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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이탈리아 국가형태의 형성 과정
르네상스 이탈리아 국가형태의 형성 과정
  • 김희정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연구교수·이탈리아
  • 승인 2014.11.20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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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세기 이탈리아 반도 국가 형태 그림 출처 위키피디아
10세기 라인지방부터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는 일명 '중세 상업 혁명'의 주체인 '도시'가 성장한다. 말 그대로 유럽의 중세 도시는 자본을 축적한 상공업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영주나 교권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를 행사하는 시민공동체다. 11세기 이르러 중북부 이탈리아 도시 역시 코무네(Comune 주민 공동체)라는 명칭으로 자치적 정치 형태를 갖춘다. 주교, 봉건 영주, 귀족, 상인 등 다양한 사회 계층의 유기적인 타협을 통해 정부 운용이 이뤄졌다. 상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게 된 신흥 부르주아가 지배세력으로 등장하자, 이들 권력의 편중과 독점을 막기 위해 다른 계층 집단들도 조합(Arte)을 만들며 정치 균형에 참여한다. 그러나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소규모 조합들의 불만이 커져가면서 도시 내부의 당파적 논쟁이 발생하고, 도시들 간에도 알력관계가 조성된다. 14세기 초입 전후에 이탈리아에 산재해 있는 자치 도시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각 도시는 전권을 소유하는 대신 강력한 보호막이 돼줄 ‘통치자(Signore)'의 필요성을 받아들인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정부체제를 시뇨리아(Signoria) 체제라 칭한다.


이후 각 도시를 대표하던 ‘통치자’들은, 황제나 교황으로부터 公侯 칭호를 서임 받거나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며 세력을 공고히 한다. 이에 따라 14세기 말부터 시뇨리아 체제는, 종신적 지배를 통해 권력을 세습화하고 시민의 영도자 역할을 하는 프린치파토(Principato 군주제)의 형태로 변모한다.
북부 이탈리아의 자치 도시들의 경우 강한 권력 기반을 가지고 있는 영주나 용병 출신이 지배자로 떠오르며 시뇨리아에서 프린치파토로 이행한다. 상공업 등의 직능조합(Arte) 공동체로 조직됐던 피렌체의 경우, 조합 구성원 중 한 명이 순차적으로 시 ‘대표’ 역할을 수행한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어느 도시 보다 민주적인 정부형태를 갖춘 듯 보이지만, 도시의 표면상 공화정부는 뒷전에 숨어 있던 지배자, 즉 메디치 가문의 통제 하에 실질적으로 군주제 아래 놓이게 된다.


베네치아의 경우 해상 공화국의 원수라 할 수 있는 도제(Doge)의 선출권이 시민에서 귀족층으로 구성된 대의회로 이행되면서, 실질적으로 강력한 과두 공화체제가 자리 잡는다.
이렇게 탄생한 프린치파토는 밀라노 공국, 베네치아 공화국, 피렌체 공화국, 교황령 국가, 나폴리 왕국의 5대 도시를 비롯해 사보이 공국, 페라라 공국, 제노바 공화국, 루카 공화국, 시에나 공화국 등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특징적인 국가형태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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