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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수준 반영한다고 비정년트랙이 정년트랙 될까?
보수 수준 반영한다고 비정년트랙이 정년트랙 될까?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2.2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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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입장에서 본 구조개혁 평가지표의 문제점

“비정년트랙을 진정한 전임교원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많았고, 편법으로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는 것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교육부가 지난달 공개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안)에서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전임교원 확보율을 산출할 때 보수 수준을 일부 반영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이른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양산을 막겠다는 의도인데, 실제 전임교원 확보율과 보수 수준을 높이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19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교육부 대학평가지표 및 대학 구조조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평가지표(안) 공개 이후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가 잇달아 열렸지만 이날 토론회는 ‘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이야기하는’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대학 구성원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짚어봤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토론회를 주관한 교수노조 관계자는 “평가지표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지만 교육부가 말하는 현장은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한 대학본부만 대상이다.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 학생, 대학 노동자 의견은 묵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와 구성원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전임교원 확보율에서 40%를 반영하기로 한 ‘유효 전임교원 확보율’이다. 전임교원 수에서 일정한 조건의 전임교원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 ‘일정한 조건의 전임교원’이란 최저임금 비율이 국립대보다 낮은 사립대 교원이다. 교육부는 “비정년트랙을 진정한 전임교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고, 편법으로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는 것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라고 설명한다. 반면 지방 사립대의 경우 유효 전임교원 확보율을 제외해 달라는 의견을 교육부에 많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학 교수노조 부위원장(충북보건과학대학)은 “평가지표(안)을 보면 교육부가 처음 내세웠던 취지보다 크게 후퇴했다. 그것마저 빼달라는 것은 대학 경영진의 입장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일단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에 할당된 배점 8점 가운데 60%를 차지하는 ‘전체 전임교원 확보율’에는 보수 수준이 반영돼 있지 않아 보수 수준이 낮지만 전임교원이 많은 대학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효 전임교원 확보율 역시 보수 수준에 상관없이 전임교원 수가 많은 대학이 유리하다(표 참고).

“유효 전임교원 확보율은 전임교원 수에서 일정 조건의 전임교원을 빼서 산출하는데, 보수 수준이 반영되지 않은 앞부분의 전임교원 수가 많고, 보수 수준이 반영돼 있는 ‘일정 조건의 전임교원’이 적은 경우가 유리하다. 따라서 실제 보수 수준 반영은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홍 부위원장은 “현재 전임교원 확보율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상당수 사립대가 낮은 임금과 단기계약으로 임용하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강의전담교원, 산학협력중점교원을 많이 뽑아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였고, 대학평가를 높게 받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홍 부위원장이 내놓은 제안은 명료하다. “최저 보수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최저 수준 이상의 전임교원만 전임교원 확보율로 산정하든지 가중치를 차이 나게 두는 방식이 전임교원 보수 수준을 안정화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홍 부위원장은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2조는 ‘학교법인과 사립학교 경영자는 교원의 보수를 국공립학교 교원의 보수 수준으로 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훈시 조항이어서 강제성이 없지만, 교육부가 의지를 갖고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대학이 자발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대 변수’ 고려하면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벌여

구체적 평가지표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대학을 비교한 박정원 상지대 교수의 발표도 눈여겨볼 만했다. 특히 박 교수는 “수도권 대학에는 한국방송통신대가 포함돼 있는데, 방송대의 통계치가 수도권 대학의 여러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 대학이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교사 확보율을 보자. 2014년 기준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교사 확보율은 평균 154.8%다. 수도권 대학은 119.6%이고 비수도권 대학은 177.5%다. 비수도권 대학이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이지만 수도권 대학에는 방송대의 교사 확보율 2.2%가 포함돼 있다.

방송대 변수를 고려하면 재학생 충원율 격차도 더 크게 벌어진다. 전체 평균은 112.2%다. 수도권 대학은 평균 121.0%, 비수도권 대학은 107.3%로 3.7%포인트 차이가 난다. 그런데 수도권 대학에 포함돼 있는 방송대의 충원율은 59.5%다. 이를 감안하면 수도권 대학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전임교원 확보율도 수도권 대학(79.8%)이 비수도권(77.9%)보다 높은데, 방송대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2.5%에 불과하다. 비수도권 대학(55.2%)이 수도권 대학(54.1%)보다 취업률이 높은 현상도 ‘방송대 변수’를 걷어내고 보면 달리 보인다. 방송대의 취업률은 0.0%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전체적으로 볼 때 여전히 충원율 등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이 경쟁할 수 없는 지표들이 남아 있다”며 “지표 관리가 비용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대학들의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며, 중소 대학일수록 경쟁력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교수들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비정규직 교수들의 정규직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현재 주당 9시간으로 돼 있는 책임시수를 6시간 이하로 하도록 법률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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