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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총장 측근 ‘학생 매수·불법 사찰·도청’ 의혹 불거져
김문기 총장 측근 ‘학생 매수·불법 사찰·도청’ 의혹 불거져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0.27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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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제출 공문에 버젓이 첨부 … 사재 출연 계획 요구에는 묵묵부답

김문기(82) 전 이사장의 총장 복귀 이후 학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지대에 이번에는 불법 사찰·도청 의혹이 불거졌다. 김 총장 측은 형편이 어려운 총학생회 간부를 돈으로 매수해 불법 도청한 의혹이 있는 녹취록을 교육부에 보낸 ‘대학 운영 정상화 방안’에 버젓이 별첨자료로 제출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민교협 등이 참여하는 사학개혁국본은 지난 22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문기 총장 측의 학생 매수, 불법 사찰·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녹음 내용 등을 공개했다. 사진제공 사학개혁국본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대학노동조합 등이 참여하는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 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개혁국본)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 총장 측근의 학생 매수와 불법 사찰·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김 총장과 구재단 이사진의 퇴출, 교육부 감사 및 검찰 수사 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돈을 받고 총학생회 동향과 대화 내용을 녹음해 김 총장 측근에게 건넸다는 학생이 직접 나와 양심선언을 했다. 총학생회 간부 ㄱ(26세)씨다. ㄱ씨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지인 소개로 조용길(당시 총장 비서실장) 씨를 만나 10월까지 한 번에 30만~50만원씩 다섯 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받았고,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대화 내용 등을 녹음해 넘겼다”며  “일부 금액은 내가 먼저 요청하기도 했다. 사정이 다급해서 판단이 흐려졌다”고 말했다.

ㄱ씨는 조 씨로부터 ‘총학생회 집회 계획, 교수 대화 내용 등을 수시로 알려주고 녹음도 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금품 제공 외에도 징계 대상 제외, 차기 총학생회 선거 지원 등도 제안 받았다고 밝혔다. ㄱ씨는 상지대 교수협의회 대외협력특별위원장인 정대화 교수가 지난 4일 교내 농성장에서 총학생회 간부와 대화한 내용, 교육부 국정감사 이후인 9일 강릉의 한 펜션에서 학생들과 대화한 내용을 녹음해 조 씨에게 보냈다.

조 씨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틀 뒤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이 먼저 돈을 요구했고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줬을 뿐이다. 학생이 직접 정대화 교수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기에 불법 도청 및 매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 씨는 또 “학생이 의협심에서 자발적으로 대화 내용을 녹음해 보내줬다. 기자회견 하루 전날인 지난 21일에도 어려운 처지를 얘기하며 돈을 부쳐달라고 한 사실에 비춰보면 양심선언이 아닌 강요나 강압에 의해 학생이 끌려간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송상교 변호사는 “ㄱ씨가 학교 쪽 요구로 녹음한 점, 둘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대화를 녹음한 점 등을 미뤄 강요죄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지대 이사회와 김 총장 측은 지난 10일 교육부에 제출한 ‘대학 운영 정상화 방안’에 이 녹취록을 별첨자료로 첨부하면서 “정대화 교수는 학생 천막에서 거짓말로 설립자 총장을 음해하는 세뇌교육을 시키고 있음”이라는 설명까지 달았다. 첨부한 녹취록에는 시간(10월 4일)과 장소(상지대 교수 천막농성 안에서)까지 자세히 밝혔으며 다시 한 번 ‘정대화 교수가 학생들을 선동하는 발언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김 총장과 구재단의 불법도청과 학생 매수는 처음이 아니다. 2007년과 2008년에도 총학생회장에 출마한 학생에게 김 총장 복귀 지지를 조건으로 금품을 제공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1986년에는 김 총장 측의 지시를 받은 직원이 교내에 ‘가자 북의 낙원으로’라는 유인물을 뿌려 사학비리에 반대하는 학생 150여 명을 간첩으로 모는 용공조작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는 “이번에 저지른 불법사찰과 불법도청 사건은 김 총장이 대학 운영을 어떻게 불법적이고 반교육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작은 사례일 뿐”이라며 “김 총장이 사학비리로 국민적 단죄를 받아 학교에서 쫓겨난 이후 지난 20년 세월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전혀 다를 바 없으며 과거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대화 교수는 “김문기 씨는 교육자로서 전혀 자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상지대를 정상화할 수 없는 사람, 상지대를 황폐하게 만들 사람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 김문기 총장 사재출연 계획 명확히 밝히지 않아= 교육부는 지난 9월 18일 상지대에 ‘정상화 방안’을 요구한 뒤 아직 추가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당시 상지대 총장과 이사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교육부는 “10월 10일까지 대학 운영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점검과 필요 시 감사 등을 통해 대학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다소 주춤한 상태다.

교육부는 상지대와 상지학원이 지난 10일 제출한 ‘대학 운영 정상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지난 21일까지 요청했는데, 이 기간을 11월 7일까지로 연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운영 정상화 방안에 대한 구성원 의견 수렴에 시간이 걸린다며 다음달 7일까지 연기를 요청한 상태”라며 “그때까지는 기다려보고, 안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대처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요구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에는 대학 발전 방안으로 제시한 약 336억원의 투자계획에 대해 김 총장의 출연 각서와 출연 예정 재산 목록 등 사재출연 계획도 포함됐지만 상지대와 상지학원 측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지대 관계자는 “기숙사 같은 경우 입찰 준비를 하고 있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 업체가 맡는 턴키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업체가 선정돼야 공사비가 결정되는데, 교육부 요구가 사리에 안 맞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성원 의견 수렴도 계속 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대로 진행을 해나가고 있다. 좀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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