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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전염병 고민·인터스텔라 열풍·사물인터넷 등장 … 우려·기대 ‘반반’
가축전염병 고민·인터스텔라 열풍·사물인터넷 등장 … 우려·기대 ‘반반’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1.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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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정리하는 2014년 과학기술계 이슈

2014년 과학계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 창궐로 인한 두려움과 드론(drone),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에 대한 기대가 뒤섞인 한 해였다. 12월 초에는 세계적 수학자인 강석진 서울대 교수의 성추행 사건이 터져 결국 김 교수가 구속기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인터스텔라」가 극장가를 강타하며 블랙홀과 웜홀 등 천체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2014년을 돌아보며 과학계 이슈들을 정리한다.

□ 노벨상: 우선 노벨상 소식이 빠질 수 없다. 노벨재단은 지난 10월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7일), 화학상(8일)을 잇달아 발표했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신경과학자인 존 오키프(John O´Keefe) 박사와 노르웨이의 부부 과학자 마이 브리트 모서(May-Britt Moser)와 에드바드 모서(Edvard I. Moser)가 받았다. 뇌의 위치정보 처리 시스템을 발견해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는 원리를 규명했기 때문이다.

존 오키프는 방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쥐가 공간에서 특정 장소를 추정할 때 뇌의‘장소세포(place cell)’들이 항상 반응함을 관찰했다. 오키프는 환경에 대한 기억이 해마에서 반응하는 장소세포의 특정 조합으로 저장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서 부부는 ‘격자 세포(grid cell)’를 발견했다. 방에서 움직이는 쥐의 내 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에서 특정 세포가 6각형 격자무늬로 정렬돼 공간 내비게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좌표 시스템이 된 것이다.

노벨 화학상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윌리엄 모에너(William Moerner)와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장인 에릭 베치그(Eric Betzig), 그리고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스테판 헬(Stefan Hell)이 공동수상했다. 이들은 세포 안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기존 광학현미경(해상도 0.2㎛)의 한계를 뛰어넘은 현미경을 발명한 것이다. 수상자들은 형광물질을 활용해 현미경의 해상도를 나노미터 수준(15㎚)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세포 안에서 DNA의 전사 과정이나 단백질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노벨 물리학상은 반도체로 청색 LED를 발명한 공로로 아카사키 이사무 일본 메이조대 교수와 아마노히로시 나고야대 교수, 그리고 나카무라 슈지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공동수상했다. 그동안 빛의 3원색 중 적색과 녹색의 LED는 어렵지 않게 만들었으나 청색은 만들지 못했다. 이제 청색을 만들게 돼 빛의 삼원색을 합한 태양 같은 백색광의 인공조명이 가능하게 됐다. 이로써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친화적이며 전력이 낮은 새로운 광원을 사용해 세계 15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

□ 에볼라 질병: 지난 8월 1일 서아프리카에 있는 4개국(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질병이 발발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병했으며, 이후 빈번히 인간세계에 들어와 확산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유독 심하게 발병했다.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과 미국에까지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에 사용되는 치료제로 지맵(ZMapp)이 주목받고 있지만 안전이나 유효성에 대해서는여전히 연구 중에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더 빠르게 진화한다. 그래서 약물치료에 대한 효과는 더욱 불투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1만8천명이며 이 가운데 7천373명이 사망했다(2014년 12월 21일 기준).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은 201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며, 이를 방어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도 이어질 것이다.

□ 조류독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5일 충북 증평군 보강천에서 포획한 흰뺨검둥오리에서 H5N8형의 또 다른 AI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축산 농가들은 또 시름에 빠지게 됐다. 바이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유전 물질은 크기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변할 수 있는데다, 돌연변이가 일어나기도 쉽다. 다행히 AI 바이러스로 인한 사람 간 전염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덧붙여 백신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에선 2003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가금류에서만 고병원성조류 인플루엔자A(H5N1)형 유행이 일어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4년 10월 2일까지 총 668건의 AI인체 감염 사례가 발견됐고, 이 중 393명이 숨졌다. AI가 생기게 된 원인은 바이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인간이 야기한 어떤 문제가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오게 된 건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 구제역: 2014년이 저무는 시점인 이달 초, 충북 진천에서 다시 고개를 든 구제역 바이러스가 지역 경계를 넘나들며 맹위를 떨쳤다. 지금도 진정될 기미가 없다. 오히려 지난 16일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수도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제역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특히 소, 돼지, 면양, 산양에 감염해 대단히 전염력이 강한 질병이다. 그래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살처분을 하라’는 말이 따른다. 이로 수많은 생명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산 채로 흙속에 파묻힌다. 살처분으로 수십만 마리의 돼지와 소, 그리고 닭과 오리가 매장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구제역이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아주 미미하다고 본다. 단지 우제류 사이에서 전염성이 강하고, 장기적으로 식육 및 우유 생산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예방 차원으로 살처분을 강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리지 않고 모든 가축에 행해지는 살처분은 일시적으로 광범위한 구제역 유행만을 통제할 뿐이다.

□ 사용후 핵연료: 인류가 원전을 가동한 지 60년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1978년 원전 운영을 시작한 이래 30년 만에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약 300년 보관) 처리장을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지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사용후 핵연료(10만년 보관)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없다. 고준위 폐기물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총 방사능의 95%를 차지한다. 고준위 폐기물 중간저장시설 건설 계획은 2016년이었지만, 2013년 한국원자력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포화시점이 2024년으로 늦춰졌다. 그래서 사용후 핵연료 저장 부지를 선정을 위해 지금도 빈번히 공론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자와 시민 간 충분한 논의로 하루 빨리 합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 인터스텔라: 영화「인터스텔라」는 문화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에 깊고 넓은 파장을 몰고 왔다. 「인터스텔라」는 영화사 최초로 블랙홀과 웜홀을 시각화했다. 관련 산업기술들은 추후 논문으로까지 쓰일 예정이다. 영화는 관객 수가 1천만명을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역대 흥행순위 상위 10위 안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인터스텔라」는 다중우주론 등 이론물리학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을 해 호평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영화는 과학을 드러내놓고 표방했지만, 그 근저에는 가족애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작동시켰다. 과학과 사랑의 만남이었다.

□ 드론: 드론은 자가 점검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향후 물건 배달 등 그 활용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인 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를 통칭하는 드론은 윙윙거리는 수컷벌과 같다는 이유로 이름이 붙여졌다. 드론은 배달뿐 아니라 도시 전경을 촬영하는 도구용과 위험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용으로도 쓰이고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닷컴은 드론을 활용한 물건배달, 특히 30분 내 도착 가능한 거리에 대해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운송업체인 DHL은 독일에서 드론을 활용 중이다. 배송이 어려운 지역에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드론은 농작물 상태를 점검하고 농약 사용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전문가는 땅 위의 자동차보다 하늘 위의 드론이 훨씬 더 적은 제약이 존재할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드론의 상용화를 위해선 관련 규제들이 검토돼야 한다. 즉 비용, 사생활 노출, 비행 가능 구역, 안정성 등 극복할 문제 역시 존재한다.

□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은 올해 초 IC 분야 화두였다. 사물인터넷은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에 네트워크 기능이 연동돼 마음껏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 IoT 기기 수는 113억5천500만 대였다. 이는 산업용 IoT와 웨어러블 기기를 포함한 수치다. 사물인터넷은 앞으로 헬스케어와 스마트홈에서 더욱 활용될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인간 대 사물뿐만 아니라 사물 대 사물 간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한다. 더욱이 사람에게 고유한 인식기가 부여된다면 사람 간 혹은 사람과 컴퓨터 간 전송이 가능해 자동으로 정보가 교류된다. 그래서 사물인터넷은 사람인터넷으로 확장된다. 향후 사물인터넷은 그 가치가 3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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