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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지표 제물로 삼아 대량 해고·강의시수 축소 방치
평가지표 제물로 삼아 대량 해고·강의시수 축소 방치
  • 정재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 승인 2014.12.15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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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대학 구조조정과 강사 문제②

정재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조선대)
대학 구조조정은 교육부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추진 방식과 대학 집행부의 묻지마식 밀어붙이기와 맞물려 대단히 수직적이고 비민주적 모습을 띠고 있다. 학생은 영문도 모른 채 소속 학과가 통폐합되고, 교수는 교육과 학문을 황폐화시키는 반교육적, 반학문적 내용조차 감내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비정규교수는 대학평가지표의 우선적 희생제물이 돼 대량 해고와 강의시수 축소 등 심각한 고용불안과 근로 조건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 구성원들은 구조조정의 주체로 서지 못하고 피해자로 전락해 가고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 또한 커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가,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인가라는 회의적인 물음 속에 대학생존 우선론과 구성원 개개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대학 내 분위기는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다.

특히 대학 시간강사의 경우 교육부의 대학평가지표상에서부터 구조조정의 우선적 대상으로 지목됐고, 실제로 많은 수가 일자리를 잃거나 열악한 근로조건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에 대학 구조조정 문제가 시간강사와는 어떻게 연관돼 나타나고 문제점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평가지표는 유감스럽게도 대학 비정규직의 전형이라 할 시간강사를 구조조정의 우선적 제물로 삼았다. 먼저, 대학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시키는 대학평가지표 중 하나인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은 전임교원의 책임시수(9시간)에 한정하지 않고 이를 초과한 강의시수를 담당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간강사들이 담당했던 강의시수는 대부분 전임교원이 맡게 됨에 따라 수천 명에 달하는 시간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2013년 10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대학(172개교) 전임교원의 강의담당비율이 2013학년도 2학기에는 전년도 같은 학기 대비 2% 증가(1만8천191학점)했다. 전임교원이 새롭게 맡게 된 강의시수 총량을 시간강사 1인의 주당 담당강의시수 평균(4시간)으로 산정하면 시간강사 4천547명이 담당했던 시수에 해당한다. 이는 평가지표인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 제고로 인해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시간강사 4천5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다음으로, 대학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하는 또 다른 평가지표인 전임교원 확보율로 인해 대학들은 인건비를 줄이면서 교육부의 전임교원 확보율을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시간강사 수준의 저임금 비정년계열 교원 선발을 선호하고 있다. 2013년 유은혜 의원실의 비정년계열 교원선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비정년계열 교원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며 2013년에는 전국 71개 대학에서 3천753명을 선발해 15%를 차지했다. 이들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강의시수를 주당 15시간으로 계산할 때 총 5만6천300시수로, 이를 시간강사 평균 담당강의시수인 주당 평균 4시간으로 산정해 보면 시간강사 1만4천여명이 담당할 강의시수에 해당한다.

종합하면, 대학평가지표인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과 전임교원 확보율 제고로 2013년 한 해 동안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으로 3천753명 충원된 반면, 시간강사는 무려 1만8천500여 명이 해고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렇듯 대학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대학평가지표(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 전임교원확보율)는 전임교원에게 책임시수 이상의 과도한 강의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전임교원의 근로조건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학 시간강사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또한 저임금의 비정년계열 교원을 충원함으로써 교육부는 전임교원의 비정규직화를 조장하고 있으며 수많은 시간강사의 대량 해고를 대책 없이 방치하고 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교육부는 전임교원의 담당강의시수를 책임시수(9시간)에 한정하고, 대학도 비정년계열 교원을 선발해 교원확보율을 채우는 편법을 멈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 구조조정의 최대 피해자인 대학 시간강사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교육부에 촉구한다.

정재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조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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