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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에 선 대학 영어교육의 대안
전환점에 선 대학 영어교육의 대안
  • 교수신문
  • 승인 2014.09.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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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_ ‘영화영어’ 교수법을 말한다


영화영어란 영화를 매개체로 해 영어교육을 효과적으로 학습해 보려는 취지를 담고 있는 용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에 대화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영화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이 움직임은 개인적으로 또는 사교육기관에서 주로 목격됐다. 한편 공교육에서 영화는 전혀 사용되지 못했는데, 보수성을 원칙으로 삼고 ‘새로움’에 반응하는 것이 더딜 수밖에 없는 공교육의 특성이 걸림돌이었다. 최근에 와서 영어교육 개혁에 대한 바람이 특히 대학가에 불고 있어서 이제는 영화를 영어교육에 활용해 볼 시기가 됐다고 본다. 마침 1998년에 영상영어교육학회가 창립되면서 영화를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마련되고 이에 대한 교수법도 만들어져서 대학에서의 영어교육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줄 수 있게 됐다.


영화의 장점은 언어 사용을 위한 표현력의 향상이다. 영화 대사는 극작가에 의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발화(utterance)나 담화(discourse)가 일반 원어민들의 발화나 담화보다 우수해 교육적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다시 말하면 영화로 학습했을 경우, 대화에서의 언어 사용이 원어민 못지않게 높은 능력을 보여 줄 수가 있다. 영화영어는 대본이 교재이기 때문에 설령 듣기(listening)를 잘 못한다고 해도 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영화영어는 좋은 발화나 담화를 암기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말하기(speaking)에 대한 부담도 가질 필요가 없다. 또한 영화에는 다양한 만남 또는 상황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표현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표현의 문화적, 화용론적인 지식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원어민에 버금가는 표현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학습자의 욕구(needs)를 충족시키는 교육으로 맞춰져 있다.


이와 같은 장점들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주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첫째, 원어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종래의 영어수업을 피할 수 있다. 국내 교사들도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교사들의 사용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면 국가정책으로 돼 있는 영어교육을 원활하게 시행할 수가 있다. 비유컨대 우리가 미용실에 갔을 때 예쁜 머리를 하고 있는 사람(=원어민)에게 머리를 만져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 예쁜 머리를 만들어준 전문가(=국내교사)에게 요구하게 돼 있다. 국내 교사들이 외면당할 이유가 없다.


둘째, 학생들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을 크게 불신하면서 해외로 진출하는 현상 때문에 우리의 영어교육이 정상화되기 힘든 것을 방지할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초·중등학교 학생들은 해외로 유학을 가면서 가정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부모의 재정적인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대학생들은 휴학을 자주 하게 돼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는 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영화영어는 국내에서도 대화를 잘할 수 있는 표현력을 증강시켜 주기 때문에 해외유학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외로 나가려는 학생들의 재정적 부담이 자동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셋째, 국내에서의 원어강의가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영화영어는 원어강의로 넘어가기 전 단계의 기능을 갖고 있어서 궁극적으로 원어강의에도 기여를 하게 돼 사회가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춘 영어사용 실력자들을 배출해 낼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민대에서는 일찍이 영어교육의 차별화와 특성화에 관심을 보였다.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 영화영어다. 정책과목이었으므로 전 학년을 대상으로 16강좌를 1년 내내 개설하게 했다. 학기당 수강 인원이 2천명에서 2천500명이나 된다. 졸업할 때까지 4년 동안 수강하게 되는 인원수는 1만6천명에서 2만명이 돼 국민대의 전 학생이 졸업 전에 한 번씩은 영화영어를 수강하게 된다. 국민대 영화영어의 최고 자랑은 교수진이다. 이들은 영화영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교수하고 있다. 교육이란 무엇(what)을 어떻게(how) 가르칠 것인가가 이론적으로 타당해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영화영어를 가르치는 교수진은 왜 어휘(lexis or word combinations)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며 어떻게 가르쳐야 장기기억을 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교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은 1년에 최소 2편 정도의 영화영어논문을 쓰고 있고 일본 영화영어 교육학회와 학문적 자매를 맺고 국제무대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극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화영어의 붐을 일으키고자 중국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초·중등학교의 현직교사들을 위해 영화영어 워크숍을 1년에 1회에서 3회까지 열고 있다.

대학은 교수 학습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는 상아탑이다. 영어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들은 이론적인 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제 우리는 많은 대학생들이 기존의 틀 안에서 진행돼 온 영어교육방법이나 교수법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고 있지 않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때는 재정적 지출을 많이 하거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금까지 기술한 영화영어를 영어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대학의 영어교육이 활력을 되찾고 진정한 영어교육으로 거듭 태어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자원 국민대 교육대학원·영어교육전공(전 영상영어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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