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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계의 질적성장 위해서는 큰 연구주제 소화할 수 있어야”
“수학계의 질적성장 위해서는 큰 연구주제 소화할 수 있어야”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8.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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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_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성공리에 폐막 … 남은 과제는?

▲ 지난 13일 열려 9일간 코엑스홀에서 개최된 이번 2014 세계수학자대회가 성공적으로 폐막했다. 사진은 개막식 모습. 사진 - 2014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전 세계 수학 축제의 장인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지난 21일 막을 내렸다. 이날 수학 대중화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릴라바티 상’이 아드리안 파엔자(아르헨티나) 박사에게 수여됐다.
파엔자 박사는 20일 「잘못된 문(The Wrong Door)」이라는 주제로 대중강연을 했다. 파엔자 박사는 수학이 어려워 보이는 건 편견이기 때문에 잘못된 문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엔자 박사는 과학저널리스트다. 그는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스포츠 저널리스트 및 정치평론가로 살아오다가 다시 수학의 즐거움을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9일간 코엑스홀에서 개최된 이번 서울세계수학자대회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박형주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 수학계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또한 수학 대중화에 기여 하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는 △ 최대 규모(122개국 5,200여 명) △ 최초 여성 필즈상 수상자(스탠포드대 마리암 미르자카니 교수) 및 제3세계 출신 수상자(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석학연구원 아르투르 아빌라) 배출 △ 나눔 프로그램을 통한 개발도상국 수학자들 참가(85개국 662명) △ 한국인으로 처음 나선 기조강연(고등과학원 황준묵 교수) △ 한국인 최초 국제수학연맹 집행위원 선출(포스텍 수학과 박형주 교수,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 △ 수학 대중화를 위한 문화행사 성황(프로 바둑기사와 수학자와 다면기 대국, 수학 영화, IMAGINARY 전시회) 등 학술행사로서는 사회전반에 파급력을 미치는 뜻 깊은 성과를 올렸다.


세계수학자대회(ICM, 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는 1897년 스위스 취히리에서 16개국 208명의 수학자가 참가해 처음 열렸다. 대회에서는 4년간 일어난 중요한 수학적 업적들을 평가 및 시상하고, 다양한 수학 분야에 관한 토론 및 강연을 열었다. 수학의 발전과 수학자들의 국제적인 연합과 지속적인 교류라는 취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규모·내용면에서 풍부했던 수학자대회
세계수학자대회는 국제수학연명이 주최하며 117년 전통을 자랑하는 최대 학술대회다. 우리나라는 1981년 국제수학연맹에 가입했다. 대회는 첫 개최 이후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고 4년마다 열렸다. 올해에는 대한민국 서울이 세계수학자대회를 개최하는 영광을 얻었다. 박형주 위원장은 “2007년 6월 29일 유치위원회가 발족한 후 세 번 정부가 바뀌면서 세계수학자대회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게 쉽진 않았다”면서 “2010년 인도에서 개최했기 때문에 브라질, 캐나다와 경쟁하며 2년 연속 아시아 유치의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 서울수학자대회는 학술 강연으로 필즈상 수상자 등 강연이 7회, 기조강연 21회, 초청강연 1천798회, 패널토론 6회, 일반강연 662회, 포스트발표 388회 등이 성황리에 끝나 그 의미를 더했다.

수학적 상상력을 현실로 재현하다
아울러 공식 집계로만 2만 여명이 참여한 수학 관련 문화 프로그램에서는 전시회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기자가 찾아간 NIMS(국가수리과학연구소)-IMAGINARY 전시회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체험형 수학전시회는 2008년 독일 수학의 해를 기념으로 시작돼 그동안 전 세계 30개국에서 열린 120여 회 전시회에서 1백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전시 공간 뒤쪽에 마련된 수학 조형물 15점은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했다. 대수곡면, 최소곡면, 공간곡선은 머릿속에 있는 수학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 감상한다.

금번 대회에 꽃은 당연히 필즈상 수상자들이다. 올해 수상자 4명을 더하면 총 56명이 필즈상을 받았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0세 이하의 수학자 중 최근 4년 동안 수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이룬 수학자에게 수여된다. 국제수학연맹은 40세 나이 제한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필즈상 수상자 더 나아가 출신 국가들이 제한 받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라별 경제수준에 따라 수학문화 및 투자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상자들은 대개 선진국들에서 배출돼 왔다(표 참조).


이외에도 네반리나 상(수학 관련 학문 분야에 업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 가우스 상(수학 이외의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한 수학자에게 수여), 천 상(나이, 직업 상관 없이 수학 분야에 뛰어난 업적있는 사람에게 수여), 릴라바티 상(수학의 대중화에 크게 공헌한 수학자에게 수여)에서 각각 1명씩 수상자를 선정했다.
15일 코엑스홀에서 열린 2014 세계수학자대회 아벨 강연에서 스토니브룩대 석학교수이자 수학연구소 공동연구소장인 존 밀노어 교수는 “수학에는 항상 더 배워야 할 게 있다”라고 강조했는데, 이 대목이 인상적이다. 서울대 박종일 교수(수리과학부)와 나눈 인터뷰서 강조한 말이다(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 발행 2014년 8월 19일자 ‘Math&Presso’ 참조). 아울러 밀노어 교수는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유진 위그너를 언급하면서 “때로, 수학은 필요하기 전에 연구되고 나중에 그 유용함이 드러난다”라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한국인 최초로 세계수학자대회 기조강연에 나선 황준묵 교수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들이 빨리 논문을 써서 졸업해야 하는 구조다보니 연구주제가 작은 것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우수한 학생들은 큰 주제에 도전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서울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국내 학자들의 약진도 눈길을 끌었다. 황준묵 교수를 포함해 국내 수학자 6명이 기조강연과 초청강연을 펼쳤다. 황 교수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기조강연이라는 것은 다른 학술대회의 기조강연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며 “그만큼 우리나라 수학이 전 세계 수학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성장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수학자대회 기조강연자는 20명 정도로 제한적이다. 황 교수는 “더욱 젊은 사람들이 초청강연에 참여하다보면 그 중 누군가 필즈상을 받을 날이 올 것”이라면서 “필즈상을 목표로 할 순 없겠지만 좀 더 큰 주제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는 분명 성공적이다. 다만, 세계 10위권이라는 위상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석 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이는 분명 수학계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수학교육과 대학구조, 입시와 창의성을 구현할 수 있는 사회 전반적인 차원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박형주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수학계가 질적성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차기 대회에서 한국 수학의 질적 수준이 어느 정도로 올라설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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