
교육부도 과거 문교부 시절에는 초중등교육 정책에 집중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초중등교육 분야에서 지방분권이 강화되고 대학 수가 확대되면서 교육부가 대학정책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다. 구조조정도 그렇고 교육부 대학정책도 자율에서 통제로 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립대 총장 직선제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지금 교육부가 만든 제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제도다. 국가권력이 인사권을 통해 국립대 총장 선출까지 통제하는 형태는 빨리 개선해야 한다. 초중등교육은 국가 통합적인 지향성이 필요하고 대학은 자율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역으로 가고 있다. 교육부가 본래 기능을 하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교육현장 전문가들이 주가 되고 행정고시 출신 관료들은 지원 기능을 해야 하는데 이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으니까 교육정책이 현장과 유리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실험이 너무 난무한다. 실천을 해야 하는데, 실험을 하고 있다. 가르치는 분들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교원 지위 회복 운동 같은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지금 교수들 문제가 심각하다. 무슨 무슨 교수다 해서 직종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계약직으로 뽑는다. 교수사회를 ‘철밥통’으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는데, 이를 깨는 방법이 다양한 교수 직종을 만들고 계약직으로 만드는, 그런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바람직한지 재고할 때가 됐다. 그러다 보니 인성교육이 다 없어져 버렸다. 지도교수제 역시 사문화한지 오래됐다. 사제정신은 없고, 실용주의적 취업만 남았다. 구조개혁의 핵심이 뭐냐. 취업률이다. 이런 신자유주의적 논리로 교수를 재단하니까 창의성이 생기지 않는다. 연구도 양적으로 논문으로만 평가하니까 인문학이 다 죽게 되고 대학에서 교육이 사라졌다. 교수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시대가 왔다.”

△ 교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해 교총 차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대응방안이나 진행하는 게 있다면.
“인성교육을 얘기했는데, 인성교육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개인적 심성, 도덕교육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삶, 사회적 실천이 필요하다. 인성의 개념을 넓혀서 개인의 도덕성과 사회적 실천성, 국가에 대한 헌신성을 종합해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 차원의 學師母 일체운동과 국가·사회 차원의 君師母 일체운동을 펼치려고 한다. 君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다.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중요하다. 국가와 사회, 가정이 함께 나서야 하고 사회와 선생님, 어머니가 주체가 돼야 한다.”

△ 최근 들어 대학에서도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혹시 생각하는 방향 같은 게 있나.
“앞서 말한 지도교수제 부활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교육의 강점은 교과교육에 있었다기보다 담임교사제와 지도교수제에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민주적 관점에서 통제나 구속으로 보는 측면이 있었다. 대학원뿐 아니라 학부에도 지도교수제가 필요하다. 그게 우리 교육의 힘인데 빠져버렸다.”

△ 과거와 달리 교수들이 업적평가 때문에 부담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지도교수제가 원활하게 될 수 있을까.
“지도교수제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과장 전문보직제도’가 필요하다. 학과 차원에서 전문성을 갖고 행정적으로 관리하면 교수들이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는 학교 차원에서 한다. 교육부 차원에서 하면 통제가 되는 것처럼 대학 차원에서 총장이 관리하면 잔소리가 된다. 가장 하부조직이고 기초조직인 학과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교수의 학문적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기초단위인 학과 운영에서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학과 운영은 학생들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상당히 예민한 문제다. 공무원연금이 개정되면 사학연금도 이에 맞춰 개정될 거라고 보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정부나 여당은 공무원연금법을 경제문제로 보지만 교원들은 자존심이 걸린 일이라 생각한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 자긍심이 약화했다. 국가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다는. 그런데 새누리당은 ‘공공의 적’ 관점으로 본다. 그래서 반발을 많이 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기득권층이 돼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다만 공적연금을 바탕으로 저소득층까지 생각하는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고액연금 같이 조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출범했는데, 정부도 시각을 바꿔야 한다. 국가 재정부채에 대해 정확한 자료를 내놓고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데 내놓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3년이나 남았다. 밀어붙이기식은 곤란하다.”

△ 공무원 중에 교사가 많은데 교육적,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면서도 처우나 그런 부분에서는 희생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자정운동을 해야 한다. 교수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폐쇄성이다. 기득권을 가진 교수들이 젊은 교수들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는 대학문화도 있다. 폐쇄성 강한 교수사회를 열린사회로 만들고 교권 존중 분위기를 만들려면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사회봉사가 그 폐쇄성을 극복하는 길이다. 교수의 역할은 연구하고 가르치고 사회에 헌신하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자기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봉사하기 때문에 교수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게 빗나가면 폴리페서가 된다. 정치권과 권력을 향해서 갈 게 아니라 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그 봉사의 일차적 원천이 뭐냐. 바로 지도교수제다. 지식을 전수하는 것은 의무이고, 학생들과 삶을 공유하고 인성을 지도하는 것도 꼭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교육자가 된다.”

△ 절반 정도 남았는데,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둘 것은.
“교원과 학교의 존재 이유를 우리 사회가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적 참여, 공헌 분위기를 만들어 교원들의 사회적 자존감을 높이는 데 헌신하고 싶다. 교원들도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사회적 변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 없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측면도 있다. 그것을 알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 실천운동, 자정운동도 필요하다. 이건 교총 회장으로서 남은 임기가 아니라 제 소명이다. 평생 그 일을 해나가면서 보람을 찾고 싶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