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3:25 (금)
漢·마오쩌둥주의적 근대상과 滿淸的 근대상 사이에서
漢·마오쩌둥주의적 근대상과 滿淸的 근대상 사이에서
  • 교수신문
  • 승인 2014.11.20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텍스트로 읽는 신간_ 『현대중국의 중화제국 만들기』 유장근 지음|푸른역사|600쪽|35,000원


청조의 군사 정복과 그에 따른 다민족국가의 형성, 그리고 인구 증가와 이동은 주로 18세기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물론 타이완의 정복은 17세기 말의 일이었으므로, 이주에 따른 내부 혼란은 19세기에도 쭉 이어졌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 맥락 속에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성사 시각에서 청의 성세기(1683~1839)를 연구한 수잔 존스(Susan M. Jones)는 여성에 대한 국가의 정책, 결혼과 노동 시장, 학문적 취향, 심미적 인식 등에 있어서 이 시기가 매우 독특하다는 점에서 ‘가장 긴 18세기’로 규정했다. 곧 사회 내부의 변화에도 역시 18세기가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18세기 청대 황제들의 전제주의를 고찰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전체주의(Totalitarianism)를 보여주는 것이고, 이는 다시 근대세계 이전에 중국에 존재했던 근본적인 양상인데다, 이 또한 신청사(New Qing Hostory)학파 멤버들이 현재 조명 중인 문제라는 사실로 인해, 18세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근대상을 모색하는 작업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것은 현대중국이 영토와 다민족의 틀뿐만 아니라 청대의 전제주의까지 상속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략) 또한 우리들에게 청조의 변화가 한국사에서 또는 현대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문제도 지나칠 수 없다. 청조의 18세기와 조선시대의 18세기는 어떤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지, 그리고 양국의 관계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사실 조선왕조의 설립자들은 함흥지방에서 여진족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고, 백두산과 압록강지역을 중심으로 유사한 신화들을 발전시켜 왔다. 샤머니즘도 양 지역의 유사성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유력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청의 건국 이후 조선사회는 전례없이 유교화됐고, 청조 역시 봉금을 통해 이 지역의 출입을 봉쇄하면서 양 사회가 공유하고 있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은 더 이상 의미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약화됐다. 말하자면 알타이벨트는 과거 유산으로만 남게 됐으며, 그 잔존물마저도 만주지역이 청 말기부터 한족사회로 변모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우리는 18세기 청대사회에 초래된 변화가 조선에서도 유사하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말하자면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곧 이 시기에 조선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그에 따라 함경도와 평안도 북부를 뛰어넘어 간도 등지로 이주하는 현상이 등장했다. 조선 초기 이곳에 거주하던 여진족이 그간 어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18세기 후반에 두만강 북쪽으로 밀려난 채, 말을 타고 다니면서 강의 남쪽으로 틈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만큼 두만강 남쪽은 다민족지역에서 韓人만의 땅으로 개변돼 있었다. 대관령 일대, 남해안의 연안 지역, 지리산 자락 등 이른바 ‘조선 내지의 변경’도 새로운 이주민과 개간에 의해 오늘날과 같은 경관을 형성하게 됐다. 특히 남한강 수로도 쇠퇴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상류지방의 삼림 남벌로 인한 토양 침식과 토사의 퇴적에 따른 하상의 상승과 수원의 고갈 때문이었다. 정조는 이 때문에 상류지방의 삼림벌채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곧 청조의 사회생태적 변화가 청조만의 것이 아닌 인근의 조선사회에서도 유사하게 진전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18세기 혹은 ‘가장 긴 18세기’에 청조의 변화가 단지 청조 내부에서만 한정돼 나타난 것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세계에서까지 진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을 확대하고 지역간에 연계된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인 맥락 속에서 검토해보면 더 분명한 18세기 근대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유장근은 경남대 교수(역사학과)로 있다. 저자가 보기에 오늘날의 중국은 ‘청대의 유산을 물려받은 현대의 중화제국’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 그러한 인식과 중국의 곳곳을 답사하면서 얻은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를 ‘변방에서 중심을 보는 역사인식’이라고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