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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위험, 장기재정전망 통해 평가해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위험, 장기재정전망 통해 평가해야
  • 교수신문
  • 승인 2014.12.1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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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 (22)재정

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
최근 우리 사회는 경제, 사회, 환경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구조적 리모델링을 요구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근대화 50년 경제 성장은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그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으며,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이것들이 전방위적으로 구조화돼 가고 있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이 시점에 ‘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을 주제로 기획연재를 마련, 한국사회의 지속가능발전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유엔 등 국내외 관련기관의 지식과 경험을 참조해 과학기술, 교육, 정치, 재정, 경제, 경영, 문화, 역사문화, 보건, 안전, 고령화, 여성, 중소기업, 농촌, 국토환경, 주거, 생태, 수자원, 기후변화, 원자력, 도시건축, 디자인, 통일 등 23개의 주제를 선정했다. 집필진은 관련 분야의 대표적 학자와 국책연구원 원장 등으로 구성했다. 이 연재를 통해 구석구석(facts)을 파헤쳐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needs)를 통합적(integral)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환경권을 보호하면서 삶의 질(well-being)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모델 개발에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인천대 무역학과
우리나라 재정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도 그것은 인구의 급속한 증가 및 하락, 그리고 인구고령화의 문제일 것이다. 1960년대 초반 남한 인구가 3천만 명에도 이르지 않았을 때 높은 출산율 때문에 장차 과잉인구가 나타나고 이것이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정책적 판단을 했다. 당시 산아제한 정책을 도입해 1990년대 중반 남한 인구가 4천500만명에 이를 때까지 시행했으나, 이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를 걱정하게 됐다. 2030년 인구는 5천200만명 수준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2070년경 다시 4천만명 수준으로 하락하게 될 것이다.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나타나는 인구구조의 변화, 특히 최근의 저출산 기조와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인구고령화는 우리나라의 재정운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할 때에는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통합재정의 상태도 매우 건실한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통합재정이라 함은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포괄한 재정개념인데,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할 때에는 국민연금의 수지흑자와 적립금 규모가 증가하기 때문에 통합재정이 매우 건실한 모습을 띤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 등과 같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의 흑자를 제외한 재정수지(즉 관리재정수지)는 적자를 기록하지만 통합재정수지는 인구가 증가하는 2030년까지 흑자를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OECD 선진국 대부분이 1970년대 석유위기 이래로 통합재정수지가 적자 또는 근근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재정은 당분간 안도할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사회보장지출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그러나 안도할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다. 우리나라 재정의 심각한 문제는 인구가 하락하는 시점부터 급속히 부각되는데, 그때는 이미 우리가 통제가능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가 점차 고령인구로 전환되면 국민연금, 의료 등의 재정지출 증가가 불가피한데, 이때부터는 통합재정이 적자로 반전되고 적자 폭도 커지면서 우리나라 재정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다. 재정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이며 국가의 위기는 곧 국권의 위기를 초래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위험은 바로 이러한 것이기에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은 현상에 대한 진단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지출은 과연 어느 정도로 우리나라 재정에 영향을 주는가. 2013년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정부차원에서 추계·발표한 사회보장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지출은 2013년 GDP 대비 9.8%에서 급격하게 증가해 2060년에는 GDP 대비 29.0%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 중 인구고령화와 관련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출이 사회보장지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인구고령화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 ‘의무지출’이라는 점이다. 의무지출은 법에 따라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재정지출로, 정부가 임의로 조정하기 어려운 경직성 경비의 성격을 지닌다. 의무지출적 성격의 복지지출은 일단 제도를 도입하면 법에 의해 자동적으로 지출돼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추계와 관리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이러한 사회보장지출의 변화, 즉 2060년에 GDP대비 29.0%로 증가하면 우리나라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연구기관 등 행정부 이외의 기관에서 장기재정전망이 수행돼 오다가 최근 들어 국회와 행정부 차원에서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는 2012년 처음으로 2012~60년 기간에 대해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해 공표했고, 2014년 11월 두 번째 장기재정전망 보고서 『2014~2060년 장기재정전망』을 발간했다. 행정부 차원에서는 2011년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장기 재정위험 요인을 인식하고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장기재정전망협의회를 신설해 장기재정전망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향후 인구구조 변화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미래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한 의미 있는 출발이라 할 수 있다.

美·英, 매년 50년 이상 장기재정전망 내놓아
그런데 장기재정전망은 전망의 전제 및 가정 등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 발표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재정전망 결과를 살펴보면, 중앙정부의 총수입은 2014년 GDP 대비 26.2%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50년 21.7%에 머물고, 총지출은 의무지출의 증가로 2014년 GDP의 25.4%에서 2050년 30.5%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관리재정수지는 2014년 GDP의 1.8% 적자에서 2050년 6.9% 적자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2014년 GDP 대비 37.0%에서 2050년 121.3%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2011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는 개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2050년까지 전망한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에 따르면 총수입은 2050년 GDP 대비 26.3%, 총지출은 36.2%, 관리재정수지는 8.3% 적자, 국가채무는 137.7%로 각각 전망됐다. 장기재정전망에 대한 이러한 차이는 각 전망에서 사용한 모형의 차이 이외에도 거시경제, 인구, 총수입이나 총지출 전망에서 사용한 가정 등에 따라 나타난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공식적인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향후 인구구조 변화 등의 여건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해 왔다. 미국에서는 행정부 재정당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과 의회 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가 각각 75년 장기재정전망을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OMB의 장기재정전망은 매 회계연도 예산안에 실려 예산안의 정책이 실시될 경우 재정의 장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는 향후 50년에 대해 매년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하고 있다. 2014년 OECD에서 발간한 「Budgeting Practices and Procedures in OECD Countries」에 따르면 31년 이상 기간에 대해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하는 회원국은 22개 국가에 이르며, 이들 중 15개국은 1~3년 주기로 장기재정전망을 업데이트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범정부적이고도 체계적인 장기재정전망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며 전망의 제반 가정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합리적 판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권력분립에 따라 국가적 의지를 결정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국회와 행정부에서 생산하는 장기재정전망 결과에 대해 양자간에 균형 잡힌 시각에서의 판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 부처·기관 등은 이들 장기재정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방향 설정 및 신규제도·정책의 재정효과 분석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재정당국 역시 이러한 장기재정전망 결과를 토대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재정건전성을 유지·관리하는 한편, 공공부문의 개혁이나 향후 지출소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제도개선 등을 추진하고 지출효율화 노력 및 세입구조 변화 등에 대응하는 정책수단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필자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국 요크대 사회과학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재정법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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