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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알고나면 사회를 보는 눈은 어떻게 바뀔까?
과학을 알고나면 사회를 보는 눈은 어떻게 바뀔까?
  • 교수신문
  • 승인 2014.09.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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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북리뷰_ 생명의 소통과 미래 예측

 

▲ 『크리에이션: 생명의 기원과 미래』, 애덤 러더퍼드 지음|김학영 옮김|중앙북스|383쪽|18,000원 『생명: 그 아름다운 비밀에 대해 과학이 들려주는 16가지 이야기』, 송기원 지음|로도스|309쪽|14,000원
생명에 대한 정의와 접근방법을 고민하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 권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서 10년간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가디언〉지에 과학 전문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애덤 러더퍼드의 『크리에이션-생명의 기원과 미래』이며, 다른 한 권은 송기원 연세대 교수(생화학과)의 『생명: 그 아름다운 비밀에 대해 과학이 들려주는 16가지 이야기』다.
러더퍼드는 여러 시대 속의 생명 탄생에 대한 개념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밝힌다. 책은 생명에 대해 딱딱한 이론서 같지 않고, 한 줄 한 줄이 독자에게 강연하듯 전개됐다. 구성은 크게 생명의 기원과 생명의 미래라는 두 파트로 나뉜다. 각 파트에는 최근까지 수행되고 있는 연구 사례가 제시돼 최신 생물학의 방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자연의 창조를 재현하는 인류 
“생명이 있는 것들은 운동, 호흡, 감각, 성장, 번식, 배설, 영양 흡수를 한다.” 첫 파트 ‘생명의 기원’에는 생명의 특징이 드러나기 전 생명이 나타난 배경이 제시되고, 진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화학과 물리학을 필수적으로 포함시켰다. “살아있다는 것은 엔트로피와 싸운다”는 주장이다.
생명체는 항상성을 통해 엔트로피를 감소시키지만, 몸 밖으로 무언인가를 배출하는 것이 더 크게 작용해 결과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된다. 즉, 안정된 상태인 부패보다 엔트로피 증가 작용이 더 크게 작용해 질서가 유지돼 생명이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주의 법칙도 보존된다. 그러나 저자는 단세포 생성 이후의 생명체 진화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유전체의 생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주장하면서 다윈의 ‘종의 기원’이 드러날 수 있는 진화에 대해서는 뛰어 넘은 것이다. 그저 자연 속에서 생명이 창조된 다양한 방법들만 소개했다. 그리고 책은 다음 파트인 생명의 미래로 넘어간다. 여기서 저자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합성생물학에도 눈길을 던진다.

 


인류는 유전 공학을 넘어 질병, 환경 문제, 우주에 대한 연구 등을 공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생명의 여러 형태들을 도구로 이용하는 ‘합성생물학’의 단계에 도달했다. 합성생물학은 론 바이스(Ron Weiss) MIT 교수에 의해 개척됐으며 1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식물 세포에 저장된 당을 발효시켜 기름 연료로 바꾸는 바이오 연료 생산이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대의 제프 해스티(Jeff Hasty)는 생명의 모든 행동 패턴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동시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24시간 주기 리듬’으로 불리는 이 회로는 이웃한 모든 대장균에게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순환이 개시된다. 저자는 이것이 “전 세계 모든 신호등이 동시에 녹색등으로 빛나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 과학의 맹신과 편향, 무조건적인 반대를 비판했다. 인류가 좋은 방향으로 생명의 비밀을 밝혀내길 바라는 마음은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같다. 다만 과학자들의 창조물들이 진화하고 있는 생명체들을 앞질러 우주의 엔트로피를 혼란시키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과학과 소통하는 법
그렇다면, 송기원 교수의 책은 어떨까. 저자는 생명 과학이론서에 나올법한 생명의 정의, 유전자, 합성생물학, 세포주기, 시험관 아기, 노화, 미생물, 신경, 면역, 항상성 등의 16가지 큼지막한 자연과학 이론을 설명한 후 그에 대한 여러 논의들을 제시했다. 일반인들도 쉽게 과학적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알찬 도서다.
과학 이론은 빈틈없이 아름답지만 그것이 환경 속에 적용될 때는 얼굴빛이 바뀌기도 한다. 생명체는 열역학 제2법칙에 반해 외부 에너지를 이용해 무질서도가 적은 상태의 개체를 만들고 유지한다. 그러나 변화의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생명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기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해지고 있다. 즉, 파스퇴르가 실험을 통해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검증했지만 이어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기는 것과 같다.


특정 사건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와 관련된 기본 이론을 알아야 한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식의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니라 지식에 대한 환상이다”라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은 그저 과학의 부정적인 결과만을 보고 여러 반대시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식의 결과를 도출하며, 해결 방법은 없는지 등에 관해 생각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론을 공부하고 나름의 생각을 적립해 봤을 때 언론매체에 난무하는 부정적인 과학 결과물이 실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민들도 과학을 분석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책에서는 후생유전학이 사례로 제시됐다. 1942년 영국 에든버러대의 콘래드 워딩턴(Conrad Hal Waddington) 교수는 후생유전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사용했다. 후생유전학은 생명이 DNA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양육에 의해서도 조절됨을 보여준다. 인간을 결정하는 것이 본성인지 양육인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저자는 “생명이란 양육을 통한 다이내믹한 본성의 발현”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합성생명체에 대한 철학적 문제, 시험관 아기 등의 이슈가 흥미롭다.


저자는 오늘날 인류는 진정한 생명 없이 메마른 채로 시간적 삶만 늘어나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생명과학에 대한 공부를 통해 항상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과학자들은 과학 기술을 사회에 적용 시킬 때 나올 수 있는 모든 선악을 시민들과 토론해야 한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인간이 만든 새로운 생명체가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진화해 기존 생명체들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강하게 고려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내면을 보기 위해서는 보고 있는 대상을 알아야 한다. 송 교수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과학을 알고 난 후 사회를 보는 눈을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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